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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학년도 연기영상과 신입학 실기고사 지정대본
작성자 이종억 등록일 16.09.02 조회수 815


*참고용입니다.*


제목: 방황하는 별들


작가: 윤대성 지음


 

나오는 사람(등장순)

 

어른 (공사장 인부)

 

무대감독

 

경관 (40)

 

지영태 (2)

 

이수형 ()

 

김철진 (고교중퇴)

 

장택수 (중학3)

 

윤소자 (2)

 

오정미 (3퇴학)

 

유인자 (20세 여공출신)

 

부하경관 (20)

 

 

(막오르기 전이다. 객석엔 아직 불이 켜져 있다. 예비종이 울린 후라 전체 조명이 약간 어두워진 상태 갑자기 객석 뒤 출입구 쪽에서 "순철아"하고 부르는 소리 들린다. 허름한 작업복차림의 50대의 어른이 객석을 둘러보며 내려온다.)

 

[어른] ", 순철아. 여기 있으면 대답해. 순철아!"

 

(객석에서 관객 앞 무대 쪽으로 내려선다. 약간 취한 듯 하다. 막 뒤에서 무대감독 나온다.)

 

[무대감독] 아저씨 뭐예요?

 

[어른] 나 내 손자 찾는데 여기 와 있을지도 몰라서 들어왔어

 

[무대감독] 아저씨 여기 연극하는 데예요. 나가세요.

 

[어른] 내가 연극하는덴줄 모르는 줄 알아? 다 알고 왔다구. 나 요 위 학교에서 공사하고 있는데 여기서 연극한다는 얘기 듣고 왔어. 내 손자 놈이 연극을 좋아해. 연극 때문에 미쳐서 집 나갔다구.

 

[무대감독] 나가세요. 방해하지 마시구요.

 

[어른] 밀지마. 나도 너만한 아들 있어! 어른 공경할 줄 알아야지.

 

[무대감독] 죄송합니다. 나가서 나중에 찾으세요. 아마 여기 없는 모양이에요. 곧 막 올려야 되요.

 

[어른] 막 올리면 불 끌거 아니야? 어두워지면 내가 못 찾어. (관객 둘러보며) , 순철아 나와. 할애비가 너 찾아 왔다.

 

[무대감독] 아저씨! 경찰 불러야지 안되겠어. (막 뒤로 가며) 파출소에 전화해!

 

[어른] (객석을 보며) 이 늙은이가 주책없이 소란을 부려 죄송한데 내가 오죽하면 이러겠소 내가 손자 놈을 찾으려고 한 달을 극장마다 헤매고 다녔어.

나도 소싯적에 서커스 좋아하고 신파연극 좋아서 따라 다닌 적이 있지만, 아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야? 지 애비는 지금 중동 어느 사막에서 덤프트럭 몰고 있지 에미는 아파트에 파출부 다니지. 이 할애비가 손자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여. 집안이 먹구 사는 일이 급한 판에 지녀석이 공부는 않하고 연극은 무슨 연극이여. 그래서 한번은 지 에미하고 이 할애비가 앉혀놓구 치도곤일 놨더니 집을 나갔지 뭔가? 내 손자는 고등학교 1학년인데 키는 162cm고 약간 마른 편이여. 볼에 사마귀가 하나 있응께 자세히 보면 금시 알 수 있을 거여. 집 나갈 때 국방색 잠바하고 청바지에 월드컵 운동화 신고 나갔으니 지금도 그 차림일거고--- 혹시 이런 애 보셨으면 나한테 알려줘. 여기 있으면 얼른 나오고. 순철아!

 

(이때 객석으로 무대감독이 경관을 데리고 들어온다)

 

[경관] 가세요. 손자 있을만한덴 아니까?.

 

[어른] ? 아니 내 손자를 안다구요?

 

[경관] . 하여튼 남의 업무 방해하지 말고 가시죠. (팔 잡아끈다.)

 

[어른] 그럼 내 손자 찾아주는거요?

 

 

[경관] 그런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른] (끌려가며) 거기가 어딘데?

 

[경관] 경찰서 보호실입니다.

 

[어른] ? 날 경찰서 끌고 갈려구 수작 부리는 거지?

 

[경관] 가시면 알아요. 오늘 미성년자 풍기사범일제 단속을 해서 거기 댁의 손자 같은 애들이 우글거립니다. 아마 손자님도 그 중에 끼어 있을 거예요. 집 나간 애들 천지니까요.

 

[어른] . 그렇다면 가 봅시다. (나가며) 내 손자 이름이 강순철요. 주소는 도봉구 미아동---

 

(무대감독 무대 앞에 서서 객석에 인사말 한다.)

 

[무대감독] 여러분 죄송합니다. 괜히 쓸데없는 사람이 들어와서 소란을 피워 개막 시간이 지연됐습니다. 젊은 사람이면 강제로 끌어내면 되는데 노인네 같아서 경찰관을 부르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곧 윤대성 작 김우옥 연출의 방황하는 별들공연의 막을 올리겠습니다. , 무대감독입니다.

 

(무대감독 인사하고 막 뒤로 들어간다. 사이 두고 객석의 조명이 꺼지며 징소리 울린다. 작자주- 이 장면까지는 전혀 연극이 아닌 현실처럼 처리 할 것 막이 오르면 경찰서 보호실이다. 무대 양쪽으로 침실 난간이 실루엣으로 보이고 미성년자들 여기저기 주저 앉아있다. 김철진, 오정미 서로 등진 채 고개 파묻고 앉았다.

 

지영태는 벽에 기대 창문 밖의 별을 보고 있다. 장택수 얼굴을 무릎에 묻고 훌쩍이고 있다. 유인자 엎드려 잠들어 있다. 윤소자는 껌을 씹으며 이수형이를 보고있다. 이수형이 많이 갑갑한 듯 서성거리고 있다.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면서--- )

 

[이수형] 도대체 말도 안 돼! 내가 뭘 잘못 했다는 거야?

 

[윤소자] 어른 눈엔 우리가 다 탈선한 비행소년으로 보이는 거야. 몰랐어?

 

[이수형] 탈선? 뭐가 탈선이야? 디스코장에서 춤추는게 뭐가 나빠?

 

[김철진] (고개 들며) 조용히 해!

 

[이수형] 형씨. 안 그렇습니까?

 

[김철진] (험상궂은 얼굴로) 나한테 말 시키지마.

 

[윤소자] , 조용히 해. 누가 온다.

 

(철창 열리는 소리. 경관이 어른을 데리고 들어온다.)

 

[경찰관] 아저씨 아들이 혹시 여기 있나 찾아보세요. 고개 들어. 바로 앉고 (이수형에게) 넌 왜 서 있나?

 

[이수형] . (얼른 앉는다. 어른 본다.)

 

[어른] 아이들이 많다고 하더니 모두 얘들뿐이오?

 

[경관] 부모들이 각서 쓰고 데려간 애도 있구요. 이 애들은 부모들도 몰라라 하는 애들 아니면 저희 이름을 숨기는 애들입니다. 그러니까 진짜 집 나간 애들이죠.

 

[어른] 어디서 데려온 애들입니까?

 

[경관] 청소년들이 입장해선 안 되는 디스코장에서 잡아 온 애도 있고 비디오 하는 다방에서 잡아온 애. 그리고 여인숙에서 혼숙하고 있는걸 잡아온 애들--- 그런 애들입니다.

