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문예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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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타기 외 5편 -20326윤소은

이름 윤소은 등록일 13.07.17 조회수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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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타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 눈엔

세상은 온통 파란색일뿐

붙잡을 곳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엉겁결에 올라선

외줄타기

한손엔 바들거리는 부채. 잘 펴지지 않는다. 피지도 못하는 미숙함

나는 줄 위에서 발을 질질 끌며

줄 끝에 도달하려고 도달하려고

손을 뻗어보지만, 되려 부채를 떨어트리고 만다

 

아찔. 심장이 내려 앉는다

부서진 부채

발이 내딛을 수 없을 만큼 저려도

내딛는다.

이제 뒤돌아서 줄을 내려갈 수 없다

 

숨을 가다듬고

한발 한발 내딛는다

내딛을 때마다

시선들이 신경쓰여서

손가락을 터트릴 듯 앞박한다

인정받고 싶다는 몸부림이

발악적으로 줄을 튕기고

확신이 안 서는 동작들 어지럽게 펄럭이는 옷

 

그저 보여주는 광대일 뿐인 나는

당연히 그 외줄에서 미끄러져

갈비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받고

그 고통을 외면하는 사람들

부서지는 햇살

내 눈엔 세상은 온통 파랑색일 뿐

 

 

 

봄밤

 

내가 노루이었으면 하는

 

달은 바라보고있는 산보다 컸다

마치 이 산이 이 땅의 끝인 양

 

그 달이 내뿜는 빛이 내리는 곳에

꽃들은 하양게 질린다

나뭇잎을 태워버릴 듯 빛나는 화사함

그런 달빛을 헝크러트리는 흰나비

 

얼굴에 스끼는 바람조차 없는데

널빤지 밑으로 뚝뚝 흘러내리는

살쾡이의 눈물

 

우물에 비친 그림자는

영락없는 짐승이니

차라리 노루처럼 풍성한 쫑지를 달고

이상한 생각 들지 않게

서글픈 배고픔이 들지 않게

이게 마치 주식인양. 이 나무뿌리가 주식인양.

 

이제는 달큰한 향내도 씁쓸한 나무 둥치 냄새로 나는

나뭇잎을 먹었음 좋겠다

 

겨울눈이 퍼석히 까지는 봄밤

노루는 노루새끼 3마리를 거느리고

그렇게 또 까지고있는 봄 내음을

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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