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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왜 문제인가

이름 김하영 등록일 12.11.20 조회수 825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영리병원 도입에 야당·시민단체 반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이른바 영리병원 논란이 정국을 달구고 있다. 지난 8월 12일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이하 ‘경자법’)’을 철회한 지 나흘 만에 같은 당 손숙미 의원이 수정 법안을 다시 발의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한나라당에 법안 통과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야권 유력인사인 송영길 인천시장의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사안이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시는 “무리한 추진은 없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야권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영리병원은 경제자유구역뿐 아니라 앞서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결국 영리병원 허용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진행돼 부결된 바 있다.

손숙미 의원이 발의한 경자법은 외국기관을 반드시 병원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고, 내국인 환자 비율을 50%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국인을 겨냥한 영리병원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손 의원은 법안 취지를 “한나라당과 정부는 영리병원을 경제자유구역 내에 먼저 시행한 후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면 도입을 고려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6월 9일 영리병원 도입을 하반기 국정과제로 선정한 이후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제한적 영리병원 허용”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철회된 법안이 부활하자 야당과 시민단체는 “의료 상업화를 조장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적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야권은 영리병원 설립에 따른 부작용을 거론하며 잇따라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영리병원이 전국적인 이슈로 다시 급부상한 것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정부가 시대에 역행하는 영리병원 법안을 추진하는 것을 저지하는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8월 임시국회에 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의 반대가 워낙 거세 합의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영리병원, 산업이냐 복지냐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병원의 공식명칭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다. 주식회사 등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주식회사 병원이라고도 부른다. 주위에서 흔히 보는 병·의원도 영리가 목적이지만, 투자처를 다양화하고 이익의 외부 유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료기관의 투자처를 다양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의료서비스 선진화라는 명제 하에 추진과 중단을 거듭했다. 외국 유수 병원을 유치한다는 포석이 깔렸으나 성과가 없자 2005년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내용이 수정됐다. 이후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2009년에는 여야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전임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기획재정부와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던 것이 진수희 장관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영리병원에 부정적이던 의사단체가 지난 6월 제주도에 한정한 영리병원 도입에 찬성하면서 직능단체와의 갈등도 일단락됐다. 정부로서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그룹은 우수인력이 즐비한 보건의료 분야를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인식한다. 특히 대량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보건의료는 전적으로 인력에 의존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의과대학을 비롯한 보건의료계열 학과는 오랜 기간 전국의 최우수 학생을 싹쓸이했다. 덕분에 국내 의료기술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찬성 측은 도래할 바이오(BT, Biotechnology) 시대의 중심에는 의료기관이 존재하며 산업화를 통한 막대한 국부 창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며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 첫 관문으로 정부는 국내 의료기관의 의료관광을 허용했다. 현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에 한창이다. 정부는 외국인 환자 1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해왔다. 의료 인프라를 볼 때 의료관광 대국인 태국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8만1789명의 외국인 환자가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는 11만 명, 오는 2015년에는 3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병원과 연계된 제약, 의료기기산업의 발전도 기대하고 있다. 선진화된 의료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환자들이 대거 몰리고 관련 의료산업도 동시에 성장한다는 논리다. 또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한정해 시행하는 만큼, 제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인식을 보인다.



반면, 반대그룹은 국내 의료시스템의 열악한 공공성을 지적한다.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전적으로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전국 의료기관 10개 중 9개를 민간이 설립했다. 미국(30%대)과 유럽(80%대)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치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의료의 공공성이 더욱 악화된다는 게 반대 측의 논리다. 외국과는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본이 있는 영리병원으로 유능한 의료진이 몰리면서 저소득층의 진료권이 훼손될 것이란 주장도 폈다.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당연지정제는 국내 모든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반대 측은 영리병원을 통한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허구로 규정한다. 가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임준 교수는 지난 16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미국 시사주간지의 내용을 인용해 “2007년을 기준으로 미국 최상위 병원 12곳은 모두 비영리법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창출 역시 잘못된 통계이며 동네의원의 몰락을 가져와 의료비가 상승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한다. 일부 지역에 한정하더라도 향후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며, 산업화에 앞서 60%대 수준에 불과한 의료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책 아닌 이념의 문제

영리병원은 정책 문제라기보다 이념 논쟁으로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산업화와 복지 개념의 충돌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내에서 유독 영리병원이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열악한 공공의료시스템에 기인한다. 의료관광 대국인 태국과 싱가포르는 공공병원 비율이 각각 75%와 80%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이 전체 병상의 88%가량을 담당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사례를 찾기 어려운 불균형이다.



현재 영리병원은 합리적인 논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례로 의료관광 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수정을 거듭해 겨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의료산업화 일환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채권법 통과 역시 요원하다.

민주당 등 야권은 영리병원을 의료민영화의 결정판으로 규정하고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진보적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역시 영리병원 추진 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영리병원이 보편적 복지에 역행한다는 게 범야권의 일관된 시각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러한 반발을 의식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한정해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야권은 이마저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영리병원은 적어도 이번 18대 국회에서는 통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이어진 무상급식 투표 연장선에서 보면 야권은 반대 논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고 확고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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