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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작성자 유경선 등록일 23.07.02 조회수 70

눈높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정답을 불러주며 답을 맞춰 보고 있었다. 그러다 잠깐 헷갈린 선생님이 마지막 문제의 답 3번을 2번이라고 잘못 말했다. 깜짝 놀란 학생들 대부분이 "에이선생니이임!" 하면서 어리둥절해 하는데, 맨 뒤에 있던 학생 하나가 말했다.

"아싸! 한 개 맞았다."

 

오래 전에 읽었던 내용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거리의 쇼 윈도우는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었고, 크리스마스 캐롤이 즐겁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길모퉁이에 서서 지나가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길옆에는 장난감도 많이 진열되어 있어서, 어머니는 아들이 퍽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을 거닐다 보니 아들이 어머니의 코트에 매달려 훌쩍훌쩍 울고 있는 것이었다. 신발 끈이 풀려있는 것을 발견한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앉아 풀린 신발 끈을 다시 매주었다. 신발 끈을 다 매고 난 후 무심코 고개를 든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앞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멋있게 반짝이는 불빛도, 쇼 윈도우도, 장난감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가려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굵은 다리와 엉덩이들이 서로 밀고 부딪치면서 바삐 움직이는 흉한 모습만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다섯 살짜리 아이의 눈높이로는 처음 본 세상이었다. 어머니는 크게 놀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는 자기를 기준으로 한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의용 지은 책)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만학도 학교도 신학기가 되어 신입생들을 받았다. 여러 가지 모양의 신분과 지위, 연령대의 학생들이다. 오랜 세월 손 놓고 지내온 세월들을 지나 뭐가 답인지 모르는 학생들과, 조금은 접해본 관계로 눈높이가 다른 학생들도 있으리라. 그들을 좀 더 고려하는 너그러움을 갖도록 해보자.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먼 길 운전대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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