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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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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태산 글짓기 최우수작(산문)
작성자 안지현 등록일 21.05.28 조회수 181

<산문 최우수작>

 

사라진 기둥

 

2학년 2반 홍린

 

 그렇게 12월 추운 어느 겨울밤 우리의 기둥이 추억과 감사함과 죄송함만을 남기고 한 순간에 사라졌다.

 참으려 했건만 나의 두 눈에는 멈출 수 없는 뜨거운 눈물만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올 뿐이었다. 기둥이 사라진 그 밤을 달빛도 아는지 조용히 구름에 몸을 숨겼고 기둥이 사라진 그 밤을 작디작은 개미조차 아는지 조심스레 까치발을 들고 다녔다.

 그렇게 12월 추운 어느 겨울밤 우리의 기둥이 추억과 감사함과 죄송함만을 남기고 한 순간에 사라졌다.

 기둥은 그루터기였으며, 기둥은 호수였고 또 기둥은 세찬 바다였다.

 기둥이 사라지기 전, 암시라도 하듯 기둥의 손가락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기둥과 함께 밥을 먹었으며 기둥과 함께 잤고 기둥과 함께 노래 불렀다.

 그때는 몰랐다. 아니 사실 알고 있었다. 기둥이 곧 사라진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했던 간사한 부정이 나에게 벌을 주나보다. 후회의 그늘이 점점 짙어지도록.

 엄마가 운다. 아주 서럽게 운다. 기둥의 작은 손가락은 이 사실을 아는지 맑고 순수한 눈빛으로 기둥이 지나간 자취를 쳐다만 볼 뿐이다.

 기둥의 손가락들이 울부짖는다. 아주 슬프게 울부짖느다. 그런 와중에도 기둥의 마지막 손님들을 환대하고 배웅한다.

 그렇게 12월 추운 어느 겨울밤 우리의 기둥이 추억과 감사함과 죄송함만을 남기고 한순간에 사라졌다.

 기둥을 찾았다. 차가운 냉장고 속에서 기둥을 찾았다. 기둥은 깨끗한 삼베에 쌓여 단정했고, 새하얬다.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만 같이 누구보다 그 어떤 것보다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둥의 생전 자랑스러운 아군들이 기둥을 태우고 행진을 한다. 목적지는 따뜻한 햇살이 잘 비춰지는 탁 트인 작은 선산. 도착해 깨질까 다칠까 조심스레 기둥을 내려놓는다.

  기둥은 그루터기였으며, 기둥은 호수였고 또 기둥은 세찬 바다였다.

  그렇게 12월 추운 어느 겨울밤 우리의 기둥이 추억과 감사함과 죄송함만을 남기고 한 순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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