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문예창작)

글샘

*글이 끊이지 아니하고 솟아 나오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꿈과 글이 샘솟는, 문예창작 동아리 입니다.

35번째 릴레이

이름 정다운 등록일 13.10.11 조회수 689

우리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재원의 얼굴은 눈에 띄게 하얗게 질려갔다. 민지는 이재원의 옆에서 이재원과 나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세현아, 니가 화가 난 건 알겠는데 남자애라니 그게 무슨말이야?"

"그럼 쟤 목소리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저게 여자애 목소리야?"

"세현아,"

 

민지가 애원하는 어조로 내 이름을 불렀다. 아마 날 진정시키고 이 이야기를 끝내려는 의도였겠지만, 나는 지금 민지의 의도대로 움직여줄 수 없었다. 정말 이재원이 남자라도 된다는건가? 왜 저런 식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건데?

 

"야, 이재원, 너 진짜 남자야? 어?"

"박세현!!"

"너한테 물어본거 아니잖아!! 이재원, 대답해!!"

"...."

 

이재원의 얼굴에는 당황함과 머뭇거림이 드러났지만, 화가 잔뜩 치민 나에게 이재원의 상황을 배려해줄만한 여유는 없었다. 다시 한번 그의 성별을 물어보려 했지만, 그 시도는 우리를 찾으러 온  다솜이에 의해 저지되었다.


"애들아? 여기에서 뭐해? 체육이 너희 빨리 오래."

"아, 응."


민지는 다솜이의 말이 무슨 구세주라도 되는냥 안도하며 운동장을 향해 쪼르르 계단을 내려갔다. 나 역시 갑작스러운 다솜의 등장에 지금 상황을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빨리 내려가자,"


계단을 향하는 다솜이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나는 이재원을 바라보았다. 나와 마주친 눈에는 불안함과 미안함, 체념등이 쓰여 있었지만 그의 사정을 배려해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는 그에게 입모양으로 '너,끝,나,고,나,랑,얘,기,해'라고 벙긋거렸다. 이재원은 다행히도 나의 입모양을 알아보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업이 끝나려면 멀었지만, 벌써 수업이 끝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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