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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국민 겁박하나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1.16 조회수 770
14일 오후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릴 예정인 ‘민중 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정부 5개 부처 장차관들이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엄정 대응’, ‘끝까지 추적 검거’, ‘사법 조처’ 등의 살벌한 말들이 쏟아졌다. ‘가만히 있으라’고 으르고, ‘처벌하겠다’고 협박하는 투다. 담화 뒤에는 검찰 주재로 유관기관 회의도 열렸다. 1970년대 유신시대나 1980년대 5공 때 자주 보던 관계기관대책회의와 합동 기자회견 장면이 꼭 이랬다.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집회와 파업을 방해하려는 따위의 목적으로 각 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한 것이 박근혜 정부 들어 이번이 네번째다. 사고방식에서 행태까지 30~40년 전 모습 그대로 퇴행한 듯하다.

정부는 이번 대회가 불법 과격집회인 양 미리 단정하고 호도하고 있다. 교사들에겐 집회 참가가 “교육자로서 직무를 벗어난 행위”라고 비난하고, 공무원들에겐 “불법 집단행동”이라고 매도한다. 매년 이맘때 해오던 집회이고 상반기부터 예정돼 일찌감치 신고까지 마친 합법 집회라는 사실은 아예 눈을 감는다. 농민들에겐 “바쁜 수확철이니 생업에 매진하라”고 짐짓 걱정하는 척하고, 노동자들에겐 “정치 총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 노동개혁으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때”라고 꾸짖기까지 한다. 농산물시장의 잇단 개방과 시늉뿐인 정부 대책으로 생존권까지 흔들리는 농민들의 아우성은 못 들은 체하고,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개악을 강요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이 노동개혁인 양 우기는 꼴이다. 교사와 청년·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지금의 ‘헬조선’을 빚어낸 청와대 ‘불통정치’에 대한 항의, 국민의 기억까지 지배하려는 ‘역사 쿠데타’에 대한 저항이라는 사실도 외면한다. 그렇게 국민의 목소리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처벌하겠다는 으름장으로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려 드는 것이 지금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다.

경찰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체 경찰력이 모두 비상근무를 하는 ‘갑호 비상령’을 발동했다. 갑호 비상령은 군의 ‘진돗개 하나’에 해당하는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로, 극도의 혼란 사태 혹은 계엄 선포 직전에나 발동되는 것이다. 경찰은 광화문광장 앞을 경찰버스로 가로막는 차벽 설치까지 공언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나 호들갑을 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대통령 한 사람의 불안감 때문이라면, 그런 대응은 애초 잘못이다. 국민의 아우성은 틀어막으려 할 게 아니라 귀 기울여 들으려 할 때 비로소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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