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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저서의 왜곡 출판 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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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정혜빈 | 등록일 | 15.10.29 | 조회수 | 7224 |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저서 <위대한 탈출>의 출판사가 한국어판 출판사를 상대로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어판이 원저의 내용을 왜곡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왜곡이 사실’임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위대한 탈출>을 낸 미국 프린스턴대 출판부는 22일(현지시각) “한국어판이 원저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은 변경을 가한 채 출판됐다”며 “원저자와 프린스턴대 출판부에 의해 사전에 검토되거나 승인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프린스턴대 출판부는 “현재 나와 있는 책을 모두 회수해야 하며 새 번역본은 원문을 정확하게 살리고 독립적인 검토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편집상의 변경’을 했을 뿐”이라는 한국어판 출판사 한경비피(BP)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것이다. 친기업 성향의 <한국경제> 계열 한경비피가 지난해 펴낸 한국어판은 번역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무색할 정도다. 저자의 핵심 의도가 담긴 부분은 빠지기 일쑤였고, 특히 미국 내 불평등을 다룬 중요 부분은 내용이 변질됐다. ‘건강, 부 그리고 불평등의 기원’인 원저의 부제도 한국어판에선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진시키나’로 둔갑해버렸다. 이번 사태가 한 출판사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 건, 불평등이라는 현실을 대하는 우리 사회 일부의 불편한 시각을 잘 드러내주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이후 불평등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한국경제>가 디턴 교수의 메시지를 “경제적 불평등은 성장의 원동력”으로 호도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일부 학자들이 ‘좋은 불평등론’으로 화답하고 나선 것은 불평등에 쏠리는 뜨거운 관심을 돌리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세계적 학자의 저작마저 입맛대로 왜곡하는 일부의 낯부끄러운 행태는 준엄하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차분하게 되짚어보는 반성의 기회로 삼는 일도 중요하다. 마치 록스타 떠받들듯 피케티에 열광하던 목소리도 한순간에 잦아들었다. 충실한 데이터와 꾸준한 실증연구만이 현실의 불평등에 맞서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이야말로 노학자의 불평등 연구가 던지는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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