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캐나다에서 들려온 소식이 신선하다. 지난 4일 취임한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15명씩 동수의 ‘성평등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난민 출신과 이민자, 원주민과 장애인을 장관으로 발탁했다. 연령을 30~60대로 다양하게 구성했고, 10개 주와 3개 준주(準州) 출신 인사를 모두 망라해 지역 안배를 이뤘다. 트뤼도 총리는 “(다문화 사회) 캐나다를 닮은 내각”이라고 표현했다. 개방과 관용, 다양성에 기초한 ‘드림 내각’으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트뤼도 내각의 참신함을 상징하는 인사는 민주제도부를 맡게 된 여성 장관 메리엄 몬세프다. 30세로 최연소인 그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이다. 20년 전 어머니와 함께 파키스탄, 요르단을 거쳐 캐나다에 정착한 난민 소녀가 장관에 오른 것이다. 하지트 싱 사잔 국방부 장관은 터번을 쓰고 긴 수염을 기른 시크교도이다. 5세 때 인도에서 이민 온 그를 비롯해 시크교도 여러 명이 내각에 포함됐다.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된 여성 조디 윌슨-레이보울드는 캐나다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장관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 켄트 헤르 국가보훈부 장관 등 2명은 장애인이다.
트뤼도 총리는 성평등 내각을 구성한 이유를 묻자 “2015년이니까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간결하면서도 명쾌하다. 2015년,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하는 사회라면 성평등은 마땅히 추구해야 할 명제다. 한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19명 중 여성은 ‘당연직’에 가까운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1명뿐이다. 30대 그룹 계열사 10곳 중 7곳에는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공직사회와 기업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그렇다. 세계경제포럼의 2014년 성 격차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 순위는 142개국 중 최하위권인 117위다. 성별 임금 격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다문화·다인종 사회에 대한 시각 역시 편협하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고, 해외 난민 수용에는 지극히 인색하다. 지역균형 문제는 다시 지적하기도 부끄럽다. 특정 지역 특정 고등학교의 선후배가 같은 시기에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을 석권할 판이다. 한국은 아직 ‘2015년’에 이르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남성과 여성이, 세대와 지역이, 민족과 인종이 공존하는 공동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할 당위다. 성평등과 지역균형을 위한 법과 제도는 물론 ‘다름’에 대한 포용성을 늘리는 사회·문화적 정책도 절실하다. 캐나다를 부러워하며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출처- 경향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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