 

[어른] 쯔쯔--- 생기긴 멀쩡하게 생긴 녀석들이 부모 속 썩이면서 이런데 와 있군. 엣기 이놈들! 정신차려서 공부를 해야지! 지금 이 시간에 너희 부모들은 너희들 때문에 애간장이 탄다.

 

[경관] 아저씨, 아들이 여기 없는 건 확실하군요.

 

[어른] 내 아들은 이런 덴 안 와요. 어디선가 열심히

 

[이수형] (얼른 받아서) 공부하고 있을 거예요.

 

(아이들 키득거리고 웃는다.)

 

[경관] 조용히 해!--- 가시죠.

 

[어른] 나 이제 집에 가도 되우?

 

[경관] 좀 계셔야겠습니다.

 

[어른] 아니 왜?

 

[경관] 남의 극장에 무단 침입해서 소란을 일으켰으니 그래서 제가 아저씨를 모셔온 거 아닙니까?

 

[어른] 여보시오. 난 아들을 찾으러 온 사람이오. 당신 이름 뭐야? 나도 빽 있어! 우리 처삼촌이 장흥에서 지서장 한다구.

 

[경관] 나가시죠. (웃으며) 즉결 받으러 갈 때까지 안락의자에서 쉬세요.

 

[어른] (끌려나가며) 나 서장 좀 만나 봅시다. 내가 이래봬도---

 

(무대는 조용해진다. 장택수 훌쩍거리고 울기 시작한다. 이수형 못 참겠다는 듯 일어난다.)

 

[이수형] 너 왜 우니? 배고파? (장택수 고개 젖는다.) 엄마 생각나니? (장택수 고개 들고 끄덕인다.) 이런 녀석! 어리긴 어리구나. 어디서 잡혔니?

 

[장택수] 다방에서.

 

[이수형] 비디오 보다가 잡혀 왔구나.

 

[장택수] .

 

[이수형] 몇 학년이냐?

 

[장택수] 중학교 3학년, 차라리 세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

 

[이수형] 엄마 보구 싶은 녀석이 집엔 왜 빨리 안가고 다방에서 비디오보고 있냐?

 

[장택수] 엄마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이수형] , 너희 엄마 잔소리 뭔지 안다. "공부해라" "텔레비 고만 봐라" "나쁜 친구 사귀지 마라" " 밥 많이 먹어라" 그거지?

 

[장택수] (놀란 듯 일어나며) 형 우리 엄마 알아요?

 

[이수형] 그게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공통 언어야. 그 말 안 하는 엄마는 어머니 자격이 없는 여자라구.

 

[장택수] 그래서 난 엄마 잔소리의 반대로만 했더니 여기 들어오게 됐어요.

 

[이수형] 잘 왔어. 이게 다 인생 경험이라구 쳐! (둘러보며) 여러분 우리 어차피 이렇게 같은 운명에 동시대에 역사적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인연이면 인연인데 서로 알고 지냅시다. 또 누가 압니까? 우리 중에 누가 지도자가 되면 같은 감방에서 복역한 동료 투사로서 만나게 될지?

 

[김철진] 집어 쳐!

 

[이수형] 형시, 우리 이대로 밤을 밝히지 말고 즐겁게 보냅시다. 게임을 해요. 알아맞히기 게임.

 

[윤소자] 좋아요. 우리 놀아요.

 

[이수형] 내가 시작할게. 형씨 왜 여기 왔는지 마쳐 볼까? (오정미를 가리키며) 우정도 없고 경쟁만이 판치는 이 삭막한 세상에서 타인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한 죄. (끌어안는 몸짓)

 

[김철진] 너 집어 치지 못해! (주먹을 겨눈다.)

 

[오정미] 아빠가 알면 날 죽일 거야. 난 어떻게 해? 어떡함 좋아?

 

[김철진] (오정미에게) 운다고 일이 해결되니?

 

[오정미]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우린 어떻게 되니?

 

[김철진] 나한테 자꾸 묻지마. 나도 몰라!

 

[이수형] 우린 어른이 아냐. 모르는게 당연해.

 

[지영태] 그러나 어른들도 우리를 몰라. 알려고 하지도 않아. 우리를 어른들이 생각하는 틀 속에다 집어넣으려고만 해!

 

[이수형] 어른이라면 먼저 생각 나는 것은? !

 

[장택수] , 담배!

 

[윤소자] 돈과 부동산 투기.

 

[지영태] 세속적인 이기주의자.

 

[김철진] 입으로는 청렴, 결백 부르짖으면서 행동은 정반대로 하는 거짓말쟁이들!

 

[이수형] 그런 어른들이 우리더러 비행소년이란다. 말 되는 얘기니?

 

[일 동] 안 돼! (소리 지른다.)

 

[윤소자] 너 아주 재미있다. 이름 뭐니?

 

[이수형] 이수형. ?

 

[윤소자] (수첩에 적으며) 전화번호?

 

[이수형] (이수형 수첩 뺏어 본다.) 뭐하는 거야?

 

[윤소자] 이리 내! 내 꺼야.

 

[이수형] 이게 뭐야? 맨 남자 이름하고 전화번호 아냐?

 

[윤소자] 미팅 대상 후보 명단이다. 네 이름도 내 수첩에 올리려구해. 여학생들 미팅할 때 연락할게!

 

[이수형] (수첩 주며) 하 그러니까 넌 미스 뚜구나.

 

[윤소자] 대화의 상대 없고 갈곳도 없고 놀데 없는 외로운 남녀 학생들을 짝지어 주는게 내 임무야. 우리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데가 어디 있니? 그래서 난 예산 때문에 국가가 미쳐 마련해 주지 못하는 부족한 놀이 공간을 마련해 주고 디스코를 활성화해서 여가 선용에 기여하고 있어. 물론 수고비 얼마 먹지만.

 

[오정미] 그래. 우린 정말 갈곳이 없었어. 여인숙 밖에는.

 

[장택수] 산에 가면 입산금지야. 불낸다고 우리만 의심해.

 

[지영태] 도서관은 만원이야. 새벽부터 줄서야돼.

 

[김철진] 극장은 미성년자 입장 금지.

 

[윤소자] 길거리를 헤매다간 불량배로 찍히기 십상이지.

 

[김철진] 우린 어디가나 단속 대상이야!

 

[이수형] 우릴 환영하는 곳은 디스코장뿐! 그래서 난 디스코를 즐긴다.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음악 들리기 시작한다. 이수형 마이클 잭슨의 흉내를 내며 춤추기 시작한다. 모두 박수친다. 그때까지 자던 유인자 일어나 눈 비비고 본다.)

 

((무대감독 라디오를 들고 들어온다.))

 

[무대감독] 이게 필요할 꺼야. FM라디오다.

 

[윤소자] 라디오다 (라디오 튼다.)

 

((빌리진 들린다.))

 

[무대감독] 아이들의 불만이 고조될 때 분위기를 돌려놓지 않으면 집단 시위에

 

(부하경관 등장한다.)

 

[부하경관] 너희들 뭣들 하는 거야? 여기가 극장인줄 아니? (모두 정지한다.) 너희들은 지금 단속에 걸려서 보호조치 받고 있는 중이야. 남들 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이불 깔고 엎드려 있을 시간에 이런 철창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반성할 것이지. 춤추고 박수치고 지금 그럴 땐가?

 

[이수형] !

 

[부하경관] 뭐가 네야?

 

[이수형] 백번 옳으신 말씀이란 뜻입니다.

 

[부하경관] 모두 일어섯! 차렷!

