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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한에 사상적으로 지배당할까봐 국정화한다는 대통령

이름 김혜진 등록일 15.11.07 조회수 564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자긍심과 뚜렷한 역사 가치관이 없으면 통일돼도 북한에 의해 사상적으로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통령의 시대 인식과 발상은 비현실적인 데다 일반 국민과도 간극이 크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은 끝난 지 오래다. 40배가 넘는 경제력 차이만이 아니다. 북한의 1인 독재, 3대 세습 체제에 동의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북한에 사상적 지배를 당할 것이라고 보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 문제 삼는 현행 검정교과서도 북한 체제와 주체사상이 인민을 굶기고 인권을 침해한다고 가르쳐왔다.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국가 자긍심과 역사관에 대한 인식이 유신독재의 1970년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 개인의 영역인 가치관과 인식에 대해 집단화, 일체화를 강요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자긍심과 같은 국가에 대한 인식은 국민 각자가 삶을 통해 느끼고 경험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역사관도 각자의 사고 가치 체계와 판단을 통해 생성된다. 국가가 개입하거나 강요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설령 국정 역사교과서로 가르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아니다.

이는 유신독재가 만든 국정교과서로 국가주의를 배운 386세대가 민주화의 주역이 된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의 국가 자긍심 제고와 건강한 역사관 형성을 바란다면 국정화 대신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안정, 복지와 청년 일자리 확충에 힘쓰는 것이 상책이다.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국가 자긍심을 키우기는커녕 약화시킬 것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까지 끌어들여 가며 교과서 국정화 홍보에 직접 나선 저간의 사정은 이해가 간다. 국정화 방침을 확정하고 본격 집필 작업에 들어갔는데도 여론이 오히려 악화되자 다급한 나머지 극단적, 자극적 주장으로 여론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으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색깔론을 앞세워 문제를 가리고 난관을 돌파하려는 국정 운영 방식에 국민이 피로감을 느낀 지 오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화석화된 현실 인식과 국민 계몽적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의견을 묵살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강요하는 것은 민주국가 대통령이 아니라 독재자나 하는 일이다. 이를 고치지 않으면 대통령이 갈등을 조장하고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장본인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정화를 철회하라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출처- 경향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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