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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의 수치문화

이름 반효희 등록일 16.03.31 조회수 875
일본 사람들에게는 별난 욕이 있다. 쌍시옷이 들어간 말이 아니다. ‘수치를 모르는 이’와 ‘의리를 모르는 이’라는 말은 심각한 수준의 욕이다. 칼부림할 만큼 모욕적이다. 루스 베네딕트는 저서 ‘국화와 칼’에서 서구의 문화를 ‘죄의 문화’, 일본 문화를 ‘수치의 문화’로 대별했다. 50여년 전에 나온 책인데도 일본 사람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평을 듣는다.

서양문명 가운데 기독교는 선악의 잣대였다. 이를테면 기독교의 십계명에 도둑질은 죄라고 규정되어 있다. 도둑질했을 경우 죄를 지으면 양심의 소리, 즉 죄의식에 시달리는 게 일반적이다. 가톨릭에는 고해성사란 게 있다. 자신의 죄를 주임신부에게 고백하고 용서받는 것이다.

반면 일본에서 선악의 기준은 다른 사람의 눈이다. 보편적인 원칙, 즉 상식이라는 사회규범이 작동하지만 선악의 잣대는 다른 사람의 평판이 절대적이다. 수치문화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서구와 같은, 인간의 행동을 옳다 그르다 판별할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다만 다수의 사람이 ‘착한 사람이다’고 하면 착한 사람이다. 어릴적부터 이웃에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끊임없이 주위의 눈을 의식하며 “다른 이에게 폐(迷惑·めいわく)를 끼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는다.

이렇듯 일본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평가한다. ‘수치를 모르는 이’로 낙인찍히면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어려워진다. 규범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서로 감시하는 관계의 문화가 일본 스타일이다.

서구는 흔히 개인문화라고 한다. 죄의 문화에서 유래한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개인을 만들어낸다. 반면 수치의 문화는 공동체에 헌신하는 협동조직을 만들어낸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이런 문화는 일정 정도씩 내포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는 조직적 문화가 훨씬 강하다. TV로 생중계되는 줄다리기 전국대회가 인기스포츠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수치와 혐오는 극도의 개인 감정이다. 감정을 표출했을 경우 격한 반발을 초래하거나 즉흥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수치를 알아야 사람 대접을 받는다. 최근 섹ㅅ스캔들이 드러난 집권 자민당의 젊은 국회의원이 공개사과로 용서를 빌었다. 기자들 앞에 나타나 결연한 표정으로 “사회에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용서를 빈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수치의 문화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공중도덕에 반하는 행위를 했는데도 말이다. 전철 칸에서 등에 멘 배낭이 남을 쳐도 사과 한마디 없다. 공중교육을 어릴적부터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면 더욱 심각하다.

수치를 알고 행동하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수치를 안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아파트 회장 선거에서 졌다고 노상에서 주먹다짐을 한다. 운동선수의 경우도 자신과 연관돼 심각한 피해를 입은 선수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창피함을 알고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승욱 문화부 선임기자

우리나라 또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라는 문화를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학교만 보더라도 자신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웃고 떠들며 공부하는 친구들을 방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자유가 소중한 것 처럼 다른 사람의 자유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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