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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은행 경쟁력 하락이 호봉제 탓이라는 금융개혁론의 엉뚱함

이름 김혜진 등록일 15.11.07 조회수 581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그제 “(은행업의 경쟁력을 위해) 중요한 과제는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문화를 어떻게 확산시키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금융 세미나에서는 “현행 임금체계가 경쟁력 하락 요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억대 연봉 받으면서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조가 강해 (개혁의) 역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최경환 부총리 발언의 연장선이다. 한마디로 금융 경쟁력이 낮은 게 은행원의 고임금 체계와 노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노조를 귀족으로 몰아 책임을 떠넘기는 게 유행이 되었다지만 금융부문조차 종사자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노조 손보기로 둔갑한 데는 말문이 막힌다.

은행원의 연봉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높은 것은 맞다. 최 부총리 말대로 급여를 축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은행 노사가 해결할 일이다. 정부가 개별 기업 임금체계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행여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참지 못한다’는 정서를 자극해 개혁성과를 만들어보겠다는 뜻이라면 치졸하고도 비겁한 행위이다.

금융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선진금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대출이자와 수수료로 먹고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금융허브니 녹색금융이니 하면서 선진화를 외쳐 왔지만 결과는 공염불이었다.

금융이 이렇게 멍든 근본 원인이 관치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이 내려왔다. 자신을 임명해준 정권에 대한 충성이 우선인 이들에게 경쟁력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박근혜 정부 역시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등 정권 창출 공신들이 금융사 상층부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정책도 정권의 필요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언제는 비 올 때 우산 뺏지 말라 했다가 이제는 좀비기업 정리를 주저하는 은행들에는 불이익 주겠다며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금융을 정권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인식과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을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금융개혁의 목표는 그림자 규제를 없애고 금융권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모든 개혁은 스스로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고, 이를 고쳐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 남 탓만 하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출처- 경향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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