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문예창작)

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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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 김예나

이름 김예나 등록일 19.11.03 조회수 30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지금과 같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것의 가치를 모르고 살 수밖에 없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조차 다시 되새겨보면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얽히고 설켜져 있다,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누가 슬퍼해줄까요?’ 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결정에 따라 그것들을 하나둘씩 없앤다. 그렇게 사라지는 것들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주인공 사토 타케루는 잃는 것보다 죽음을 택하게 된다. 아마 가 사라지는 게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보다 덜 고통스럽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람이 죽음을 거스르는 건 그만한 대가가 필요한 일이라는 문장이 잊히지 않는다. 지금도 병원에서 산소 호흡기에 의존한 채 겨우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건강을 내어준 채 죽음을 거스르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건 사람이 아닌 듯하다. 길에서 낑낑대는 고양이, 영화, 전화기, 그리고 시계 등등. 수많은 것들이 나도 모르게 생겨나고 또다시 사라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금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그 이야기를 담아두려 애쓰거나 혹은 잊으려고 애쓴다. 나는 영화 속 그것들 중에서 왠지 모르게 시계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인간만이 시간을 초, 분으로 나누고 방안에 시계를 두고, 손목에 두르고 있더라고.’ 아마 시간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에게 주변을 둘러보고 소중한 것들을 찾아보라는 말을 돌려 말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곧 죽게 되고, 주인공처럼 살기 위해 무언가를 사라지게 해야 할 때가 오고,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 아프기 전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나는 과연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잘해줄까. 보통사람과 달리 왠지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졌다. 사람들은 꼭 무언가를 잃고나서야 좀 더 잘해줄걸, 하고 후회한다. 그러나 그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후회 좀 하면 어떤가? 다시 돌아온 삶이 달라진다면 조금 나아질까? 사람마다 다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처럼 대하고 싶다. 짜증나면 떼도 쓰고, 화나면 욱하기도 하고, 슬프면 울면서, 기쁠 땐 뛰어다니기도 하고. 그게 바로 사람이고, 그게 바로 인생이다. 이 영화를 보고서는 누군가에게 더 잘해주자는 생각보다 그냥 나대로 살아보자라는 평범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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