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풍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인문학 캠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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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재환 | 등록일 | 23.07.12 | 조회수 | 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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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풍과 함께하는 평화(平和)로운 인문학 캠프
일시: 2023. 7. 7.(금)~7.8.(토) 장소: 책이 있는 풍경 대상: 인문사회 영재학급
시험이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인문사회 영재학급 학생들과 함께 책풍으로 향했습니다. 준비과정에서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는데 날씨마저도 우리의 가는 길을 힘들게 했습니다. 폭우는 마치 우리의 행사를 시샘하듯이 지극히 요란하게도 내렸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코로나의 방해로 몇 명의 학생들은 고뇌의 좌절을 감내하면서 캠프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참 거시기한 상황이었죠.
부모님의 동행 덕분에 4시까지 책풍에 무사히 모여 저에게는 숙제와도 같았던 캠프를 시작했습니다. 저의 심란한 마음을 가엾게 여겼는지 신기하게도 비는 자취를 감추었고 이내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습니다. 습하고 불쾌한 공기마저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학교를 벗어나 제 3의 장소에서 인문학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습니다. 인문학이란 심오한 학문을 어떻게 제대로 이해하겠냐마는 한 학기 동안 인문학을 알아가기 위해 애쓰며 노력했던 시간이 모여 잘 즐길 준비는 되어있다는 사실을 핑계 삼아 첫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1교시 <요리경연대회 열리다.> 인문학- 나를 알아가는 단계, 나의 요리 솜씨는?
3주 전 이미 모둠별로 메뉴를 결정하고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준비했습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 프레젠테이션도 진행했습니다. 제발 라면을 끓이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고 아이들에게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을 경청하고 나니 불안이 희망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히히 아이들이 만들어주는 파스타와 떡볶이, 그리고 닭찜을 언제 먹어보겠습니까? ^^*
모둠별로 준비한 재료를 보니 부모님 찬스를 꽤 이용한 것 같긴 한데…. 이 상황에서 더 안심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흐뭇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만큼은 모두가 백종원이 되어 요리하고 플레이팅을 합니다. 시키지 않아도 임무 분담을 합니다. 그리고 친구의 냉정한 평가에 조미료도 더 넣어보면서 애써 간을 맞춥니다. 이런 것이 진정한 과정 중심 평가이고 동료 평가이고 자기 평가라는 것을 학교 밖에서 깨닫는 16년 차 교사 이재환입니다.
그리고 요리왕을 차지하기 위해 만든 메뉴를 정성껏 포장하여 친구들 앞에서 발표합니다.
저는 속으로 연신 ‘대박 대박’을 외치며 자본주의식 웃음을 감춥니다. 냉정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요리대회 심사위원을 모셨습니다. 심사위원께서는 음식의 비주얼에 놀라고, 맛에 또 한 번 놀라셨습니다. 심사가 끝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음식들!
2교시 <말의 힘>
촌장님이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얘들아! 너희가 평소에 자주 쓰는 욕설이나 비속어를 말해보렴. 이건 수업이니까 괜찮아. 누가 자신 있게 얘기해 줄 사람? 이내 한 여학생이 자신 있게 말합니다.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X발, X나, X새끼, X 같네, X신”
입에 착착 붙지만, 그 누구도 듣기 싫은 말 들어서 불쾌한 말 화나는 말 우리는 왜 이런 말들을 사용할까? 이제 다음 시를 같이 읽어볼까?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 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를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 터뜨려보자!
‘파랗다’를 말하면 마음에 파란 물이 들고, ‘하얗다’를 말하면 마음에 하얀 물이 듭니다. ‘깨끗하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마음이 한없이 깨끗해지고, ‘싱그럽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마음 깊은 자리에서 싱그러운 바람이 밀려 나옵니다. 말이 있고 감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이 있고 말이 있습니다. 말은 감각을 표현하는 수단과 같습니다.
3교시 <레크레이션>
16명이 모여 즐기는 레크레이션은 뭔가 특별합니다. 무임승차가 없습니다. 그리고 방관자도 없습니다. 모두가 활동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위해 지인 찬스를 써서 레크레이션을 진행할 분을 모셨습니다. 레크레이션도 주제가 있더군요. ‘협업 능력“ ”소통 능력“
그냥 즐기다 보니 이내 협업 능력과 소통 능력이 샘솟는 아이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목적을 달성하고 노래와 춤으로 마무리됩니다.
4교시 <오늘은 라면 너로 결정했어.>
노느라 지친 아이들을 위해, 라면 물을 올립니다. 20봉지를 끓이는 건 군대 이후로 처음입니다. 이런! 역시나 처음부터 자신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라면 물 조절에 실패하여 아이들은 밍숭맹숭한 라면을 먹습니다. 그래도 김치가 있어서 나름 먹을만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생님 원망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가 되었습니다. ^^
5교시 <너희들 언제 잘 거니?>
라면을 든든히 먹고 각자 가져온 과자랑 음료수를 챙겨서 다시 모임방에 모였습니다. 현재시각은 자정을 넘긴 12시 10분 원래 계획은 제가 진행하는 ’마음속의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저는 이미 방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걱정하는 척(?)합니다.
”선생님…. 오늘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이러다 쓰러지세요. 저희가 마무리하고 잘게요.“
인류가 만든 최고의 히트작 아이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부모님의 적 스마트폰을 걷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너희들 언제 잘 거니? 내일 프로그램도 있으니 새벽 2시 전에는 자야겠지? 되도 않는 부탁을 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의 고단한 얼굴을 봐서 2시 전에 잤다고 합니다. 저는 2시를 못 채우고 뻗어버렸습니다. 역시 착한 우리 아이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이렇게 첫째 날이 저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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