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1반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며

진실하게 만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Love myself, Love yourself! 

'나'와 '너'가 함께 만드는 '우리' 반
  • 선생님 : 박미향
  • 학생수 : 남 4명 / 여 3명

5학년 친구들에게 쓰는 세번째 편지

이름 박미향 등록일 20.03.19 조회수 41

 얘들아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 하루~


 아침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너희들에게 편지를 쓰려고 앉았는데 바람이 겁나게 불고 있구나. 때아닌 태풍이라니 다들 조심하길 바라.

지난번 편지에서는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었지? 물론 그것만이 선생님의 전부는 아니야. 선생님도 매일 매 순간 자신에 대해서 , 내가 이렇구나.’하고 알아가고 있으니까. 너희들도 선생님을 만나 함께 생활하면서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겪을 수 있겠지.

 

 그럼 너희들 서로는 어떨까?

너희들이 함께 같은 반으로 생활한지 꽤 오래되었을 것 같아.

전학 온 친구들도 있을 수 있지만 오래되었다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라고 해도 벌써 4년을 함께 하고 올해 5년째 보게 되겠구나.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니?

쟤는 어떤 애야. 쟤는 원래 저래.”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친구들에 대해 어떤 고정된 생각이 있을 수 있어.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거지. 이것과 관련해 선생님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말이야.

 

 먼저 첫 번째 이야기야.

어떤 사람이 인도로 여행 가서 한동안 지냈대. 그 옆집에 한 인도 아이가 살았는데 말이야. 셈하는 법을 잘 몰라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어. 그래서 기본적인 계산법을 알려주려고 시장에서 바나나를 사와서 예를 들며

핀투야, 내가 너한테 바나나를 한 개 주고, 또 한 개를 주고, 다시 한 개를 주면 넌 바나나가 몇 개지?” 하고 물었어.

그랬더니 이 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엄지로 다른 손가락 끝을 하나씩 짚어가며 세더니

 네 개요.” 하며 자신있게 대답했어.

 그러자 이 사람이 다시 설명을 하고 물었더니 또 똑같이 네 개라고 하는거야. 이번엔 바나나를 하나씩 떼어서 손에 쥐어주며

핀투야, 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잘 들어봐. 내가 너한테 이렇게 바나나를 한 개 줬어. 그리고 또 한 개를 줬어. 그럼 두 개를 준거지? 이제 내가 한 개를 더 주면 너한테 있는 바나나가 전부 몇 개야?”

 핀투는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은지 주눅이 들었어.

이마까지 찌푸리면서 자신없는 목소리로 네 개요.”라고 했어.

그러자 이 사람이 화가 났어. 일년 동안 이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후원도 해주고 있었던터라 그동안 뭘 공부했나 싶었던거야.

 그래서 큰 소리로 하나, , !”하고 바나나를 세어 준거지. 그랬더니 아이가 울먹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미안해진 이 사람이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아. 바나나는 너 다 가져도 돼. 셈공부는 다음에 또 하자.” 라고 말했어.

 아이는 소매로 눈물을 닦더니 고개를 숙인 채 바지 주머니에서 바나나 하나를 꺼냈어. 이 사람이 준 세 개를 합해 노란 바나나가 정말로 모두 네 개였지.

이 아이의 바지 속에 한 개가 더 있었고 아이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까지 세어서 네 개라고 했던거야. 이 사람은 그걸 모르고 아이가 잘 모른다고만 생각하고 다그쳤던거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자신의 계산법만 가르치려고 했던거야.

 

 두 번째 이야기야.

한 스승님에게 네 명의 제자가 있었어. 그는 제자들에게 자신과 타인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대. 그래서 한 명씩 차례대로 여행을 보냈어.

먼 곳에 있는 배나무 한 그루를 보고 오는 여행이었어. 그런 다음 각자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게 했지.

 첫 번째 제자는 겨울에 나무를 보고 왔어. 그는 차가운 바람 속에 헐벗은 나무를 보고 와서 그 나무에서는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어.

 두 번째 제자는 봄에 가서 보고 왔지. 가지마다 새움이 파릇파릇 돋아난 봄기운 가득한 나무를 보고 앞날이 무척 기대되는 나무라고 했어.

 세 번째 제자는 초여름에 나무를 보러갔어. 나무는 온통 흰 꽃으로 뒤덮여 있었고 감미로운 향기가 풍겼지. 제자는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나무라고 했어.

 네 번째 제자는 가을에 가서 나무를 만났고 가지가 휘어질 만큼 매달린 황금빛 열매들을 보았어. 제자는 햇빛과 비를 당분으로 바꿔 결실을 맺은 나무에 감동했다고 했어.

 

스승은 제자들을 모두 불러 각자가 말한 것은 전적으로 옳지도 틀리지도 않다고 말해주었어. “나무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한 계절의 모습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나무와 사람은 모든 계절을 겪은 후에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삶 전체를 놓고 봐야지 짧은 어느 순간을 보고 너무나 쉽게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모두 알 수는 없다는 이야기야.

 

그러니 사람의 어느 한 모습을 보고서 내 마음대로 판단하고 평가해버리는 것은 나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만드는 것과 같아.

 

올 한해 친구들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보면 어떨까? 더 궁금해하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함께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될거야.

 

그런데 다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 어려워서 선생님도 계속해서 공부하는 중이야. 자꾸만 내 마음속에서 불쑥불쑥 올라오거든. 그걸 잘 알아차리는 연습은 선생님도 계속하는 중이야. 같이 공부하자^^

 

류시화씨의 책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 나오는 두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선생님은 이 작가의 글을 참 좋아해. 앞으로 너희들에게 종종 다른 이야기도 들려줄게.

 

오늘 하루도 건강히! 내일 또 쓸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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