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졸업식 회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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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영수 | 등록일 | 23.02.09 | 조회수 | 80 |
제42회 졸업식 회고사 지난 토요일이 입춘이었고 어제, 오늘 제법 날씨가 포근하네요. 지난 주말 제가 일구는 밭에 나가 매실나무를 보니 꽃봉우리가 제법 부풀어 올라 피어날 날이 멀지않았음을 제게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봄은 멀지 않았습니다. 먼저, 오늘 제42회 웅포중학교 졸업식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바쁘신 중에도 학교를 찾아주신 내빈 여러분과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졸업을 맞이하는 우리 웅포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벌써 의젓한 고등학생의 모습이 비쳐지는 것 같아서 매우 흐뭇합니다. 사랑하는 웅포중학교 졸업생 여러분! 오늘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3년 동안의 중학교 교육과정을 마치게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 수준 높은 교육과정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고등학생으로 입시에 대한 부담이 없진 않겠지만 곰개나루를 배경으로 성장해온 우리 웅포인은 겉모습만 고등학생이 아닌 사고의 폭을 넓히고 남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도 키워가면서 자신의 미래를 잘 준비해나가리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사람의 생애란 그 사람 스스로 써 내려가는 자기의 역사입니다. 사람마다 그 삶의 모습이 각기 다르기는 하겠지만 인생은 수많은 통과의례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도전과 극복으로 엮어지는 삶의 역정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여러분의 생애는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생명의 시간을 날줄로 하고, 자신의 꿈과 노력을 씨줄로 짜내는 옷감과도 같은 것입니다. 미래에 여러분들의 인생역정에서 유용하고 가치 있는 옷감이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오로지 여러분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라며 잘 알고 있는 장자(莊子) 편에 나오는 고사인 井底之蛙(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하니 삶에 적용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우물 속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진짜 하늘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어느 날 황하(黃河)를 다스리는 신인 하백(河伯)이 자신이 다스리는 황하가 가을 물이 불어 나서 끝없이 펼쳐진 것을 보고 무척 흡족하였답니다. 그런데 그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르렀을 때 하백은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물을 다스린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다를 보며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바다를 다스리는 신이 하백에게 세 가지를 충고해주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우물 속에 있는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하여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인데(井蛙不可以語海), 이유인 즉슨 그 개구리는 자신이 살고있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한 여름만을 살다가는 매미에게는 차가운 얼음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인데(夏蟲不可以語氷), 그 이유는 매미는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만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편협한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도의 세계를 설명해줄 수 없다는 것인데(曲士不可以語道), 이유는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르침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이 고사를 통해 우리에게 세 가지 집착과 한계를 극복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라! 둘째 자신이 살아가는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라! 셋째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넘어서라! 즉 개구리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구속되어 있고 매미는 여름이라는 시간에 걸려 있으며 지식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그물에 걸려 있다는 것입니다. 뒤돌아보면 우리도 이 세 가지의 한계에 갇혀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웅포라는 공간적 한계에, 또 우리가 살아온 16년이라는 시간적 한계에, 그리고 초·중학교에서 배운 것이 지식의 전부라는 지식의 한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부탁드리기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주시고 여러분들이 보았던 하늘만이 전부인 양 고집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이 보았던 하늘도 인정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부탁드릴 것은 졸업생 여러분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날들은 어쩜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날들보다 더 힘겨운 날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힘겨움이 쌓이고 쌓여 한발도 더 내딛기 힘들 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힘겨움이 여러분 앞에 닥쳤을 때 여러분은 ‘나를 사랑해주었던 분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분들로부터 받았던 그 사랑의 힘으로 여러분들은 능히 그 힘겨운 날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러 그동안 학교 발전과 자녀교육에 헌신적이셨던 학부모님들과 우리 학생들을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해주신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졸업생 여러분의 앞날에 건강과 영광,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면서 회고사에 가름합니다. 졸업생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23.2.9. 웅포중학교장 정영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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