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2일 18대 국회는 마지막으로 본회의를 개최하여 국회 내 몸싸움 방지를 위해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또는 ‘몸싸움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전체 투표 의원 192명 중에서 찬성이 127명에 불과했던 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이 법안이 과연 여야 간의 물리적 충돌을 막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제 왜 이런 법안이 나왔고, 개정안의 내용은 무엇이며, 주요 쟁점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이 법안의 효과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한다. 국회법 개정의 배경
민주화 이후 국회는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제도개혁을 모색한 결과 부분적으로 성과를 거두었으나 국민들은 여전히 국회에 대한 불신이 높은 편이다. 지난 20여 년간 국회의 제도개혁 내용을 간추려 보면 ① 의원 입법의 발의 요건을 10인으로 완화하여 의원들의 입법 제안 증대, ② 의원들의 표결내용 공개, ③ 소위원회 회의록 작성과 공개를 의무화, ④ 입법실명제 도입, ⑤ 국회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를 설립하여 입법 지원체계를 강화, ⑥ 제정 법률안과 전문 개정 법률안은 공청회의 의무적으로 개최, ⑦ 축조심사(逐條審査, 의안 심사 방법의 한 형태로서 의안의 한 조항씩 낭독하면서 의결하는 것)와 대체토론을 도입하여 법안 심의 강화, ⑧ 본회의 대정부 질문방식을 일문일답으로 개선, ⑨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와 청문회 제도 도입, ⑩ 행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 강화, ⑪ 국회의장 당직보유 금지, ⑫ 의장석 표결 선포(표결 선포와 결과 선포 때 의장은 의장석에서 선포하도록 하는 것), ⑬ 회기일수 제한 철폐, ⑭ 상임위원 사·보임(사임은 소속 상임위를 그만두는 것, 보임은 상임위를 옮기는 것) 제한, ⑮ 폐회 중에도 상임위 월 1회 이상 개최 및 소위원회 상설화 등이 있었음에도 국회는 여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회가 여전히 여야 간의 극한적인 대립·교착·파행을 거듭한 결과, 18대 국회도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미디어법, 4대강 사업법, 세종시법 등을 포함한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회의장 점거, 해머와 전기톱의 등장, 본회의장 최루탄 터뜨리기 등 폭력이 난무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1년 봄부터 한나라당(옛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인 황우여 의원 등으로 구성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과 민주당(옛 민주통합당)의 원내대표인 김진표 의원 등으로 구성된 ‘민주적 국회운영 모임’ 등이 의안처리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작년 5월 30일에는 양당 원내대표 간에 의안처리개선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양당의 교섭단체 수석부대표들이 협의를 계속해왔다. 그 결과 국회운영위원회 위원들로 구성된 6인 소위원회에서 작년 12월 말까지 수차례 회의를 열어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국회법 일부 개정법률안, 각 의원모임 등에서 마련한 의안처리개선 방안, 전직 국회의장들의 의견 등을 참고하여 “의안처리개선 및 질서유지 관련 국회법 등에 대한 개정 의견”을 채택하였다. 여야는 소속 의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2월 10일과 2월 27일에 각각 국회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바 있다. 여야는 총선 직후인 4월 25일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하였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식물 국회’가 된다고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그 후 여야 간에 타협이 이루어져 5월 2일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었다.
