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전여고 사회토론부 A.O(Approve Opposite) 의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A.O는 정치, 경제, 문화, 방송, 환경 등 다방면에서의 사회적 이슈에 관한 주제로 논의하고 토론하는 동아리입니다.
새 가족 기다리는 아이들의 또다른 '가족'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1.18
조회수
749
- 장애아 5년 돌본 최용철씨 "매년 응급실 들락날락… 자다가도 숨쉬는지 확인 대부분 생후 30개월 입양, 우리 아이는 5년이나 걸려 이제 헤어지려니 눈물이…"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한솔이를 사랑으로 키워주세요."
지난달 28일 최용철(52)씨는 먹먹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편지 한 통을 썼다. 지난 5년간 키워온 한솔(가명·6)이를 이달 말 미국으로 입양 보내며 새 부모가 될 미국 양부모에게 쓴 편지다. 최씨는 "그놈의 11월이 참 빨리도 간다"며 울먹였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사는 최씨네가 한솔이를 가족으로 맞은 건 2010년 11월이다. 한솔이는 태어나자마자 서울 동방사회복지회 일시보호소에 맡겨졌다. 엄마는 미혼모였다. 한솔이가 생후 4개월 됐을 때, 최씨네는 한솔이의 위탁 가정이 되어 한솔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최씨네처럼 입양 예정인 아이를 데려다 임시로 맡아주는 위탁 가정은 매년 900여 가구에 이른다. 동방사회복지회와 홀트아동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등 입양기관 세 곳에서 경제 형편이나 위탁모의 나이 등을 고려해 아이를 맡아줄 위탁 가정을 선정한다. 동방사회복지회 김혜경 입양사업부장은 "영유아기(期)에 사람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따뜻한 가정에서 보호를 받는 것"이라며 "일시보호소에선 한 명이 동시에 5~6명의 아이를 돌보기 때문에 아이 정서 발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위탁 가정 대부분은 원래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아이를 맡아 기르는 일을 시작한다. 한솔이를 데려올 때 최씨의 작은딸 문정(17·선일여고 2년)양도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이웃집에서 위탁 가정이 돼 아이를 돌보는 것을 보고 문정이가 "우리도 해보자"고 엄마·아빠를 졸랐다. 최씨는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 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문정이가 얼마 뒤 정말 만점을 맞아 왔다"고 했다. 그렇게 한솔이는 최씨네 막둥이 아들이 됐다.
한솔이는 시각장애 1급에 소뇌 위축증을 앓고 있다. 복지회에서 데려올 때만 해도 장애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한솔이는 좀처럼 가족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최씨의 아내 송미선(51)씨는 "한솔이를 데리고 와서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했다.
실제 한솔이는 1년에 수십 번씩 응급실 신세를 졌다. 한번은 아이가 자다가 한밤중에 혈당(血糖) 수치가 떨어지며 경기를 일으켰다. 주사기로 입안에 주스를 한 방울씩 넣어주며 응급실까지 달려갔다. 그 뒤로 최씨 부부는 자다가도 한솔이 코 밑에 손가락을 갖다 대 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런 한솔이를 입양하려는 이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입양할 뜻을 밝혔다가 한솔이 건강 상태를 듣고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발길을 돌린 부부도 있었다.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매년 250가구에 위탁되는 신생아 대부분이 생후 30개월쯤에 입양된다고 한다. 이때를 넘기도록 양부모를 만나지 못하면 대개 아동 보호 시설로 보낸다. 그러나 최씨 부부는 한솔이를 차마 보낼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한 미국인 부부가 한솔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남편이 주한 미군으로 복무한 이 부부는 10년 전쯤 한국에서 17개월 된 아이를 입양한 적이 있다.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지금 열한 살이 됐다. 양부모가 한솔이를 입양하는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을 들은 날, 최씨 부부는
한솔이를 안고 펑펑 울었다.
"그렇게 안쓰러우면 직접 입양하면 되지 않느냐"는 비아냥 섞인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최씨 가족은 장애가 있는 한솔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었고, 결국 미국 양부모에게 보내기로 결심했다. 최씨 부부는 복지회에서 위탁 가정에 한 달에 60만원씩 주는 지원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한솔이를 위해 쓰려고 모아놓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