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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률적 하향평준화 강제하는 ‘박근혜식 복지’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1.16 조회수 780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1496개 복지사업에 대해 중앙정부 정책과 겹친다는 이유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지자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방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정부 방안은 형식적 효율성을 내세워 실질적 복지를 축소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많은 노인·장애인·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듯 중앙정부가 선진국 수준으로 충분한 복지정책을 편다면 지자체들이 없는 살림에 굳이 중복되는 복지사업을 벌일 리 만무하다. 중앙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거나 미약한 곳이 많기에 이를 보완하는 성격이 큰 것이다. 그러니 중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절실한 복지수요를 얼마나 채워주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노인(장수)수당이다. 정부는 기초연금과 겹친다는 이유로 폐지를 압박한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최소한도의 생활보장책일 뿐이다. 가난과 질병, 외로움 등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을 위해 추가적인 노인복지는 다다익선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을 고려하면 중앙정부가 발 벗고 나서도 모자랄 판에 일부 지자체들이 노인들에게 한달에 몇만원씩 더 보태드리는 것마저 금지하려 하니 복지를 하향평준화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정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월 104만원씩 생활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자체별로 추가 지급하던 몇십만원의 생활지원금까지 막으려 했다. 정부가 주는 생활비는 대부분 의료비로 써야 하는 할머니들의 처지를 살펴 지자체들이 나섰던 것인데 이런 현실은 헤아리지 않고 삭감에만 몰두한 것이다. 비난 여론이 일자 은근슬쩍 없던 일로 했지만, 이 소동은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방안’의 무책임성과 비현실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최근 들어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복지정책을 시도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의 ‘청년지원수당’이 좋은 예다. 그런데 사회보장위 회의에서는 이를 두고 ‘선심성’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한다. 사회보장위는 한술 더 떠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정책을 도입할 때 중앙정부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지자체의 복지정책을 더욱 강하게 옥죄겠다는 신호다. 중앙정부가 국제 수준에 뒤처진 복지 현실의 개선을 주도하지도 못하면서 지자체의 자발적 노력마저 어떻게든 훼방하려고만 드는 모습이 참으로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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