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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황교안 총리의 ‘거짓말 담화’가 집필 기준이라는 국편

이름 김혜진 등록일 15.11.07 조회수 601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우려대로 친일과 독재 미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에 ‘황교안 총리의 담화’ 내용을 모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거짓말이 포함된 황 총리 담화 내용이 교과서 편찬 기준에 반영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 모든 것이 다 포함된다”고 대답했다.

황 총리 담화의 핵심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의미가 훼손됐으니 바로잡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바꿔야 한다는 뉴라이트 주장과 같다. 이는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을 정면 부정하는 것이다.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일제하 독립운동이 일부 인사들만의 반정부 활동으로 격하될 수밖에 없다. 임시정부 역시 일개 정치단체 취급을 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헌법 정신에 입각한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정치가 역사를 재단하면 절대 안된다”던 10년 전 발언을 뒤집고 국정화를 강행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자기모순 못지않다. 김 위원장이 헌법을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 든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기준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상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이다. 개정 교육과정이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대해 ‘권위주의 시대’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독재적 성격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표현이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하면 현 집권 세력과 보수층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불편한 과거’를 세탁해보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이 부실하게 이뤄지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행정예고 기간에 의견을 낸 47만명 가운데 68%가량이 반대 의견을 냈는데도 정부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국정화 방침을 확정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민 배신 행위이다. 법적 절차를 무시하면서 국정을 운영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것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어제 회견에서 “모든 것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겠다”면서도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집필자가 압박받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밀실작업 가능성을 자인한 셈이다. 집필진 공개는 교과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과서 집필을 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을 밝히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자격이 없는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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