 

(모두 일어선다. 차렷 자세)

 

[부하경관] 왼쪽부터 번호 부쳐

 

(일동 하나, , --- 번호 부른다.)

 

[부하경관] 엎드려뻗쳐.

 

(남들 엉거주춤 엎드린다.)

 

[윤소자] 여자두요?

 

[부하경관] 남녀 평등이다.

 

(할 수 없이 여자도 엎드려 뻗친다.)

 

[부하경관] 난 너희들이 미워서 기압을 주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이 부모의 사랑을 지나치게 받아서 분에 겨워 놀았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된 것이다. 디스코장이 뭐야? 비디오 다방? 여인숙에서 혼숙하고? 술집에서 노닥거리고, 내가 너희 만한 때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비디오도 없었고 디스코장도 없었다. 고고장은 있었지만 우린 돈이 없었다. 왜 웃나? 학생 때 우리도 너희처럼 말썽을 부렸다. 선생 몰래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여학생 뒤쫓아 다니고 그러나 너희들하곤 다른 점이 있었다. 우린 최소한 남 몰래 그랬다. 그런데 너희들은 공공연히 그러지 않았나? 최소한도의 예의를 모르고 너무 뻔뻔하다! 그래서 단속 대상이 된 것이다. 일어섯!

 

(모두 일어선다.)

 

[부하경관] 내 말에 비위가 뒤틀리는 사람 있으면 손들고 말해봐. (아무도 대꾸 않는다.) 없나? 그럼 이제부터 그 자리에 앉아. 조용히 반성한다. 앉아! (모두 앉는다.) (경관 나간다.)

 

[윤소자] 비위들도 없나? 왜 아무 말도 못해?

 

[이수형] 하고 싶은 얘기가 목구멍에서 울컥 나오는걸 그냥 참았다. 이 나라를 이렇게 어지럽게 만든게 누군데? 어른들이 몰래 뒤에서 일 저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정정당당히 공공연하게 일을 저지를 배짱도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여태껏 모든 사회 부조리와 비행은 누가 저질렀는데 우리 청소년만 비행의 대명사로 쓰느냐? 난 이걸 항변하고 싶다.

 

[장택수] 옳소!

 

[윤소자] 왜 그럼 그런 얘기 진작 못해?

 

[이수형] 내가 한마디 해봐. 아마 열 마디 스무 마디로 변명과 잔소리를 늘어놓을 거야. 우리가 처한 여건이 어떻고 남북 분단의 현실이 어떻고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처지였다. 등등--- 지겨워.

 

[윤소자] 제법 똑똑 한데?

 

[유인자] 누구 물 좀 떠 줄래? 목이 타!

 

[장택수] 누나, 경관 불러 줄까요?

 

[유인자] 싫어, 부르지마. 경찰은 싫어.

 

[오정미] 아침이 되면 아빠가 오실 텐데 난 어떡함 좋지? 차라리 죽어 버렸음 좋겠어.

 

[김철진] 죽고 싶음 죽어! 혁대 풀러줄게.

 

(혁대를 끌러 내민다. 오정희 서러운 듯 운다.)

 

[지영태] 너무 하잖아?

 

[김철진] 넌 참견하지마!

 

[지영태] 넌 저 여학생한테 책임이 있어.

 

[김철진] ? 책임? 지가 좋아서 날 따라 다녔는데 무슨 책임이야?

 

[지영태] 너는 사나이야. 여자를 불행의 구렁이로 몰아넣은 책임을 져야해!

 

[김철진] 저도 집 뛰쳐나왔구 나도 집을 뛰쳐나온 처지야. 밤에 한데서 잘 수는 없지 않아? 경비 줄일 겸 여인숙에서 같이 잔게 뭐가 어떻다는 거야?

 

[지영태] 집엘 가야지? 너희들도 가정은 있을 거 아니야? 부모들이 걱정하잖아?

 

[김철진] 누가 누굴 걱정해 주는 거야? 가정? 부모들? 자식이 뭘 원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부모들이 있는 집? (일어나며) 난 나 자신을 잘 알아. 애초에 공부하곤 담 싼 놈이다. 공부 해봤자 남 따라가긴 글러먹게 생겼어. 내가 소질 있고 자신 있는 건 이 두 주먹 뿐이야. 난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두드릴 때마다 자신감이 용솟음 쳤어. 그래서 난 부모들한테 용기를 내서 말했지. 대학을 안가고 권투선수가 되겠다고! 도장에 보내 달라고--- 그랬더니 뭐라는지 알아?--- "미친놈"--- 난 울화통이 터져 뭐든지 닥치는 대로 부시기 시작했어! 서클에도 가입했어. 공부 잘한다고 뻐기는 놈들 패 주기도 했어. --- 그러다 정미를 만났다.

 

[오정미] 내가 잘못 이였어. 1때 독서실에 다니다가 어떤 남학생을 알게 됐어. 그 친구들과 등산을 같이 가게 됐는데 비를 만나서 집에 못 오게 됐어. 할 수 없이 산에서 밤을 지내야 했어. 그때 난 이성에 대해 호기심에 끌리기도 했구. 또 나란 애는 원래 남자를 좋아하게 되 있나봐. 그만 실수했어.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실수 안 할 수 있니? 결국 학교서 알게됐구. 난 퇴학당했다. 아버지는 나를 버린 딸 취급했어! 난 가족들의 눈총을 더 이상 견디고 있을 수가 없었어. 무조건 집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갈 데도 없지만 더 견딜 수가 없었어. 차라리 죽어버릴려구 마음먹었는데 철진이를 만났어. 그저 아무한테나 의지하고 싶었어. 아빠만 아니면 어떤 남자든 상관없었어. 나만 따뜻하게 보호해 준다면, --- 철진이는 나를 보호해 줬어. 친절하게 따뜻하게--- 그런데 이젠 난 어떻게 되지?

 

[지영태] 너무 걱정하지마. 아버진 널 용서해 주실 꺼야.

 

[오정미] 아냐. 이번엔 정말 아빤 날 용서하시지 않을 꺼야! 난 알아! 아빠가 얼마나 내게 실망했는지. 우리 아빠는 무서운 분이야. 얼마나 엄하고 신경질이 많은 분인 줄 너희들은 몰라. (훌쩍인다.) 용서해주지 않을 꺼야.

 

[지영태] 우리 아버진 엄하신 분은 아니야. 그러나 왜 자식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아버지도 나를 사랑해. 나를 위해서 뭐든 해 주셔. 그런데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들어 주시지 않아! 난 별을 사랑해. (창 밖을 향하며) 저 하늘에 많은 별들. 그 별자리가 얼마나 오묘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지 너희들은 모를 꺼야. 서울에선 별 같은게 보일 새가 없지만 시골에 가 봐. 여름날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밤하늘을 보렴. 거기엔 찬란히 빛나는 별과 우리의 꿈이 수놓아져 있어. 그래서 난 결심했지. 대학에 가서 천체기상학을 연구해 보겠다구. 그런데 아버진 나더러 법대를 가라는 거야. 천체기성학 하면 중방기상대에 취직 하는게 고작 아니냐구. 텔레비에 나와서 일기예보나 할거냐구?--- 나는 왜 판사나 검사가 되야 하지? 나는 별을 사랑하는데 말야.

 

[윤소자] (가며) 이름이 뭐니?

 

[지영태] 지영태.

 

[윤소자] (수첩에 적으며) 너 아주 시적인 분위기가 있구나. 여학생들이 너 같은 애를 좋아해. 미팅할 때 연락할게 전화번호 좀 가르쳐 줘.

