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1반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며

진실하게 만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Love myself, Love yourself! 

'나'와 '너'가 함께 만드는 '우리' 반
  • 선생님 : 박미향
  • 학생수 : 남 4명 / 여 3명

5학년 친구들에게 쓰는 열번째 편지

이름 박미향 등록일 20.03.29 조회수 35

얘들아. 주말 어떻게 보냈니?

선생님은 일요일 낮에 창가에 누워서 밖에 있는 나무를 봤거든. 그냥 무심코 보면 가만히 멈춰있는 듯 보이는 나무가 조금씩 가지를 흔들더라. 바람에 흔들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 때 문득 같은 걸 보아도 내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보는지, 어떤 마음으로 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걸 새삼 또 느꼈단다. 분명히 나뭇가지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말이야. 창밖을 바라보던 선생님이 갑자기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걸 알아차렸거든. 그 전에도 선생님은 나무를 보고 있었는데 말이야.

 

오전에 내내 선생님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매달렸어. 선생님한테 붙는 걸 좋아해서 어깨에도 올라타고 선생님 다리 위에도 앉고 그래. 어느 순간 피곤하게 느껴지고 짜증이 나는거야. 그래서 잠시 엄마를 내버려두라고 잠깐 혼자 있고 싶다고 했어. 엄마라도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늘 즐겁지는 않아. 선생님도 엄마이기 전에, 선생님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잖아. 그럴 땐 솔직하게 내 마음을 이야기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 혼자 그렇게 잠시 있으니까 다시 마음이 평온해지더라. 그러고 나서 선생님 아이들을 보니까 좀 전까지만 해도 떨어져 있고 싶던 아이들이 다시 너무나 귀엽게 느껴지더라고. 분명히 같은 아이들인데 말이야. 선생님 마음이 어떤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는거야.

 

오후엔 첫째 딸의 앞니가 빠졌어. 이제 학교 갈 나이가 되면서 이갈이를 하는거야. 세 번째로 빠진 이야. 딸이 이 빠진 기념으로 소원을 들어달래. 소원은 영화보기라는거야. 그래서 겨울왕국2’를 집에서 함께 봤어. 너희들은 이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다. 선생님도 참 좋아하는 영화야. 영상도 멋지고 노래도 아름답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도 참 좋아.

그 영화에서 올라프라는 눈사람 친구와 엘사 언니를 잃게 된 동생 안나가 슬픔에 빠져서 우는 장면이 나와. 그런데 그렇게 울다가 다시 힘을 내면서 노래를 부르거든.

그 가사를 좀 들려줄게.

 

내일이 올까 오긴 할까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겠어

어디로 가야 할까 나 혼자서

내 길을 밝혀주는 너 없이

 

 

알려줘 너 없이 일어서는 그 방법을

뭐든 해야만 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시 넘어져도

나는 해야만 해

 

 

멀리 보지 않을래

이 순간만 생각해

숨을 크게 내쉬면서

한 걸음 더

가볼거야

길이 아니라 해도

 

 

캄캄한 어둠 끝

빛에 닿을 때까지

할 일을 해야 해

잠든 태양 깨어나

모든게 달라졌다고

말을 해 줄 때까지

 

 

포기는 없어 나를 믿고

해야 할 일을 해

 

꼭 이렇게 적어 놓으니 시 같기도 하다. 그렇지? 실제로 시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시가 되는 경우도 많잖아.

 

수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지. 신체적으로 아파서 힘든 사람들도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어. 경제적 타격으로 생계가 곤란해 힘든 사람들도 있고, 너희들처럼 학교에도 못 나오고 일상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사람들도 많아.

코로나는 계속해서 번져가고 끝이 없어 보이는 이 전염병과의 싸움에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어. 선생님도 마찬가지야. 46일엔 너희들을 만나서 학교에서 함께 이야기나눌 수 있을거란 희망이 있었는데 이 또한 불투명해진다고 하니 다시 기운이 빠지더구나.

두렵고 어두운 시기이지만 다시 기운을 내어서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을 해보려고 해. 너희들도 너희들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해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내자.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자준아, 종찬아, 희선아, 동규야, 정모야, 지연아.

이번주도 건강히 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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