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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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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만 보인다
작성자 전주기전여자고 등록일 20.03.12 조회수 346
장인균  <전주기전여고 교장/호남기독학원 상무이사>



우리 속담에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이 있다.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가 볼 수 있는 세상은 ‘우물의 테두리’ 딱 그만큼이다. 우물의 크기만큼만 세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학생을 개구리로, 선생님을 우물로 비유하면 어떨까? 논의를 이 방향으로 진전시켜 보자. 선생님 크기가 우물의 크기인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교사의 크기, 즉 우리 선생님들의 크기가 미래 우리 아이들의 크기가 되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은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오거나 아니면 우물은 가능한 넓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큰 꿈을 갖고 넓은 세상을 보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선생님의 시야가 넓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선생님은 쇼윈도의 마네킹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보여줘야 한다. 


마네킹이 철 따라 유행 따라 옷을 바꿔 입고 고객을 유혹하듯이 선생님들도 세상의 변화에 맞춰, 사회의 욕구에 맞춰 옷을 바꿔 입고 어떤 의미에서 학생들을 유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생님들은 항상 학생들에게 보여줄 새 옷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재 유망한 직업이 수년 내 없어질 수도 있고, 우리가 가치 없게 여기던 어떤 일 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조만간 유망 직종이 될 수도 있다. 선생님이 철 따라 유행 따라 새 옷을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우리 학생들을 우물 안의 개구리로 만드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흔히 ‘아는 만큼만 보이고, 본 만큼만 느낄 수 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가령 비싼 돈을 들여서 유럽 여행을 갔는데 사전 지식이 없다면 유럽을 갔다 왔다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다. 여행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야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보고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충분히 준비된 여행일 때 어떤 건물 하나를 보더라도 그 역사적 배경이나 유래, 역사적 의의를 음미하며 감동할 수 있다. 


마찬가지 아닐까? 교사는 우리 학생들에게 세상에 대한, 그리고 자신들의 앞으로의 삶에 대한 사전 지식을 충분히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된 세상에 대한 기대와 준비로 우리 학생들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푸르다. 즉 스승에게 배운 제자의 학문이나 실력이 스승보다 더 뛰어날 때 우리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한다. 선생님들의 사명은 자신보다 뛰어난 제자를 기르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보다 뛰어난 제자를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모든 선생님은 끊임없는 고민해야 한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던 70년대, 80년대 선생님들은 교과서 내용만 충실하게 가르쳐 주면 됐다. 그 당시에는 지식의 양도 지금처럼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오로지 자신의 머릿속에만 가지고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배운 지식을 머릿속에 다 넣어 둘 필요가 없게 됐다. 배우지 않은 지식까지도 손안에 있는 핸드폰에서 쉽게 꺼내 볼 수 있다. 지식을 가르쳐서 나보다 나은 제자를 기르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영국과 프랑스 계몽주의의 선구자로서 미국 헌법에 정신적 기초를 제공했던 존 로크는 '교육에 대한 몇 가지 견해 (1693)'에서 “좋은 교육은 정신과 육체 모두에 주의를 기울인다. 좋은 교육자는 운동과 놀이와 충분한 수면을 강조한다”라고 하면서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을 첫째는 체력, 둘째는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 셋째는 창의력, 넷째는 담대함과 용기, 다섯째는 실력이라고 했다. 


17세기 존 로크의 혜안이 경이로울 뿐이다. 21세기 우리 학생들이 지금 당장 필요한 지식보다, 빠르게 변하는 앞으로 살아야 할 세상을 슬기롭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해야 함을 강조할 때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정신과 가치가 부모님에 의한 가정교육과 언론 매체에 의한 사회교육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공교육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학교교육에서 선생님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큼도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더 많이 공부하고, 경쟁력을 키워서 나보다 나은 제자를 기를 수 있다면 삶의 큰 보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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