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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황당한 '1만명 방사능 50년 추적 조사'

이름 홍유진 등록일 12.11.08 조회수 847

서울시가 아스팔트 도로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던 서울 월계동의 주민 1만명에 대해 앞으로 50년 동안 추적 역학(疫學)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초기엔 2~5년마다, 이후엔 10년 단위로 건강보험공단의 의료기관 이용 기록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매년 1억~2억원씩 들여 50년간 조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 11월 월계동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방사선 수치가 높게 나온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조사에 들어가 아스팔트에 세슘이 미량 섞인 사실을 확인하고 문제의 아스팔트를 몽땅 걷어냈다.

서울시는 그동안 월계동 주민 1만631명을 상대로 '해당 도로를 얼마나 자주 지나다녔는지' 설문조사를 해 도로에 머문 시간을 추정한 후 도로가 뿜어내는 방사선량을 곱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의 방사선 누적 피폭량(被曝量)을 계산했다. 그 결과 한 번이라도 해당 도로를 지나갔던 사람은 5598명이었고, 이들의 평균 피폭량은 0.393mSv(밀리시버트)로 추정됐다. 평균 피폭량 0.393mSv는 미국까지 두 번 비행기 왕복 여행을 할 때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양에 해당한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두 번 이상 한 국민 수십만~수백만명도 추적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주민 1만명 가운데 5년간 평균 피폭량이 연 1mSv를 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多量) 피폭자'가 102명이었다고 한다. 한국인의 연평균 자연방사선 피폭량이 평균 3mSv이고, 의료용 CT 촬영을 한 번 할 때 피폭량이 6.9mSv이다. 서울시의 기준을 적용하면 7년에 한 번 CT 촬영만 해도 특별 관리 대상이라는 뜻이다. 도대체 임기 4년의 시장이 12번 바뀌는 기간인 50년 동안 누가 이런 역학조사를 맡아서 하겠다는 것인가.

한국인 1만명의 사망 원인을 분석하면 그 가운데 2500명은 방사선뿐 아니라 담배·음식·화학물질·스트레스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 암에 걸려 죽는다. 그 2500명 가운데 누가 아스팔트에서 나오는 방사선 때문에 암에 걸렸는지 어떻게 분간해내겠다는 것인가. 서울시의 '50년 추적 역학조사'는 도리어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가중할 뿐이다.

 

출처: 조선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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