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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화, 너어어어어무 길다

이름 박경아 등록일 16.06.07 조회수 974
아가씨’ 144분 상영…‘곡성’ 156분
작년 흥행 톱10 모두 2시간 넘겨
관객들은 거부감 크지 않은듯

황진미 영화평론가의 쓴소리
“감독이 압축 실력 없다는 말이죠
너무 잡아빼면 진부하고 지루”
“<올드보이>를 만들어놓고 제일 뿌듯해하시는 부분은?” “두 시간 안쪽으로 끊었다는 겁니다. 앞으로 봉준호, 이재용, 강우석, 이런 감독님들 만나면 이렇게 얘기해주려고요. ‘어유, 어떻게 두 시간 넘는 영화를 만들어요….’” 박찬욱 감독은 2003년 영화주간지 <씨네21> 셀프 인터뷰(스스로 작성해 보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농담조’였지만 이번에 <아가씨>를 편집하고는 뿌듯함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아가씨>의 러닝타임(144분)은 두 시간을 넘고도 24분을 더 간다. 99분짜리 <스토커>를 빼면 박찬욱 감독 영화의 상영시간은 상향 곡선을 그리며 길어져왔다. 박 감독과 마찬가지로 ‘칸이 사랑하는’ 나홍진 감독은 세 편의 개봉영화에서 두 시간을 안 넘긴 적이 없다. 데뷔작인 <추격자>가 125분, 두번째 영화 <황해>는 <곡성>과 똑같은 156분이다.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도 147분, <엑스맨: 아포칼립스>도 143분이다. 영화 상영시간이 너무 길다. 왜 이렇게 영화가 길어질까.

■ ‘예술적 블록버스터’의 등장 ‘위험한’ 상영시간은 극장가에서 환영받는 요소였다. 195분짜리 영화 <타이타닉>(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1993년 <서편제>가 기록한 관객 230만명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997년 당시로서는 ‘초대박’인 490만 관객을 모았다. 이후 제임스 캐머런은 2009년 <아바타>를 세 시간 가까운 162분으로 개봉했고, 역대 최고 관객수 1330만명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2014년 <명량>(1760만) 때까지 5년간 깨지지 않았다. <명량>의 러닝타임은 128분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예술적 블록버스터’의 등장이 길어진 러닝타임의 바탕에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블록버스터와 예술영화라는 구분이 있었는데, 제임스 캐머런 이후 ‘예술적 블록버스터’가 등장했다. 상업적 맥락에서는 없어도 되는 비슷비슷한 장면이 감독이 의미를 담아 보여주려는 의도로 반복된다.”

■ 같은 값이면 긴 영화 극장 관객들은 긴 상영시간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 지난해 흥행 10위 안의 영화 중 두 시간이 안 넘는 영화는 한 편도 없다. 1위 <베테랑>은 124분, 2위 <암살> 140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141분이다.

영화는 직접 보기 전에는 어떤 상품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 블록버스터, 시리즈, 1위 영화 등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는데, ‘영화 상영시간’ 역시 그러하다. 경제적으로는 ‘같은 가격으로 1시간30분짜리보다는 2시간30분짜리 영화를 더 싸게 본다’고 생각한다. 상영시간이 긴 대작 영화에 대한 가격 수용도가 일반 영화보다 높다는 연구도 있다.

러닝타임이 길면 극장 하루 상영 회차 수가 적어져 흥행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통념이다. 하지만 한 극장 관계자는 “상영시간 2시간 이내면 한 관에서 한 회차 정도 더 상영할 수 있다. 하지만 6~7개관이 있는 멀티플렉스는 회차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 청승맞아지는 영화들 블록버스터가 140~150분을 오가는 반면, 중급 영화들의 러닝타임은 110분대다. 지난 4~5월 개봉한 <해어화>는 120분, <두개의 연애> 110분, <계춘할망> 116분, <제3의 사랑> 113분 등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들 모두 15분 이상 상영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엔딩이 두세 번씩 나온다. 감독이 자기가 할 말을 간추리지 못하고 못 알아들을까봐 반복해 이야기한다. 압축의 실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는 영화의 엔딩이 늘어지는 것을 눈썹 그리기에 비유했다. “눈꼬리를 길게 그리면 눈이 가늘고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너무 길게 잡아빼면 청승맞아 보이는 법이다. 영화도 엔딩을 길게 함으로써 감동이 짙어 보이는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너무 길게 잡아빼면 진부하고 지루하다. 이것도 일종의 청승이다.” ‘반전에 대한 강박’ 역시 긴 상영시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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