 

[유인자] , 정말 매스껍다. 배부른 소리들 좀 하지마. 대학가는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별 때문에 집을 나와? 너희들은 부모사랑 지나치게 받아서 호사스런 고민에 쌓여 있는데 이 세상엔 부모덕은 고사하고 대학 꿈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그저 고등학교라도 다녔으면 하는 애들이 얼마든지 있어. 너희도 손톱이 다 닳도록 하루 5시간 기계와 씨름하며 노동하는 애들 생각이나 해 봤니? 그저 한번만이라도 교복입고 여학교나 다녀 봤으면 꿈꾸는 여공들 생각해봤니? 우린 너희들처럼 여유 있게, 미팅하고 여가를 즐기는 그런거 몰라. 우리의 꿈이라는 건 공부 좀 하구 좋은 남편감 만나 행복하게 살아 보겠다는 꿈 뿐이야. 그런데 월급10만원 겨우, 그걸로 집에 얼마 부치구 나머지로 친구 몇이 벌통 집에 자취하면서 야간학교라도 갈려고 발버둥치다가 결국은 건강 해치는 애들도 있다는 걸 좀 알아줘!

 

[장택수] 누나 그럼 누난 학생 아니야?

 

[유인자] 구로공단에 있었지. 전에는--- 그러나 지금은 영등포에 어느 술집에 있어. 우리 같은 애들이 쉽게 돈 버는 길은 그 길 뿐이야. 인간은 유혹에는 약하잖니? 취해서 사내한테 주정이나 받구. 그래도 버는 돈은 공장에서 시달리는 것 보다 몇 배 낫더라. 미성년자가 술 따른다고 이렇게 잡혀왔어. 호호 미성년자--- 어른 몫을 다 해야하는 미성년자는 술 따르면 안되니? 흐흐

 

[이수형] 아가씨.

 

[유인자] 이봐, 얘는 벌써 나더러 아가씨 그르잖아? 레지아가씨, 술집아가씨, 그래. 66번 아가씨다. ?

 

 

[이수형] 나쁜 의미로 말하는게 아냐. 이름도 모르고 그래서 그렇게 불렀을 뿐이야.

 

[유인자] 유인자. 나 같은 애한테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이수형] 너무 그렇게 자포자기하지 말아요. "하늘은 스스로 도웁는자를 돕는다" 라는 말 이럴 때 쓰는 말 아닐까? 스스로 자기를 학대하기 시작하면 인생은 그만이야.--- 난 사실은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재작년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미국에서 자랐어. 아버진 외교관이야.

 

[윤소자] 어쩐지 춤추는 폼하구 어딘가 다르더라. 세련됐어! 미팅에 꼭 부를게.

 

[이수형] 난 이 나라에 와서 놀란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시험성적이 나쁘다고 학생을 때리는 선생을 보구 난 기절할 뻔했어. 학교가 무슨 교도소냐? 미국에선 학생을 때린다는 건 생각도 못해. 모두 인격적인 대접을 받고 있어.

 

[지영태] 미국이니까 그렇지.

 

[이수형] 그것보다 더 놀란 건 교과목이 17과목이나 되는데 난 까무러칠 뻔했어. 미국에는 고등학교 과목이 필수 선택 합해서 8개 밖에 안 돼. 그것도 모두 토론식, 세미나 식으로 공부한다구. 그러니까 재미도 있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있거든? 그런데 여기선 토론은 고만두고라도 질문할 시간도 없더라. 무조건 주입식이야. 세상에 이렇게 재미없고 살벌한 교육이 어디 있니?

 

[윤소자] 문교부장관한테 물어봐. 왜 그런지?

 

[지영태] 전인교육을 시키기 위한거라더라. 모든 과목 올백 하길 원하는 부모들. 전천후로 어디에 갔다 놓아도 다 할 수 있는 만능 인간을 만들기 위해서 교과목이 많은 거야.

 

[이수형] 난 아주 질렸어. 선생들도 쥐어박을 줄만 알지 대화가 안 돼. 이젠 학교 다니기가 지긋지긋해. 취미생활을 가질 수도 없고 친구를 제대로 사귈 수도 없어. 그냥 시험과 성적, 입시, 학력고사! 맙소사!

 

[장택수] (귀를 막으며) 시험 얘기 좀 고만해! !

 

[오정미] 학력고사! 학력고사!

 

[김철진] 자율학습, 그놈의 자율학습!

 

[지영태] 새벽부터 밤까지 교실에서 도를 닦아야 해!

 

[윤소자] 우리를 학교에 잡아 두기 위해서야, 부모와 학교가 공모해서!

 

[이수형] (소리친다.) 이건 시험 지옥이야!

 

(노래 합창 "우린 시험지옥에 산다")

 

우리는 시험지옥에 살아요.

 

문교부 장관님

 

왜 입시제도는 자꾸 바꾸나요.

 

학부모님

 

왜 우린 공부만 해야하죠.

 

문교부 장관님

 

우리들을 지옥에서 구해줘요.

 

학부모님

 

우리들을 뛰어놀게 해줘요.

 

우리는 어른이 아니예요. 우린 청소년이예요.

 

우정을 원해요, 사랑두요. 우리는 시험지옥에 살아요.

 

[김철진] 우리에겐 우정은 없다. 싸움과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태권도 동작)

 

[윤소자] 여학생의 우정은 군것질 우정뿐이래요.

 

[장택수] 이사를 많이 다녀서 난 친구가 늘 새 친구뿐이래요.

 

[지영태] 친구를 쓰러 뜨려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어. 난 친구가 놀 때 공부해야돼. 그래야 시험에서 이길수 있으니까.

 

[오정미] 내 친구는 남자 친구 뿐이야. 그래야 우정이 애정으로 깊어지거든?

 

(철진의 어깨에 매달린다.)

 

[윤소자] 애정을 원하면 나한테 연락해. 미팅 주선 할 테니까. (열심히 수첩 들고 남학생 이름 적는다.)

 

[유인자] 구로공단에 있는 내 친구는 벌통 집에서 쎄코날 먹구 자살했어. 난 약 먹기 싫어서 술을 대신 마시지. 내 친구는 술 친구야!

 

[이수형] 그래서 나는 오로지 디스코를 사랑한다. 앞으로 체력장 검사를 디스코로 대체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어른들은 우리들의 눈치 보기 바쁘니까.

 

[일동] 체력 검사를 디스코로 대체하라!

 

(무대감독 나온다.)

 

[무대감독] (밴드일당 몰고 들어온다.) 아주 디스코에 중독된 얘들인데 이왕 음악을 틀어주려면 본격적으로 틀어주자. 밴드시작.

 

(디스코 음악이 들리자 애들 와 환성 지르며 춤을 춘다. 경관 나와 본다. 애들은 경관이 있는지 없는지 정신 못 차리고 춤을 춘다. 경관 다시 퇴장해 버린다. 한참 추는데 경관이 부하경관과 함께 커다란 대형 스크린이 붉은 텔레비를 밀고 나온다.)

 

[경관] 얘들 발광하는걸 보니까 심심한 모양인데 TV라면 꼼짝 못하는 애들이니까 진정시키는 방법은 이것 뿐이야. (큰소리로) 학생들, 텔레비 봐. 프로야구 중계 있어!

 

[장택수] , 야구? 프로야구래!

 

(모두 텔레비 스크린을 향한다.)

 

[무대감독] (나오며) 밴드 그만! (관객에게) 우리 민간인이 청소년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과 관에서 대처하는 방안이 이렇게 다릅니다.

