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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온 나라가 감시당하는데도 침묵하는 정부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1.16 조회수 780
한국과 한국 국민은 전방위로 전면적인 사찰을 받아왔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세계적인 도감청 실태, 이른바 ‘스노든 문서’의 공개된 내용을 <한겨레> 탐사보도팀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새삼 놀랍고 무섭다. 미국 국가안보국이 주도하는 영어권 5개국의 정보연합체 ‘파이브아이스’는 세계 어디에서건 언제든지 모든 감시대상의 인터넷 정보를 훔쳐볼 수 있었다. 한국도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도감청은 그럴듯한 명분도 없이 자신들의 국익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가해졌다. ‘파이브아이스’에 속한 뉴질랜드 정보기관 정부통신안보국(GCSB)은 2013년 1월말부터 4월말 사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운동이 벌어지는 동안 자국 후보인 팀 그로서 통상장관의 경쟁자인 박태호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8개국 후보들의 전자우편을 도청했다. 미국 국가안보국이 만든 강력한 인터넷 도감청 프로그램 ‘엑스키스코어’가 그 도구였다. 한국에선 외교부와 서울대 전자우편망이 뚫렸다. ‘파이브아이스’의 다른 나라들 역시 사소한 필요로도 서슴없이 도감청에 나섰다. 영국 정보기관 정보통신본부(GCHQ)는 암호화된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는 ‘플라잉피그’를 개발해, 한국의 보안 메일 서비스업체의 서버 정보를 분석하고 수집했다. 이를 통해 빠져나간 기업 정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캐나다도 원자로 협상과 관련해 한국대사관의 교신 내용을 도청했다. 미국 국가안보국은 한국 정보기관의 북한 해킹 프로그램을 다시 해킹해 북한 관련 정보를 얻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을 협력 대상으로 삼아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필요에 따라 언제든 가차없이 도청의 칼날을 들이댄 일이 한둘이 아닐 터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이 인터넷망의 핵심 장비와 기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에 해당하는 핵심 장비인 라우터의 경우 미국 기업이 시장의 51%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도 인터넷망 장비의 대부분을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들 장비에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 인터넷망의 길목에서 정보를 송두리째 빼올 수 있었다고 한다. 당하는 처지에선 온몸이 감시의 도마에 올랐는데도 꼼짝 못하는 꼴이다. 인권 침해는 물론 주권까지 침탈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이에 항의를 하거나 뭔가 조처를 취한 흔적은 없다. 어떤 어두운 속사정이 있기에 그런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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