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열흘만에 또 담화… '100초 녹화' 1차와 달리 9분간 생중계
잘못·송구·사죄 표현 쓰며 "靑 들어온 뒤 외롭게 지내" 개인사 언급도
"국정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 된다" 강조… 참모들 모두 침통한 표정
최순실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사과는 지난달 25일에 이어 두 번째다. 5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고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측근들이 연달아 구속되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급박함이 작용했다. 박 대통령이 9분 3초간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눈물을 글썽이거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두 번째 대국민 사과는 길이나 형식, 내용 등에서 첫 번째와 차이가 있었다. 지난달 25일 첫 사과는 1분 40초 분량에 사전 녹화 형태로 진행됐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에 손을 댔다는 정황이 보도로 나오자 이에 대해서만 일부 인정하고 해명하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전체적으로 표정은 담담했다.
반면 4일 사과는 9분 3초 분량이었고, 방송도 생중계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울먹였고 눈시울이 내내 붉어져 있었다. 원고를 읽는 속도는 첫 번째보다 확연히 느렸다.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 "스스로 용서하기 힘들고 서글픈 마음" "밤잠을 이루기도 힘들다"는 등의 표현을 썼다. 그러나 현장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은 것은 두 번 다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짙은 회색 바지 정장에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고 춘추관 회견장에 나타났다. 잠을 잘 못 잔 듯 눈이 부어 있었고 낯빛은 창백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고개를 숙인 뒤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며 말을 뗄 때부터 울먹이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을 둘러보면서 말을 이어갔지만 목소리는 떨렸고 눈가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박 대통령은 "절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들,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한 대목에서도 울먹였다.
특히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해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며 개인사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목이 가장 심하게 메었다. 이어 "무엇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으로 괴롭기만 하다"고 한 다음에는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 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돼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며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 사태로 모든 국정 성과가 부정당하고 있다며 "국정이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 된다"고 할 때는 어조가 다소 단호해졌다. 마지막에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등 각계와 소통하겠다고 다짐할 때는 조금 진정된 듯 들렸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을 모두 읽고 다시 고개를 숙인 뒤 곧바로 퇴장하지 않고 단상을 내려와 기자석으로 다가왔다. 그는 마이크가 없는 상태로 "여러분께도 걱정을 많이 끼쳐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고 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사과를 하는 동안 배석한 한광옥 비서실장 등 참모진도 모두 침통한 표정이었다. 일부는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눈을 감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내내 천장만 바라보는 참모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첫 번째 사과 때와 달리 이날 행사장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적힌 로고가 붙은 연단이 마련됐다. 25일 사과 때는 '대한민국 청와대'라고만 쓰여 있고 상반신만 보이는 연단이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