 

[경관] 저 얘들은 언제 들어왔지?

 

[부하경관] , 무허가 카바레에서 연주하던 얘들입니다.

 

[경관] 저 사람 누구야?

 

[부하경관] 카바레 지배인입니다. 사장은 도망가 버려서 대신 지배인을 데려왔습니다.

 

[이수형] 한밤중에 무슨 야구중계예요?

 

[경관] 낮에 녹화해 둔 거야. (부하 경관에게) 이것두 다 우리 서장님의 아이디어야. 보호실에 미성년자가 많을 때는 프로야구 테이프를 틀어줄 것. 성인들이 많을 때는 그렇고 그런 도색 테이프를 틀어주면 모두 잠잠해질 것이다. 아마 오히려 우리 경찰서 보호실에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것이다. 틀어라!

 

(부하경관 단추 누르면 프로야구 중계하는 그림이 나오기 시작한다. 애들 잠잠해 지고 열심히 야구를 보며 선수가 어떻구 투수가 어떻구 애드리브 한다.)

 

[경관] 보라구 금방 애들이 어린양처럼 순해지지. 아마 한 시간쯤 지나면 침을 줄줄 흘리면서 넋잃고 보고 있을 꺼야. --- 역시 우리 서장님 아이디어는 훌륭했어. 고시 패스한 분이라 생각하는 것도 다르단 말이야.

 

[부하경관] (관객에게) 비디오 갖다 놓은 경찰서 보호실 가 보셨습니까? 한번쯤 와 보세요.

 

(만족해서 웃으며 퇴장하는 경관과 부하. 애들은 넋잃고 야구를 본다. )

 

[무대감독] 솔직히 말해서 야구는 나도 좋아한다.

 

(밴드와 함께 야구중계를 본다.)

 

((오정희 혼자 훌쩍인다. 유인자 다가간다.))

 

[유인자] 운다고 무슨 대책이 서니?

 

[오정희] 날이 밝나봐. 아버지가 오실 꺼야. 그럼 난 죽어! 집에서 영원히 쫓겨 나.

 

[유인자] 그럼 나한테 오렴. 사회에 일찍 나간다는게 해롭지만은 않아. 저 애는 열심히 공부할 동안 열심히 돈 벌 수가 있거든? 몸은 고달프지만

 

[오정희] 그러나 내겐 아직 꿈이 있단 말이야.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시험 때문에 책과 씨름도 하고 싶고 부모님의 기대도 받고 싶단 말이야. 부모님이 날 한번만 용서해 주시면, 내게 조금만 따뜻한 관심을 기우려 주시면 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정말이야.

 

[유인자] 네가 부럽다. 아버지 오시면 무조건 용서해 달라고 빌어. 그 길밖에 없지 않니? 나야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그래도 집이 그리워. 어머니, 아버지와 동생들이 있는 집이 가고 싶어.

 

(두 소녀 훌쩍인다. 서러운 듯 점점 더 크게 흐느낀다.)

 

[윤소자] 얘들은 왜 초상집에 왔나? 질질 짜고 그래? 나처럼 집에서 부모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만 행동해.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면 책 펴놓고 하는 척 하면 되잖아? 그리고 외로우면 미팅해! 집에 있기 싫음 독서실에서 공부한다고 그러구 책가방 들고 나오란 말이야. 독서실 미팅도 주선할 수 있어. 이름하고 집 전화번호 뭐니? (수첩 꺼내 든다.)

 

[지영태] (TV보다 벌덕 일어나며) 정말 너희들은 텔레비의 노예구나!

 

(아이들 일어나 춤과 노래한다.)

 

[노래] "테레비죤. 텔레비전죤

 

금도기 은도끼. 마지가제트

 

은하철도 999. 돌아온 아톰

 

다이알만 돌리면

 

뭐든지 쏟아지는

 

마술상자.

 

테레비죤. 테레비죤

 

프로야구 프로축구 아이스하키.

 

프로씨름 프로권투

 

무차별 중계하는

 

시간도둑

 

- 우리는 테레비의 포로

 

- 우리는 테레비죤 세대"

 

[지영태] --- 정말 너희들은 텔레비전의 노예구나! 정신 차려! (지영태 TV꺼버린다.)

 

[장택수] 난 테레비 없음 못살아!

 

[지영태] 너희들의 표정을 봐. 멍청해져 있어! 너희들은 텔레비전에 정신을 뺏기고 있어!

 

[이수형] 텔레비전이 뭔데?

 

[윤소자] 마술상자.

 

[김철진] 텔레비전이 뭐야?

 

[유인자] 요술상자.

 

[오정미] 허지만 텔레비전은

 

[지영태] 바보상자야!

 

[이수형] (소리친다.) 그러나 우린 비디오 시대에 살고있다! 비디오, 컴퓨터, 전자오락, 텔레비전!

 

(아이들 노래 춤추기 시작한다. "테레비죤 세대")

 

[노래] "테레비죤 텔레비전죤

 

우리들의 꿈동산

 

다이알만 돌리면

 

(소리로) 금도끼 은도끼 마지가 제트. 돌아온 아톰

 

은하철도 999 ( --- )

 

[노래] 뭐든지 쏟아져요

 

텔레비죤 텔레비전죤

 

우리들의 마술상자

 

프로야구 프로축구

 

(소리로) 프로씨름. 아이스 하키. 농구, 배구, 권투. 핸드볼

 

[노래] 무차별 중계해요.

 

텔레비전죤 테리비죤

 

우리들의 시간도둑

 

테레비만 있으면

 

(소리로) 밥도싫어. 잠도싫어. 친구도싫어. 죽어도 좋아 (--- )

 

(노래) 정신이 멍해져요.

 

- 우리는 테레비의 포로

 

- 우리는 테레비죤 세대

 

[페이지] 022

 

(모두 일어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경관 부하경관과 나와서 멍하니 본다. 부하 경관 재미있다는 듯 어깨와 발을 들썩이며 좋아한다. 경관 그런 부하를 본다.)

 

[경관] 자네 지금 뭐하는 거야?

 

[부하경관] ! (FUT 자세하며 아이들에게) 그만! 그만 조용히 해!

 

(아이들 멈춘다.)

 

[경관] 너희들은 경찰서 보호실을 디스코장으로 착각하는 모양인데 좌우간 즐겁게 하룻밤을 보내 줘서 고맙다. 그렇다고 해서 또 와서는 안 된다. 이다음에 어른이 된 다음에 오는 건 환영하겠다. 곧 날이 밝는다. 날이 밝으면 너희들의 부모 또는 보호자들이 데리러 올 것이다. 보호자에 의해 너희들의 신분이 확인되면 석방해 준다. 가정으로 돌아가거든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왜 자신이 경찰서 보호실에서 하룻밤을 새야 했는가를---

 

[부하경관] 우리가 단속해서 잡아왔기 때문이다.

 

[경관] 너희들은 경찰이라면 무조건 반발하겠지만 우리야말로 외롭고 고달픈 임무를 수행하는 이 나라의 없어서는 아니 될 질서의 수호자다.

 

(애들 우- 하는 소리)

 

[부하경관] 차렷!

 

[경관] 우리는 학생들에게 돌팔매질 맞아 터지고 위에서는 도둑 못 잡는다고 터지고 집에서는 돈 못 번다고 터지는 가련한 동네북이다.

 

[부하경관] 옳소. 박수, 박수! (혼자 박수친다.)

