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담장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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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유경선 | 등록일 | 20.07.16 | 조회수 | 49 |
회색 담장 2
그러던 어느 날 오후 한 가지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왜 창가에 있는 저 사람만이 특권을 누리고 있는가? 왜 그 사람 혼자서 바깥을 내다보는 즐거움을 독차지하고 있는가? 왜 자신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가? 그는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그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점점 더 창가에 있는 환자에게 질투가 났다. 침대의 위치를 바꿀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다.
어느 날 밤이었다. 그가 천정을 바라보며 누워 있는데 창가의 환자가 갑자기 기침을 하면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을 버둥거리며 간호사 호출 버튼을 찾는 것이었다. 갑자기 병세가 악화된 것이 분명했다. 그는 당연히 그 환자를 도와 비상벨을 눌러 주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 환자의 숨이 완전히 멎을 때 까지도.
아침에 간호사는 창가의 환자가 숨져 있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조용히 시신을 치워 갔다. 적절한 시기가 되자 그는 창가 쪽으로 침대를 옮기고 싶다고 간호사에게 요청했다. 병원 직원들이 와서 조심스럽게 그를 들어 창가 쪽 침대로 옮겨주었다. 그리고 편안히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매만져 주었다. 직원들이 떠나자마자 그는 안간힘을 다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팔꿈치를 괴고 간신히 상체를 세울 수 있었다. 그는 얼른 창밖을 내다보았다. . . . 창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맞은편 건물의 회색 담벽이 가로막고 있을 뿐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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