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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시국선언

이름 형승현 등록일 16.11.06 조회수 814

'순실 시국선언', 이념도 무관 "87년 항쟁후 처음"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김민중 기자, 윤준호 기자] [민주주의 위기 때마다 나온 시국선언, 엘리트 전유물→각계각층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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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현 정권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논단 파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시국선언은 국가적 중대사안에 대해 특정 단체나 개인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정치·사회적 신념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행위다.

우리 현대사의 주요 길목마다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시국선언은 민심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진다. 평소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마저 공개적으로 나섰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 민주 정치질서가 무너졌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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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학생들이 3일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민주주의 위협 때마다 등장한 시국선언

민주주의나 국민안전이 위협받을 때마다 시국선언이 등장했다.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이승만 정권을 퇴진시킨 4·19 혁명,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시국선언이 대표적이다.

1960년 3월15일 치러진 자유당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규탄시위 와중에 최루탄을 머리에 맞아 숨진 김주열 학생(마산상고)의 시신이 바다에서 떠올라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전국대학교수단은 4월25일 "이번 4·19의거는 이 나라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대한 계기"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거리행진에 나섰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에서도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1986년 3월 고려대 교수 28명이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으로 시국선언을 한 데 이어 6월 전국대학교수단 연합은 민주헌법 제정을 요구하며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당시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이듬해 5월 말까지 이어져 6월 항쟁을 뒷받침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논란 때 시국선언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대학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언론인, 노동조합 등 각계각층이 시국선언을 한 것이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시국선언은 교사들의 줄 징계로 이어지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에도 불을 붙였다.

이 밖에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규탄 등의 사안에도 시국선언이 등장했다.

◇엘리트 전유물이던 시국선언, 이제 모두의 목소리

'최순실 파문'에 따른 시국선언은 지난달 26일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시작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의 입학·학사관리 특혜 논란이 빚어진 이대에서부터 학생들이 들고 일어난 셈이다. 이후 전국 대학 학생·교수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만 100여개로 늘어났고 종교계 등 대학가 밖으로도 퍼지고 있다.

과거 시국선언이 대학교수 등 소위 '엘리트' 중심이었다면 오늘날 시국선언은 주체가 더 다양해졌다. 진보와 보수 진영논리 구분 없이 동참하고 있는 것도 '최순실 시국선언'의 특징이다.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중·고등학교 학생, 예비교사들의 시국선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회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건 아니다"라며 분노를 표현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시국선언의 성격이 '엘리트의 계몽'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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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광주행동 회원들이 27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비선실세 최순실씨 파문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시국선언은 지식인, 엘리트 계층이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고 나머지 계층을 이끄는 계몽적 성격"이라며 "최근에는 중학생, 고등학생이 참여할 정도로 모든 계층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국선언=진보'라는 이념적 공식도 깨졌다. 기독교계 등 보수층도 민주주의가 무너진 현실을 비판하는 상황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1987년 항쟁 이후 진정한 의미의 시국선언이 나타났다"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민 모두가 참을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상민 위즈덤센터 고문(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진보와 보수 등)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는 이념과 진영논리에서 벗어났다"며 "'우리 모두가 꼭두각시였다'는 분노에 휩싸인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다양한 표현방식이 나타나는 점도 새롭다.

페이스북이나 온라인 학교 게시판 등에서 시국선언 동참의사를 묻기도 하고 최순실씨가 무당이라는 항간의 소문을 빗댄 '시굿선언'이나 굿판 퍼포먼스, '공주전', '박공주헌정시' 등 풍자물이 쉴새 없이 올라온다. 딱딱하고 엄중한 '선포' 형식의 기존 시국선언에 모바일 세대 특유의 풍자와 해학을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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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hoo13@mt.co.kr, 김민중 기자 minjoong@, 윤준호 기자 h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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