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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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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후 우리 아이들
작성자 전주기전여자고 등록일 20.03.12 조회수 147
장인균  <전주기전여고 교장/호남기독학원 상무이사>


우리는 연말연시가 되면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일 년을 계획해야만 할 것 같은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을 느낀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또 내 내면에 있는 마음의 변화에 관해 생각해 보고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각종 모임의 송년회, 시무식, 방송 매체의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이런 분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지난 무술년에도 학교 현장에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 강릉 펜션에서 발생한 고등학생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사고가 아프게 다가온다.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우리 자식들이 꽃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스러져 버렸다.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야 말할 수 없겠지만 일선 고등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충격이었고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사고를 접한 어떤 이는 “방학 기간도 아닌데 왜 학생들이 그곳에 있는가?”라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입시제도에서 대입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을 학교에 가둬 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일단 고등학교 3년 내내 수능시험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중압감은 상상 이상이다. 수능시험 한 번으로 대학이(어떤 의미에서 앞으로의 인생) 결정되기 때문에 공부할 때나 놀 때나 수능시험은 항상 눈앞에 있는 높고 큰 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수능시험을 치르고 난 학생들이 느낄 해방감을 생각해 보라. 교실 안에 두는 것은 많은 학생에게 자신들이 감옥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할 것이다. 그리고 수업 내용을 들을 필요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고, 교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인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느끼게 될 상실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리라 생각된다. 

학생 처지에서도 수능 이후에 해야 할 일들이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학생은 면접시험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학생은 실기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학생은 대학입시가 모두 끝난 상태라 편안함과 자유를 만끽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교실에 앉혀 놓고 수학문제를 푼다는 것은 학생이나 선생님 모두에게 큰 고통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수능시험 이후에는 이전에 운영했던 교육과정 대신 현장체험학습 중심으로 임시 일과표를 운영하고 있다. 이 또한 상황이 다른 학생들을 상대로 운영하기 때문에 선생님과 학생 모두에게 크나큰 스트레스임이 틀림없다. “법으로 규정된 수업 일에 수업을 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 “선생님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 이런 질문은 타당하다. 사정이야 어찌 됐든 질책 받아 마땅하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을 현재의 11월 초에서 12월 말 또는 1월 초로 옮기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현재의 대학입시 일정은 대학의 입장에서 대학의 편의를 위해 짜인 면이 다분하다. 현재의 시험 일정은 3학년 2학기 도중에 고등학교 전 과정을 시험범위로 해 시험을 치르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교육과정의 편법운영을 전제로 치르는 시험이다. 대학의 학생 선발 일정만을 고려한 시험일이다. 수학능력 시험일을 12월 말이나 1월 초로 옮기고 대학의 신입생 선발일정을 고려해 입학을 4월 초로 옮기면 좋을 듯하다. 대학의 신입생 입학이 한 달 정도 늦춰지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이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고려하고, 대학의 긴 여름방학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어떤 조직 안에서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조직 내의 관습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참 많다. 마치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대로 나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해마다 수학능력시험 이후 학생 생활지도가 걱정이다. 우리 사회의 큰 흐름을 거스를 힘이 없기에 관습처럼 작년에 했던 일을 반복한다. 인성 지도, 스팩 쌓기 등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사일정은 대입과 절대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이제 정시 원서 접수도 끝나고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2학년이 예비 고3이 돼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입시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운영을 통해 합리적인 대학입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과 고등학교가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수능 이후에 우리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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