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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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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만남
작성자 전주기전여자고 등록일 20.03.12 조회수 145
장인균  <전주기전여고 교장/호남기독학원 상무이사>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만남,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간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명이나 만났으며, 그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의미였을까? 또 그 사람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학교에서는 3월이 되면 학생들에게나 선생님들 모두에게 새로운 만남이 주어진다. 이 새로운 만남이 어떤 사람에게는 축복이요 희망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만남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주위에서 누군가와의 만남 이후에 삶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자신의 삶이 엉망진창이었는데, 누군가를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고 삶의 태도가 변화돼 행복한 삶을 살게 됐다는 이야기다. 필자의 인생도 누구를 만나면서 탄탄대로가 됐다. 누구나 이런 만남을 기대한다. 특히 부모님들은 나의 자식에게 이런 새로운 만남이 있기를 원한다.
 
지금 생각해도 교사로서 처음 담임선생님이 됐을 때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학생들을 만나기 전에 이미 번호순으로 이름을 모두 외웠다. 혼자만의 상상력을 총 동원하여 학생의 모습을 그리면서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며 기억했던 것 같다. 그런 설렘으로 시작된 만남도 한두 달 지나면 그냥 일상이 돼 버린다. 밉고 귀찮은 학생도 생기고, 예쁘고 착한 학생도 생긴다. 지금 생각하면 그 구별이 단지 나의 가치 기준일 따름이었기에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순수한 마음으로 열정을 다 했으므로 소중한 만남으로 기억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은 졸업식 후에 “저도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라고 마지막 인사를 해준 학생이다.
 
학생들에게도 새 학년에 만나는 담임선생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크리라 짐작된다.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자신의 작은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선생님을 만나면 올해 공부도 열심히 하며 학교생활이 행복해질 것 같고, 어떤 선생님을 만나면 일 년을 망칠 것 같다고 미리 판단을 하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선생님과의 만남보다 더 절실하다. 꼭 같은 반이 되고 싶은 친구가 있고, 절대 같은 반 되고 싶지 않은 친구가 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지만 자신들의 생각엔 언제나 내가 피해자인 것 같다. 시골에 사는 아들 친구가 중간고사 기간 중 잠시 우리 집에서 같이 생활 한 적이 있다. 늦게까지 공부하고 같이 잠을 잤는데 자다보니 친구는 이불속에서 핸드폰 불빛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단다. 우리 아들은 상상 할 수도 없었던 친구의 행동에 적지 않게 당황했겠지만 그 친구와의 만남이 선한 영향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새 학년에서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학부모보다 더 큰 사람이 있을까? 학교 생활기록부도 풍성하게 잘 써 줄 수 있는 선생님, 우리 아이의 작은 변화까지도 읽어 줄 수 있는 선생님, 우리 아이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선생님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전국의 모든 학부모님들의 한결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자식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못하거나 나쁜 행동을 하면 친구를 잘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절대로 내 아이 때문에 친구가 잘 못된 행동을 했다고 믿지 않는다.
 
세상을 살면서 세 부류의 사람 즉, 좋은 부모님, 좋은 친구,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성공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좋은 부모님과의 만남은 내가 선택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이 세상으로 이끌어 주신 부모님은 이미 좋으신 분이다. 감사해야 할 따름이다.
 
좋은 친구와의 만남은 나의 선택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보면 내가 원하는 좋은 친구는 나를 원치 않고, 내가 원하지 않는 친구는 내가 좋다고 쫓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람은 유유상종이라 하지 않는가. 내가 좋은 인성과 품성을 가지고 친구를 만난다면 모든 만남이 좋은 만남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나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행운도 있어야 가능하다. 인격적 감화를 줘 삶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 주는 사람을 ‘스승’이라 한다. 3월에 시작하는 새 학기에 우리 학생들이 모두 ‘스승’을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학교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스승’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후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때, 2019년에 만난 선생님을 통하여 ‘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고백하게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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