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3개월의 계도기간을 끝내고 1일부터 본격 시행됐으나 30여 개에 달했던 관련 플랫폼들은 줄줄이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고 있다. 초진 환자의 이용을 금지하는 등 각종 규제로 이용자가 급감한 탓이다. 1위 업체는 사업을 대폭 축소했고, 2위를 포함한 8곳은 아예 중단했으며, 10곳은 계도기간에 이미 사업을 접었다.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로 모빌리티 혁신이 무산된 ‘타다 사태’처럼 원격의료 산업이 싹을 틔우자마자 말라 죽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금지돼 있던 국내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돼 의료 공백을 메우며 안전성과 효용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비대면 진료가 시행된 3년간 전국에서 1379만 명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상전화로 3661만 회 진료를 받았다. 의료 사고는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고, ‘대형병원 쏠림’ 우려와는 달리 동네 의원 진료가 86%를 차지했다. 비대면 진료를 받아본 10명 중 9명은 “또 이용하겠다”고 답할 정도로 만족도도 높았다.
제대로 일하는 정부라면 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진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플랫폼에 종속될까 반대하는 의약계의 눈치를 보며 입법을 미뤘고, 정부는 비대면 진료의 주요 수요자인 초진 환자를 배제한 채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재진 증명과 확인 부담까지 떠안은 환자와 의사 모두 비대면 진료를 외면하는 바람에 일평균 5000건이던 진료 요청 건수는 시범사업 시행 후 3500건으로 감소했고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는 비율도 60%로 높아졌다. 사실상 비대면 진료가 금지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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