 

[경관] 이 순경! (부하 찔끔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자네들 같은 꿈 많은 학창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그 귀중한 시간을 왜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냈는지 지금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너희들은 나처럼 후에 어른이 되여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너희 시간을 뜻있게 보내기 바란다. 이상.

 

[부하] 박수

 

(아이들 박수친다.)

 

[경관] 서로 작별 인사하고 나갈 준비를 하도록. 지배인 밴드맨 나와. (경관 부하경관 데리고 퇴장한다.)

 

[무대감독] (관객에게) 원래 인생에서 무대감독이란 이렇게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야 밴드 나가자 (얘들에게) 잘 있어라

 

((아이들 손 흔든다.))

 

[오정미] (무섭다.) 난 어떻게 해?

 

[김철진] 나보고 자꾸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니?

 

[윤소자] 무조건 싹싹 빌어. 죽는 시늉해. 눈물도 펑펑 흘리구.

 

[오정미] 우리 아빤 눈물 같은 거 흘린다고 마음 풀리는 남자 아니야!

 

[윤소자] 그야말로 피눈물도 없는 사내구나.

 

[장택수] 엄마가 오면 얼마나 잔소리할까? 차라리 때리기라도 하면 좋은데 엄마 말소리 듣기만 해도 반발이 생겨.

 

[윤소자] 난 엄마가 "얘 밥 먹어라" 하는 소리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어. 그 짜증 섞인 엄마의 목소리.

 

[김철진] 난 아마 데리러 오지 않을 꺼야. 나가서 없어졌으면 하겠지.

 

(밖에서 차소리, 타이프소리 등 소음 들리기 시작한다.)

 

[이수형] 우리 작별할 시간이다. 사람의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니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겠지.

 

[지영태] 여기서?

 

[윤소자] 내가 연락할게. 우리 미팅에서 만나. 보호실 동기생들 미팅 주선 할 수 있어. 비용은 드니까 돈 준비해 둬.

 

[유인자] 나도 낄 수 있니?

 

[윤소자] 그럼! 우리 미팅은 학력제한 같은 거 없어. 미남 미녀에다 건강한 육체만 소유하면 되. (둘러보며) --- 그러구 보니 우린 참 어울리게 모였구나. 미남 미녀들만, 일 되겠다.

 

(부하경관 온다.)

 

[부하] 장택수

 

[장택수] .

 

[부하] 나와. 어머니 오셨다.

 

(어머니 들어온다.)

 

[어머니] 도대체 넌 뭐가 부족해서 집을 나가 사니? 텔레비 너무 보니까 그만 보구 공부하란 엄마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어! 그러구 집 나가서 또 텔레비 보다가 이런데 잡혀와? 너 장래 뭐가 될 꺼야? 공부 안하고 맨날 텔레비 앞에서 죽치고 앉았으니

 

[장택수] 차라리 여기서 경찰관 아저씨 잔소리 듣는게 더 교육적이야.

 

[어머니] , 택수야.

 

[장택수] 가세요! 나 집에 안 갈래. 여기도 텔레비, 비디오 다 있어!

 

[부하경관] 너 텔레비 보여주려고 데려온 줄 알아, 어서 어머니 따라 나가.

 

[장택수] 싫어요. 여기 있겠어요.

 

[어머니] 그래. 알았다. 내가 잔소리 안 할게. 엄만 어젯밤 너 때문에 한숨도 못 잤어. 그래서 널 보니까 속상해서 그러는 거야. 앞으론 일체 말 안 할게.

 

[페이지] 025

 

[장택수] 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구요, 제가 잘못하면 차근차근 타일러 주세요. 그럼 나도 듣겠어요. 난 내가 잘못한 거 다 알아요. 이렇게 엄마하고 하룻밤 떨어져 있으니까 나도 느끼는게 많아요. 그런데 엄마가 또 습관적으로 짜증내면서 잔소리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반발하게 되요. 그래서 일부러 더 집을 나오게 되는 거예요.

 

[어머니] 알았어. 내가 약속할게. 절대로 짜증내면서 잔소리하지 않을게. 조용히 말해서 널 설득시키도록 하면 되겠지?

 

[장택수] , 엄마. (돌아보며) , 누나, 나 먼저 갈게.

 

[일동] 잘 가 꼬마야!

 

(장택수 어머니 따라 나간다.)

 

[부하경관] 우리 경찰서 보호실에 오면 일단 뭔가 깨우치고 나간단 말이야. (재면서 퇴장한다.)

 

[이수형] 우리 어머니들이 저렇게 빨리 알아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영태] 방법은 있어! 미성년자가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되면 그 부모도 같이 가둬두는 거야. 그래서 이 안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거야. 자식들을 윽박지르지만 말고 자식의 얘기를 들어주게 해야 해. --- 여기 우리 중에 아버지와 대화 잘 되는 사람 누구 있니?

 

[윤소자] ! (손든다.) 술 취하시면 대화 잘되, "소자야, 소주 한 병 더 사와라. 딸년은 시집가면 그만인데 공부 더 해서 뭐하냐? 애비 좀 호강 좀 시켜다오!" 등등---

 

(밖에서부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정미 질린 표정이다.)

 

[오정미] 아버지 목소리야!

 

[아버지] (경관과 들어오며) 백번 얘기해도 소용없어요. 지 에미는 얘 때문에 병이 다 들었습니다. (정미를 본다.) 너 이년아 애비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아예 내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없어지든지 할 것이지. 집 전화는 왜 가르쳐 줘?

 

[경관] 선생님, 고정하십시오.---

 

[아버지] 너 도대체 사람이 되려고 이러니? 학교 퇴학당했으면 집에서라도 죽치고 있어야지. ? 여인숙? 이런!

 

[오정미] (다 죽어 가는 소리로) 잘못했어요 아버지.

 

[아버지] 잘 못 했어요? 그 소리 한두 번 들었어?

 

[오정미] 이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아버지] (뺨을 친다.) 나가 죽어!

 

[김철진] (욱하며) 때리진 마세요!

 

[아버지] 넌 뭐야? , 그러니까 이 녀석하고 한 여관에 있었단 말이구나! 나쁜 자식 머리 꼭대기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김철진] (악쓰듯 소리 지른다.) 어른이라고 말 그렇게 함부로 하지 말란 말이야!

 

[아버지] 아니, 저 자식이 어디서 어른한테 말대꾸야! 생긴 것 보니깐 꼭 소도둑 같이 생겨 가지고 이놈.

 

(이수형 철진을 말리며 끌고 뒤로 물러선다.)

 

[경관] 선생님, 저 좀 봅시다. (무대앞쪽으로 아버지를 데리고 온다.) 제가 보기에 따님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크게 뉘우치고 있습니다.

 

[아버지] 개버릇 남 주겠습니까? 어쩌다 우리 집안에 저런게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페이지] 027

 

이젠 망신스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어요.

 

[경관] 그렇다고 야단 친다고 애가 좋아질 수가 있습니까?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학교도 다시 보내고 더 타락하지 않도록 부모가 보호해야 합니다.

 

[아버지] 나더러 어떡하란 얘기요?

 

[경관] 따님은 이제 겨우 열일곱 살입니다. 따님을 사랑해 주십시오. 저 애가 부모한테조차 외면당하면 어떤 사람이 그 앨 따뜻하게 대해 주겠습니까?