국회법 개정안의 주요내용 분석
이번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여야 간의 극한 대립과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야당에게는 필리버스터(Filibuster, 장시간의 연설이나 다수의 수정안 제출 등을 통한 계획적인 의사진행 방해행위(자))의 도입 등을 통해 충분히 소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대신 예산안을 비롯하여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국회 몸싸움의 원인으로 지적돼 온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대폭 축소하여 천재지변 또는 국가비상사태나 교섭단체대표들의 합의가 없는 한 직권상정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대신 국회의장은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재적의원 또는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위원회가 법률안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한 날부터 180일(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의 경우 9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것으로 간주하며, 그 밖의 안건은 바로 본회의에 부의附議, 토의에 부침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입법의 교착상태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둘째, 예산안과 부수 법률안은 매년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쳐야 하고,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경우, 해당 의안은 그 다음날에 본회의에 바로 부의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예산안이 법정기일 내에 통과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셋째, 야당이 물리적 방법 대신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반대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미국식 필리버스터 제도를 도입하였는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경우 본회의 심의 안건에 대하여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무제한 토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무제한 토론 종결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가능하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국회 의사진행 과정에서 야당의 물리적인 방해를 방지하기 위해 의장석이나 위원장석을 점거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바로 본회의에 부의하여 지체 없이 의결하도록 하였다. 또 의원의 국회 회의장 출입을 방해한 경우에도 징계하도록 하고, 질서문란행위 관련 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또는 사과의 경우 2개월 동안 수당 등 월액의 2분의 1을 감액하고, 30일 이내의 출석정지의 경우 3개월 동안 수당 등 월액의 전액을 감액하도록 하여 징계수준을 강화하였다.
<표> 국회법 개정안의 주요내용 예산안 및 부수법안 본회의 자동회부 : 헌법 상 의결기한(12월 2일) 48시간 전까지 심사 미종료 시 본회의 자동회부 본회의 필리버스터 (무제한 토론) 신설 :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개시. 안건마다 1인 1회 발언,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종결 안건 신속처리제 신설 : 재적의원 또는 재적위원 과반수 동의로 대상 안건 지정, 5분의 3 이상 동의로 의결 국회의장 직권 상정 요건 강화 :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 간 합의가 있는 경우에 한정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와 전망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과연 국회 폭력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개정안이 국회의 입법기능을 강화시켜 줄 것인가 여부가 쟁점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심재철 국회의원은 “몸싸움 방지란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워 소수파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다수결 원칙을 근본부터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같은 당 정의화 의원은 “제1당이 5분의 3 이상 의석(19대 국회의 경우 180석)을 가진 전례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신속처리 안건 지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물 국회가 될 우려가 많다고 본다. 그리하여 5분의 3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이를 과반수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한편 필리버스터라는 합법적인 의사방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몸싸움이 아닌 말싸움으로 반대의사를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야당이 이를 남발하는 경우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려면 5분의 3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렇게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를 되돌아보면 임기를 시작한 지 83일 만에 원 구성이 이루어졌고,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데 42일이 걸리는 바람에 헌정 사상 국회의장 자리가 가장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또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미디어법, 4대강 사업법, 세종시법 등을 포함한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회의장 점거, 해머와 전기톱의 등장, 본회의장에서 최루탄 터뜨리기 등 폭력이 난무하였다. 국민들은 곧 출범하게 될 19대 국회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19대 국회가 쟁점안건의 심의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안건을 심의하며,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안건을 심의하려면 국회운영이 교섭단체 위주에서 벗어나 운영위를 비롯한 상임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교섭단체 간 합의 없이는 본회의는 물론 상임위도 개최되지 않아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안건을 심의하거나 투표하는 대신 자율적으로 활동하여야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국회의원이 당론에 따라 활동하고 투표하기 때문에 여야 간에 극렬한 대립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의장석 또는 위원장석 점거금지 등으로 국회 내 질서유지를 강화하고,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국회를 구현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특히 19대 국회는 여야가 제로섬 게임식의 접근이 아니라 양보와 배려의 정치문화를 가꾸어나가야 할 것이다. 김용호 |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통상부 정책 자문위원. 국회의회발전연구회 이사 및 한국정당학회·한국정치학회 회장 역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미국 펜실바니아대 정치학 박사. 저서로 『북한의 협상스타일』 『한국 정당정치의 이해』 『비교정치학서설』(공저) 『민주주의원리 서설: 미국 민주주의의 원리』(역서) 등이 있음. 논술로 들여다보기 18대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통과시킨 ‘국회선진화법’은 취지와는 다르게 소수파의 과잉보호로 다수결원칙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신속한 의사진행을 막아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근거를 제시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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