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졸업식 회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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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영수 | 등록일 | 25.02.06 | 조회수 | 127 |
제44회 졸업식 회고사
먼저 제44회 웅포중학교 졸업식을 축하해주시고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복해 주시기 위해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를 찾아주신 학교운영위원장님, 동창회장님, 웅포면장님, 자율방범대장님 그리고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본교를 졸업하는 졸업생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 시간 여러분에게 드릴 말씀의 주제는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귀생(貴生)과 섭생(攝生)으로 정해 보았습니다. 귀생(貴生)은 자신의 몸을 애지중지 귀하게 여기는 삶을 말합니다. 좋은 것 먹고,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타고, 좋은 집에서 사는 삶이 바로 귀생(貴生)입니다. 누구라도 그런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런데 노자는 그러한 귀한 몸 대접이 오히려 나의 몸을 망치고 병들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추나무에게 비바람을 막아주고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면 열매를 많이 맺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대추나무에 염소를 묶어 놓으면 열매가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왠 뜬금없는 염소가 등장하나 하시겠지만 염소란 녀석은 성질이 사나운 짐승이어서 대추나무에 묶어 놓으면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면서 대추나무를 심하게 흔든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추나무는 본능적으로 ‘큰일났구나.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긴장을 하게 되고 내가 죽더라도 자손을 번식시켜야겠다는 필사의 노력을 하기 때문에 대추 열매가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이렇듯 자신을 적당히 긴장시키고 절제할 줄 알며 강하게 훈련시키는 것을 노자는 도덕경에서 섭생(攝生)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섭생(攝生)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을 잘 관리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설명하는 섭생과 국어사전의 섭생을 연결하여 설명하면 자신을 적당히 긴장시키고, 절제하며, 강하게 훈련 시켜 육체적·정신적인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삶이 섭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졸업생 여러분들이 매우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니 여러분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귀생의 대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은 살아가면서 스스로 귀생을 택하지 말고 섭생의 길을 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한 선택이 여러분들을 더 강하게 성장시켜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온실 속에서 애지중지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는 존재는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기 힘들 것입니다. 섭생의 길을 스스로 택하여 적절한 훈련을 받은 자라야 그 모진 풍파를 뚫고 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졸업하면 진학하게 되는 고등학교에서의 삶도 중학교에서의 삶보다는 힘들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보건고에 진학하는 서율이와 유라는 입학하자마자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민석이는 입학하는 3월부터 전국 단위의 수능 모의고사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이렇듯 여러분들은 입학하자마자 최선의 노력을 해야할 것이고 그러한 노력을 최소 3년을 해야만 간호조무사가 될 수 있고, 대학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간호조무사가 되고 대학생이 되었다고 편안한 귀생의 삶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선 자리에서 또다시 최선을 다해야만 즉 섭생의 삶을 살아야만 병원에서 만나게 될 의사·간호사·동료 간호조무사 특히 환자들, 그리고 대학에서 만나게 될 교수·선배·동기 등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작권 문제로 추사 선생님의 세한도를 업로드하지 못했습니다. AI 작품입니다.)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이 그림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죠? 이 그림의 제목 알고 있는 학생이 있을까요?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작품인 세한도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그림만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 옆에 많은 글이 씌여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글의 요지를 네 글자로 정리하면 세한송백(歲寒松柏)입니다. 해석하자면 ‘연중 가장 추운 시절의 소나무와 잣나무’라는 뜻입니다.이 그림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소나무나 잣나무처럼 의지를 굽히지 말라는 것일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졸업생 여러분들이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의지를 굳건히 지켜가길 기대합니다. 마치 추운 겨울에도 그 푸르름이 돋보이는 소나무나 잣나무처럼 말입니다. 다시 강조하여 말씀드리면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귀생(貴生)이 아니라 나 자신을 강하게 단련하는 섭생(攝生)의 길을 걸어가길 소망합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2월 3일이었는데 연중 가장 추운 날씨가 몇 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 아시나요? 이 매서운 추위가 지나면 머지않아 봄이 온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들의 삶 또한 오늘의 추위보다 더 감당하기 힘든 모습으로 우리를 휘몰아칠 때도 없진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그런 힘든 상황이 여러분 앞에 놓여 있을 때 기억하십시오. 여러분들을 사랑해 주셨던 부모님, 선생님 등의 사랑을! 그 사랑의 힘이 여러분들로 하여금 그 어려움을 능히 감당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러 자녀교육에 헌신하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을 친자식처럼 사랑해 주시고 열정을 다해 지도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회고사로 가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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