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낭독회(여섯 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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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가영 | 등록일 | 24.10.24 | 조회수 |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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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낭독은 박가영 선생님이 하였습니다. 2014년 발간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122쪽을 읽어드렸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냅니다. 작가는 2016년 맨부커상을 <채식주의자>로 수상한 뒤 <채식주의자>보다 <소년이 온다>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은 장전한 소총을 들고 의자와 의자 사이를 다니며, 자세가 바르지 않은 사람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쳤습니다. 재판소 밖에서 가을 풀벌레가 울고 있었습니다. 그날 아침 새로 받은, 세제 냄새가 풍기는 깨끗한 푸른색 수의를 입고서 나는 즉석 총살이란 말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정말 닥쳐올 총살을 기다리듯 숨을 죽였습니다.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 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리라고.
<소년이 온다>, 창비, 2016
오늘로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낭독회는 문을 닫습니다. 그간 귀 기울여 경청하며 함께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소중하고 무한한 책 한 권이 여러분 곁에 놓이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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