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전북교육청과 경기교육청이 20일 각각 상산고·군산중앙고와 안산동산고의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상산고는 강력 반발하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고, 교육 관련 단체들은 환영과 규탄 성명으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고교체제 개편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행정소송이 잇따르는 등 논란은 길어지고 학교현장의 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은 상산고다. 이 학교는 전북교육청이 실시한 운영평가에서 79.61점으로 커트라인에 0.39점 미달했다. 2002년 자립형사립고, 2011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이래 뛰어난 입시성적을 내며 ‘신흥 명문학교’로 꼽혀왔던 상산고가 최종적으로 재지정이 취소된다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다. 이번 평가가 개운한 것은 아니다. 다른 교육청에 비해 전북의 커트라인만 10점 높았고, 감점이 컸던 사회통합전형 선발이 전국형 자사고인 상산고엔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 등 때문에 ‘탈락에 끼워맞춘 조사’라는 반발이 나온다. 하지만 운영평가 기준은 교육청의 권한이다. 커트라인이 전북에 비해 낮은 곳이라고 반발이 적은 것도 아니다. 이미 서울지역 자사고들은 평가 과정에서 달라진 배점 기준을 두고 제출을 미루는 등 반발해왔는데,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이나 가처분신청을 낼 가능성은 농후하다.
결국은 시·도 교육청의 엄격한 운영평가만큼이나 교육부의 태도가 중요하다. 5년 전 교육부는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줄줄이 ‘부동의’했지만,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공약 및 국정과제로 제시해왔던 문재인 정부에선 다를 것이라 기대한다. 2002년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했던 자사고가 이명박 정부 시기 대폭 확대되며, 학생 선택권 강화와 교육 다양화를 위한다는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사관학교로 변질한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10년간 논란을 거쳐 자사고·특목고의 전환에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더이상 공교육 체계 붕괴와 교육 양극화를 내버려둘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물론 학벌사회 완화, 입시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편 등과 맞물리지 않고 자사고 전환 하나만으로 공교육이 살아날 순 없다. 하지만 그 출발은 될 수 있다. 정부는 시·도 교육청에 떠맡길 게 아니라 자사고 설치의 근거가 되는 시행령 개정 작업에도 속도를 내기 바란다.
이명박 정부는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교육의 수월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고교 다양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도입된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는 고교 서열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학교가 성적 우수학생을 선점하면서 일반고 황폐화는 가속화했다.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권리는 국·영·수 위주의 입시교육 수단으로 변질됐다. 상산고의 경우 전국의 중학생 가운데 수학·과학 우수자들을 모아 다수의 의대 합격자를 배출해왔다. 일반고 2~3배에 달하는 등록금은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에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포함시킨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