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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편향,왜곡된 직업관을 조장하는 교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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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성은채 | 등록일 | 12.11.20 | 조회수 | 1090 |
차별적 직업관을 조장하는 현행 교과서의 내용을 고용노동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시정하는 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노동부와 교과부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공동으로 고등학교 교과서 7개 과목 16종을 분석한 결과 직업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강화하는 등의 불합리한 기술이나 표현이 상당수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이를테면 “교사와 의사 등의 직업과 같이 ‘선생님’으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 집단과 그렇지 못하는 직업 집단 사이에는…” “명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한 김 변호사는 이제 한국의 최상위층이 되었다”는 식이다. 비록 저자가 의도한 것이 아니고 전후 맥락은 다른 내용이라지만 조선시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제도를 연상케 하는 전근대적 직업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어이없다 못해 쓴웃음이 나온다. 진로 설정을 앞둔 청소년이 건강한 직업관을 갖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이와 관련한 교육이 얼마나 개념 없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졌는지 이번 조사가 뒷받침해준다. 교과서에 기술된 직업 빈도가 실제 분포와 달리 전문직에 치중돼 있고, 이들에 대해서는 긍정적 묘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 그렇다. 반면 단순 노무직, 판매직, 기능직, 농·어업 종사자 등은 기술 빈도도 적을뿐더러 부정적 묘사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무거운 짐을 진 그림과 함께 “중학교밖에 못 나왔으니… 이런 일밖에 못하네”라고 기술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아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현대판 사농공상 직업관은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구조적 모순과 문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직업 차별이 학력 차별을 낳고 학력 차별이 입시경쟁을 낳고 입시경쟁이 사교육을 낳고 사교육이 공교육을 파탄시키는 악순환 구조인 셈이다. 우리가 아무리 학력·직업 차별 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교육이 이를 역행한다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2012년 중·고교생 희망 직업 순위가 교과서에 기술된 직업 빈도와 일치하는 것도 전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행히 노동부와 교과부가 청소년의 올바른 직업관 형성을 위한 내용을 교과서 검정기준에 반영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교과서 편찬진에 산업계 현장 및 직업 전문가의 참여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검정기준은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교과서에 적용돼야 할 것이다. 학교 밖 사회에서도 직업 차별적인 내용과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 존경받아야 할 대상은 직업이 아니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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