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토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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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로 말미암은 학교 현장의 비극

이름 김나영 등록일 13.07.05 조회수 1207
어제 일제고사로 치러진 진단평가는 초·중등 교육의 붕괴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수천명의 교사가 일제고사 반대 선언을 했고, 교사 145명은 아예 징계를 감수하고 불복종에 나섰다. 학부모 1만여명도 일제고사 반대 선언에 동참했으며, 학생 5천여명은 오답 제출 선언에 서명했다. 결국 학교 당국의 만류 속에서도 1400여명의 학생이 체험학습을 떠났다.

학교간 경쟁, 오히려 사교육 조장


시·도 및 학교 당국은 일제고사 성적 올리기를 위해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했다. 일부 학교는 상위 학생에게 상품을 주겠다는 미끼를 걸고 성적 경쟁을 자극했다. 도서상품권이나 현금을 내건 학교도 있었다. 반면 일제고사 성적의 10%를 수행평가에 반영하겠다는, 해서는 안 될 엄포를 놓은 경우도 있었다. 학교가 족집게 문제집을 나눠주며 시험에 대비하도록 하는 등 진단평가의 취지를 정면에서 훼손하는 사례도 있었다. 학교 당국의 이런 경쟁 심리로 말미암아 특수를 누린 것은 사설학원의 진단평가 대비 강좌였다.

‘학교의 학원화 현상’ 심화될 것


학교 당국은 이와 함께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사들과 학부모가 나서도록 닦달했다. 체험학습이나 오답 제출 등 일제고사를 포기할 우려가 있는 학생들은 교사로 하여금 가정방문 등을 통해 학부모에게 아이들을 단속하도록 채근했다. 불복종 교사들은 교무실 등에 격리시켜 학생들 접촉을 막았다. 일제고사가 빚은 교육 파괴 현상이 여기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불복종 교사 징계를 둘러싸고 학교는 더 깊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학교에 대한 아이들의 불신은 증폭되고, 문제풀이 수업에 집중하는 학교의 학원화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획일적 진단평가 강제가 문제


진단평가는 아이들의 학력 수준을 측정해 적절한 교수법을 채택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 취지에 따르면 교육 당국은 다양한 평가 방법을 개발해 제공하고, 각 학교는 평가 방법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쓰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의 자율성과 교육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일제고사라는 획일적인 방식을 강제해 학교교육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최악의 불경기 속에서도 사교육비는 무려 1조3천억원이나 폭증해, 전체 교육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게 됐다. 그 이유가 무모한 경쟁교육 정책 탓임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진실로 학교 자율화, 사교육비 감축을 원한다면, 획일적인 일제고사부터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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