글샘(문예창작)

글샘

*글이 끊이지 아니하고 솟아 나오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꿈과 글이 샘솟는, 문예창작 동아리 입니다.

10616 이다경

이름 이다경 등록일 19.11.03 조회수 29
세상에서 소중한 것이 사라진다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나도 한번쯤은 죽음을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이 사랑하는 어떤 것의 죽음인 적은 없다. 나 대신에 어떤 것이 사라진다는 건 너무 커다란 두려움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전화와 영화, 시계를 잃는다. 내가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를 한순간에 빼앗기고 나서는, 어쩌면 살아가는 일이 전보다 커다란 의미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은 어쩌면 그때의 내가 죽지 않았던 이유이며, 그러했던 커다란 마음을 느끼고 나서는 비로소 죽음에 대해 의연해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시계점을 향해 페달을 밟던 뒷모습이 많이 떠오른다. 기운차게 편지를 배달하던 그 모습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밝아보이던 뒷모습이 무거우면서도 아름다웠던 것 같다. 죽음에 성큼 다가가는 시간, 사라지지 않은 고양이 양배추를 품에 안고서 언덕을 넘는 시간. 모두가 맞이해야 할 나의 마지막. 그렇게 마지막으로 쓰여지는 사랑하는 마음의 종착점.
이전글 2204 김민주
다음글 1423 차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