 

[아버지] 나도 생각 안 해본 게 아닙니다. 그러나 저 앤 천성적으로 나쁜 속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나이에 남녀 관계라니? 그것도 여관에서--- 이건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경관] 따님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화를 내시는 건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부녀의 정을 끊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최선의 방법은 따님을 용서하시고 전처럼 착한 사람으로 만드는 길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버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버지] 저 앤 천성적으로 의지가 빈약하고 옳고 그른걸 판별하는 능력이 없어요. 난 절대 용서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집안에서 그런 피를 가진 사람이라곤 없습니다!

 

[경관] (화가 난다.) 그 피가 누구한테 물려받은 건데요? 선생님 피 아닙니까? 그럼 책임을 져야지! 따님은 어른이 아니에요. 완벽할 수 없어요. 저 애들한텐 실수할 권리도 있는 겁니다.! 선생님은 저 나이에 실수 한번도 안 했습니까? 아이들이 돌아갈 곳이 가정이고 가정에서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것인데 그 가정이 냉대하면 저 애들은 어떻게 성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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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습니까? 마음대로 하십시오! 내 딸은 아니니까요.

 

(경관 퇴장해 버린다. 아버지 한대 맞은 듯 돌아본다. 오정미 가늘게 울고 있다. 아이들 아버지를 본다. 아버지 천천히 딸에게 다가간다. 오정미 다가오는 아버지를 본다.)

 

[아버지] (부드럽게) 집에 가자!

 

[오정미] 아빠! (아버지 딸을 와락 안으며)

 

[아버지] 그래, 용서하마. 열 번이라도 백번이라도 용서하지.

 

(딸을 안고 퇴장한다. 이수형 혼자서 가볍게 박수친다.)

 

[윤소자] 신파 영화 보는 것 같구나. (눈물 손수건으로 닦아낸다.)

 

[이수형] 경찰 아저씨 통하는 데가 있는데?

 

[지영태] 옳은 얘기다. 우린 어른이 아니다. 실수할 수도 있지. 그러나 실수한다는 게 자랑될 건 없어. 가장 귀중한 시간 속에서 실수하지 않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애들도 있어. 그런 애들이 더 많지. 우린 왜 그럴 수 없지?

 

[김철진] 나도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니야. 부모들이 이해 못한다고 불쑥 반항하고 집을 뛰쳐나온 건 내가 경솔했던 탓이야. 내가 좀더 참고 설득을 했어야 해.

 

[윤소자] 요새 어른들이 어디 설득을 당하니? 저만 옳다고 하지! 부모들이 무식해서 그런 다면 얘긴 또 달라. 이건 도리어 공부한 부모들이 더 하다구.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걸 뭐.

 

[이수형] 이 나라 민주주의 교육이 잘못돼서 그래. 학교서 배울 때부터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인데 실생활에 나가봤자 별수 있어? 이 나라의 정치하고 똑같지. 다들 저만 옳다고 주장하고 남의 얘기에 설득 당할 줄 모르는 인간들뿐인데!

 

[지영태] 어떻든. 우리도 곧 어른이 된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 우린 최소한도 우리 다음의 오는 세대를 더 잘 이해하는 부모가 될 건 틀림없어. 그렇게 생각지 않니?

 

(모두 긍정적으로 고개 끄덕인다.)

 

[윤소자] 난 엄마가 되 봐야 알 것 같애. 우리 딸 애가 미팅이나 한다구 허구한날 싸돌아 다니면 그걸 어떻게 해? 내쫓을 수도 없구.

 

[지영태] 제 할 일 안하고 미팅이나 하고 다니는 건 잘못이지. 타일러야 해!

 

[윤소자] 나한테 하는 소리 같다.

 

(부하경관 들어온다.)

 

[부하경관] 김철진, 윤소자, 이수형, 나와.

 

(서로 본다. 악수 나눈다.)

 

[이수형] (지에게) 먼저 나간다. 우리 좋은데서 다시 만나자.

 

[윤소자] 만나는 문제에 대해선 신경 쓰지마. 내가 연락해 줄 테니.

 

[지영태] (철진에게) 잘해내길 바래. 참고 견디는 힘을 기르자!

 

[김철진] 고맙다. 해 봐야지.

 

[윤소자] (인자에게) 언니, 힘내요.

 

[유인자] 잘 가!

 

[부하경관] 언제들 만났다고 그렇게 인사가 길어? 어서 나가!

 

(서로 손 흔들며 나가는 세사람)

 

[부하경관] (나가다 객석에다 대고) 우리 보호실에 들어왔다 나가면 불량 소년들이 보통 이 정도로 교화됩니다.

 

((지영태와 유인자만 남는다.))

 

[유인자] 학생은 왜 아무도 데리러 안 오지?

 

[지영태] 주소 이름 전화번호 다 엉터리로 가르쳐 줬어.

 

[유인자] ?

 

[지영태] 집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유인자] 그럼 여기 있을 꺼야?

 

[지영태] 누나는 어떡할 거예요?

 

[유인자] 갈 데가 없어. 아마 구류처분을 시키던지 갱생원에 넣던지 하겠지.

 

[지영태] 안 되요. 그럼, 공장에 도로 가세요. 힘이 들더라도 견디고 이겨내야 해. 공장에서 일하고 학교도 가는 여공들 있잖아요?

 

[유인자] 쉬운 일이 아니야. 나 같은 건 이미

 

[지영태] 자포자기하지 마세요. 스스로 포기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 없어요. 현실과 싸워요. 견뎌요. 인생을 사는 훈련이라고 생각하구요. 어른들이 일부러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이런 어려운 일들을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인생이란 현실이 어려운 만큼 여기서 살아 견디는 힘을 키워 줄려고 공부시키고 어려운 입시제도 만들고 규율과 틀 속에 집어 넣는 거예요. 여기서 견디는 사람만이 자기 인생을 살수 있는 거예요.

 

[유인자] 학생은 어린 사람이 어떻게 그런 훌륭한 생각을 하지?

 

[지영태] 별을 보면--- 늘 하늘을 보고 있으면 별이 내게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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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줘요. 질서와 혼돈과 암흑이 함께 있는게 별들의 세계예요. 별 중에는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면서 꾸준히 달리는 별도 있어요. 또 갑자기 폭발해서 산산 조각나 버리는 별도 있구요. 블랙 홀이라는 암흑 속으로 영원히 빠져 소멸해 버리는 별도 있어요. 우리 인생이나 다름없어요.

 

"별의 노래"

 

[지영태] (노래한다.)

 

밤 하늘에 가득한 별하나 하나

 

꿈과 사랑안고 기도 드리네

 

[유인자] (노래한다.)

 

달빛속에 흩어진 별하나 하나

 

쓸쓸한 추억안고 하염없이 우네

 

[합창]

 

- 아스런히 먼곳의 별님이여

 

그리워 그리워서 그 이름 불러보네

 

- 정처없이 방황하는 별님이여

 

보인다 말도없이 풀밭에 지네

 

[유인자] 늘 규칙적으로 일정한 길을 달리든 별이 어쩌다 길을 잘못 잡아 방황하는 별이 되 버린 것이 바로 너로구나!

 

[지영태] 그래요. 그런가 봐요.

 

[유인자] 집에 가! 너는 방황하는 별이 되지마.

 

[지영태] 누나는? 누나는 어떡할 거예요?

 

[유인자] ? (암담하다.)

 

[지영태] 누나, 나하고 약속해요. 바른길을 걷겠다고. 그럼 여기서 나갈 수 있어요.

 

[유인자] 어떻게?

 

[지영태] 약속해요! (진지하다.)

 

[유인자] (끄덕이며) 약속해. 공장에 가겠어. 날 환영할거야. 어렵더라도 견디겠어!

