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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개설 금지 반유디치과법 마구 적용하던 공단 환수 제동

이름 송세연 등록일 15.11.06 조회수 820

이중개설 금지 반유디치과법 마구 적용하던 공단 환수 제동

‘1인 1개설’ 원칙을 강화한 ‘의료법 제33조 8항’이 위헌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관련 조항이 개정되기 전 개설된 의료기관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의사 A씨와 B씨는 동업하기로 하고 지난 2011년 11월 병원을 개설했다. A씨는 진료만 하고 병원 운영은 B씨가 전담했다.

그렇게 병원을 운영한 지 3개월여 만인 2012년 2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의료법이 개정됐다. 일명 ‘반(反)유디치과법’이다.

합법적으로 개설했던 의료기관이 어느 순간 불법이 돼 버린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개정된 의료법을 근거로 2014년 10월 해당 병원의 요양급여비 지급을 거부했다.

의사 A씨는 이같은 공단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요양급여비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 3일 공단의 요양급여비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해당 병원이 개설된 2011년 11월 당시 시행되던 구 의료법에서는 현행 의료법 제4조 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과 같은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개정되기 전 의료법 제33조 8항의 취지도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함으로써 의사 아닌 자에 의해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개설 단계에서 방지하기 위한 데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해당 병원이 개설된 당시에는 대법원 판례(2003년 10월 23일)에 따라 의료인이 또 다른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허용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그 소속 직원들을 직접 채용해 급료를 지급하고 그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 받아 실질적으로 별도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어 “B씨는 A씨의 명의를 차용해 병원을 개설·운영해온 것으로 볼 수 있으나 A씨가 B씨에게 병원 운영에 관한 사항을 모두 위임하고 원고는 진료에만 전념하면서 B씨로부터 급여를 받기로 했다”며 “또 B씨가 해당 명원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해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것으 아니라는 점에 비춰 보면 이 병원을 개정 전 의료법 제33조 8항에 위반해 개설된 병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병원이 개정 전 의료법 제33조 8항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인지 여부는 병원 개설 경위, B씨가 이 병원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했는지 여부 등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을 거친 후에야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이 사건 처분 당시 해당 병원이 개정 전 의료법 제33조 8항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인지 여부가 명백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법원은 공단이 해당 병원에 내린 요양급여비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원고인 의사 A씨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승은 아직 1심이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세승 김선욱 대표변호사는 “사무장병원처럼 아예 법률적으로 문제가 명백한 경우 환수조치 하는 것과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의료인이 자본을 빌려서 하는 경우가 같지 않다”며 “이중개설을 금지한 조항에 대한 위헌 시비도 있는 상황에서 의료인 간 의료기관 개설에 따른 요양급여비 환수와 지급 거부는 사무장병원과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병원에서 했던 의료행위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과잉이나 부당청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도 사무장병원과 똑같이 싸잡아서 처분을 내리는 건 재고해야 한다”며 “공단도 행정처분을 내릴 때 차이를 두고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의료법 제33조 8항에 대한 위헌 지적이 나오자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1인 1개설 원칙 적용 대상을 의료인의 면허로 개설 가능한 의료기관에 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1인 1개설 원칙이 담긴 의료법 제33조 8항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를 ‘제2항 후단에 따라 개설 가능한 의료기관을 둘 이상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수정했다.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 개설할 수 있다는 조항에만 한정해서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이면서 다른 의료법인 이사도 맡고 있는 의료인들이 범법자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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