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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행정고시가 특정 정당의 ‘당원 선발시험’인가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1.16 조회수 779
10월말에 실시된 행정고시 최종 면접시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사상 검증성’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새마을운동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이른바 박정희 시대의 치적을 소재로 한 토론도 벌이게 해 응시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국민의 공복을 뽑는 시험인지, 특정 정당의 당원을 뽑는 시험인지 헷갈리게 하는 면접시험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는 둥 앞장서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는 “국정화 반대는 북한의 지령을 따르는 것”이라는 색깔론까지 펼치고 있다. 행시 응시자들로서는 자칫 답변을 잘못했다가는 합격은 고사하고 종북세력으로까지 몰릴 수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응시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한 가지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은 숨긴 채 무조건 국정화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 떠돈 지는 이미 오래됐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갈대처럼 흔들리는 신세를 공무원 스스로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이번 행정고시 면접시험은 아예 공무원 선발 과정에서부터 수험생들에게 자신들의 ‘영혼 없음’을 증명하라고 다그쳤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화 반대 여론이 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 그것이 상식이고 민심이다. 그런데 행정고시 면접관들은 응시자들에게 국민의 여론이나 합리적 사고 따위는 외면하라고 강요했다. 이제 갓 공직사회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여론 무시, 정권 순종’의 필요성부터 가르친 것이다. 이렇게 뽑히는 공무원들이 앞으로 어떤 자세로 일을 할지는 자명하다.

우리 헌법 제7조는 ‘모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나랏일을 맡기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행시 면접시험은 헌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한 채 ‘공무원은 대통령과 특정 정파에 대한 봉사자’가 돼야 한다고 강요했다. 인사혁신처는 “면접위원이 300명이 넘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발뺌하지만 그렇게 어물쩍 빠져나갈 일이 아니다. 공직사회를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도 그런 엉터리 질문을 한 면접관들을 찾아내 엄히 문책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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