 

[지영태] (소리 지른다.) 경찰관 아저씨!

 

(부하 경관 들어온다.)

 

[부하] 왜 그래? 너희들은 보호자가 없어서 그냥 내 보낼 수 없다.

 

[지영태] 서장님 좀 불러 주세요.

 

[부하] 뭐 서장님? , 서장님이 할 일 없어 너희를 면회하고 있겠니? 우리 서장님은 바쁘신 분이야.

 

[지영태] 그럼 저를 서장님한테 데려다 주세요.

 

[부하경관] 작작 웃겨. 서장님 지금 수사 과장 집합시켜 놓고 회의중이야. 할 얘기 있음 나한테 해. 나도 여기선 그래도 너희들한테 사식 넣어 줄 권한은 있어. 배고프냐?

 

[지영태] 지영태가 여기 있다고 전해 주세요.

 

[부하경관] 지영태가 누군데?

 

[지영태] 저요!

 

[부하경관] 네 이름이 무슨 장관 이름쯤 되니?

 

[지영태] 지한용 서장님이 제 아버지예요.

 

[부하경관] ? --- 서장님이! (무의식중에 지영태에게 경례 부친다.) 어서 나오십시오. 서장님 아들을 우리가 잡아넣은걸 알면!

 

[지영태] 어서 가서 말씀드리세요.

 

(부하경관 뛰어 나간다.)

 

[유인자] 정말이야?

 

[지영태] . 그러니까 염려 마세요. 이 나라는 아직도 권력이라면 다 통하게 되 있어요.

 

(경관이 부하 경관과 황급히 들어온다.)

 

[경관] 자네가 지영탠가?

 

[지영태] .

 

[경관] 왜 아버지가 서장님이라고 진작 얘길 하지 않았나?

 

[지영태] 전 특별 취급받는 건 싫어요.

 

[서장] 그런데 뭐가 불만이야?

 

[지영태] 꼭 불만이 있어 방황하는 건 아니에요. 전 제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어요.

 

[서장] 인생? 네가 인생에 대해서 뭘 알아? 넌 지금 고등학생이다. 다른 생각말고 오직 공부를 할 때야. 내일 모래면 대학 입시야. 넌 우리 집의 장남이고 지씨 가문의 장손이야! 넌 아버지를 이어야 돼! 그런데 뭐 방황해! 인생이 뭐가 어떻다구?

 

[지영태] (소리지른다) 아버지! 전 아버지의 장남이구 지씨 가문의 장손이기 전에 저 자신이에요. 전 아버지가 훌륭하신 분인 건 알아요. 그렇지만 제가 진정 무얼 원하는지 제 꿈이 무엇인지 알려고 해 보신 적 있으세요?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저하고 대화 해 보신 적 있으세요?

 

[서장] 그 황당무계한 별 얘기를 하는 거냐? 그건 이미 끝난 얘기야! 넌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해야돼! 넌 법관이 돼야해! 인생에서 성공이란 게 무얼 의미하는지 아니?

 

[지영태] 권력과 돈인가요?

 

[서장] 남에게서 존경을 받는 입장이 되는 거다.

 

[지영태] 아버진 지금 존경받고 계십니까?

 

[서장] 뭐가 어째?

 

[지영태] (폭발하듯) 권력과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에요. 그건 이 나라에선 부정과 부패와 같은 의미예요.

 

(서장 느닷없이 아들의 뺨을 때린다. 지영태 놀란다. 경관도 놀란 채 보고있다.)

 

[서장]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너희 눈으로 보는 어른의 세계가 다 그럴지는 모르지만 아버진 부정하게 권력을 휘두른 적 없다. 세상을 오직 한가지 색깔로만 보아선 안 돼. 너도 어른이 되면 곧 알게 될 꺼야. 이 세상은 선과 악이 공존해 있다. 제각기 다른 꿈을 갖고 다른 야심을 갖고 있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 남는가는 꿈만으로 성취되는 일이 아니다.

 

[지영태] 그렇지만 아버지, 전 아직 꿈 많은 청소년이에요. (울먹인다.) 전 어른이 아니에요!

 

[서장] (수그러든다.) 그래. 알고있다. 내게도 너 같은 때가 있었지. 나도 너희 때는 꿈을 갖고 있었다. 멋진 영화배우가 되는 꿈을, ! ---

 

[지영태] 아버지!

 

[서장] --- 널 때린걸 용서해 다오. 진심으로 널 미워서가 아니었다. 우리 한번 진지하게 대화해 보자. 내가 너무 내 욕심만 부린 모양이다. 정말 널 여기서 이렇게 만나고 보니 우리가 너무 오래 대화를 못했다는 걸 알겠구나.

 

[지영태] 아버지! (아버지에게 안긴다.)

 

[서장] (부하경관에게) 내가 지영태의 보호자니 데리고 나가도 되겠지?

 

[경관] ! (경례한다.)

 

[서장] (아들에게) 우리 어디 가서 아침 먹으면서 얘기해 보자. (나가며) 배고프지?

 

[지영태] 아버지 제가 어젯밤에 단속에 걸려 잡혀 오길 잘했어요.

 

[서장] 그렇다구 나하고 대화하고 싶을 때마다 잡혀와선 안 돼!

 

[지영태] (웃으며 두 사람 어깨 안고 나간다.)

 

[경관] 우리 서장님이 목석 같은 사낸 줄 알았더니 인간적인데도 있구나!

 

[부하] 서장이기 전에 자식의 아버진데 별 수 있어요? 아버진 자식에게 다 약하게 되 있어요.

 

[경관] 장가도 안 간 사람이 뭘 알아? (경관 급히 서장 뒤를 따라 나간다. 부하 으쓱하며 철창 안을 본다.)

 

[부하경관] 보호실이 텅 비면 쓸쓸하단 말이야. 뭐든 꽉 차 있어야 내가 경찰 하는 재미가 있는데 (관객에게) 오늘밤에도 몇 명 들어오겠는데---

 

((부하 경관 나가 버린다. 무대 텅 빈다. 무대 옆에서 어른 다시 나온다.))

 

[어른] 순철아! 어디 있냐? 할애비가 여기 있다. 순철아.

 

(이때쯤 아마 객석에서 ""하는 반응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 적절한 대사로 받아넘길 것. 예를 들어? "어디? 넌 아니야. 내 손자는 너처럼 미련하게 생기진 않았어" --- )

 

[어른] (객석에) 제 손자 본 사람 없습니까? 키는 162cm고 약간 마른 편이고 볼엔 사마귀가 하나 있어요.

 

(무대감독 옆에서 나온다.)

 

[무대감독] 아저씨, 또 이러면 어떡하세요? 남의 연극 방해하시면 경찰 부르겠어요.

 

[어른] 연극 끝났잖아?

 

[무대감독] 막이 내려야 끝나죠.

 

[어른] 그럼 빨리 막 내리고 객석 불 좀 켜.

 

[무대감독] 무대 인사를 해야 막을 내리죠.

 

[어른] 그럼 해. 어서

 

[무대감독] 저기 나가 계세요. (어른을 밀어 객석으로 내 보낸다. 관객에게) 소란 부려 죄송합니다. (무대 뒤에 대고) 무대 인사 해! (음악소리 들으며 배우들 뛰어나와 춤추며 노래 부른다. 이때의 노래는 관객과 같이 할 수 있는 노래를 선택했으면 좋겠다. 연기자들 박수 치며 관객과 같이 노래하는데 막이 천천히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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