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약 1:5)
짧으면 삼 초, 길어봐야 삼 년.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그 시간을
훌륭히 마무리 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곳은,
그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줄 3학년 2반 입니다.
끝나지 않는 싸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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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최주영 | 등록일 | 21.03.23 | 조회수 | 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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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꽃도 부재(不在)한 광활한 평야, 그곳에 홀로 앉아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소녀가 있었다. 가끔 새들과 작은 들짐승들이 소녀에게 다가오는 것 외에는 소녀는 늘 혼자였다. 그런 소녀에게 어느 날 한 소년이 다가와 물었다. “너는 왜 계속 이런 곳에서 혼자 앉아있니?” 소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소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혼자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몇 달, 몇 년을 이곳에서 지냈는지 조차도 소녀는 모른다. 소년은 다시 물었다. “혹시 혼자서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없다면, 나랑 같이 놀지 않을래?” 소녀는 이 역시 대답할 수 없었다. 소녀는 누군가와 놀아본 적도, 누군가가 찾아온 적도, 누군가를 만나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녀는 자신이 이 상황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 때 소년이 소녀의 깊은 고민을 깼다.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 없어. 네가 무엇을 원하든 나는 그것을 존중할 테니까.” 소녀는 깊은 고민 끝에 소년을 따라나섰다. 소년은 ‘함께함’을 처음 느껴보는 소녀에게 함께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가르쳐주었고, 둘은 곧 몇 년 동안 죽을 맞춰온 소꿉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소녀는 소년과 헤어지면 지금까지 지내던 평야로 가서 시간을 보냈지만, 이전보다는 덜 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나타나 소녀를 맡아 길러주겠다는 이가 나타났다. ‘함께함’의 즐거움을 알게 된 소녀는 별다른 의심 없이 승낙했고, 영문 모를 불안감을 느낀 소년이 말리려고 했으나 그는 소년을 밀쳐내고 소녀를 데려갔다. 그리고 며칠 후, 소녀는 몸 구석구석에 상처를 입은 채로 그에게서 도망쳐 나왔다. 소녀는 소년을 보자마자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안겨들었다. 소년은 어찌된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이미 눈에 훤히 보이는 자잘한 상처들을 보고 괜히 묻지 않았다. 소녀는 다시 소년과 지내면서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을 치료했고, 그 상처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소년과 소녀가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아는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을 무렵, ‘그’가 다시 찾아왔다. 그는 뻔뻔스럽게도 소녀를 다시 데려가려고 하였고, 당연히 소녀는 완강히 거부했다. 시간이 흘러 소년도 건장한 체격을 지닌 청년이 되었기에, 예전처럼 힘으로 끌고 가는 것은 그에게 힘들어 보였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소녀에게 어떻게 잘해주었는지, 소녀는 원래 자신의 집에서 난 아이였다는 이야기, 호적에도 그렇게 적혀있다는 이야기들을 해냈다. 물론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전부 헛소리였다. 소년은 그의 화려한 헛소리와 거짓말에 감탄하며 짧은 일갈을 해주었다. “아저씨. 입이 좀 가벼우시네요? 어디서 같잖지도 않은 증거들을 물고 와서 헛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좀 믿을 구석이 있는 거라도 들고 오시던가, 이게 당신이 지어낸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디 있는데요? 왜 그렇게 이 아이를 데려가고 싶어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아이는 제 친구고, 제 가족 같은 아이입니다. 그딴 말인지 망아지인지 모르겠는 소리로 계속 제 친구를 괴롭힐 작정이라면, 저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소년이 일침을 가하자 그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언제 갔었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 만에 그는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저번보다 더 정교해 보이지만 더욱 억지스러운 이야기들을 들고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보다 배는 뻔뻔해져서 소년이 뭐라고 하든 자신의 주장을 물리지 않았다. 소녀까지 동참하여 자기주장을 내세우자 그때서야 겨우 물러났다. “정말이지… 저 아저씨는 지치지도 않나… 근거 없는 말로 계속해서 우겨대다니…” 소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격하게 긍정했다. 소년과 소녀는 숨을 돌리고 있으면서도 얼마 안 되어 또다시 찾아와 억지를 부려댈 그를 생각하니 인상이 찌푸려졌다. 분명 그는 몇 번이고 찾아올 것이고, 몇 번이나 억지를 부려댈 터이고, 소년과 소녀는 그것을 몇 번이나 쫓아내야 할 것이다. 이런 진절머리 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이유는 한 가지… “그래도… 너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소녀는 그에게 끌려가면 또다시 모진 일을 당하게 될 것이다. 소년은 친구이자 가족인 소녀에게 그런 일을 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와 계속해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한다. 소녀도 소년의 그런 마음에 감사하며, 함께 힘을 내어 싸우려 한다. 그가 포기하고 물러나기 전에는 절대 끝나지 않을 이 싸움을… 자신과 친구를 지키기 위해서, 그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 소년과 소녀는 이 끝나지 않는 싸움을 오늘도 계속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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