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52(2024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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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1.06 | 조회수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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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쉰두 번째 편지, 2024년 11월 6일, 수요일에
저녁기도 / 류시화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나는 기립근*이 약해 잘 무너집니다. 나를 잡아주소서. 나는 가시뿐 아니라 꽃에도 약합니다. 외로움에도 약하고 그리움에도 약합니다. 세상 속에 사는 것에도 약하고 세상을 등지는 것에도 약합니다. 당신이 알다시피 사랑에도 약하고 미움에도 뼈저리게 약합니다. 말주변 없는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나는 저항하는 것에도 약하고 받아들이는 것에도 약합니다. 축복에도 약하고 저주에도 약합니다. 진실에도 거짓에도 약합니다. 내 얼굴이 나에게 낯설지 않도록 생의 저녁을 나와 함께하소서. 내 심장은 혼자서도 이중창을 부릅니다. 절망과 희망의 용기와 두려움의 이부합창을 그러니 많은 해답을 가진 자를 멀리 하고 상처 입은 치유자와 걸어가게 하소서. 나는 혼자인 것에도 약하고 함께인 것에도 약합니다. 손을 내미는 것에도 손을 거두는 것에도 약합니다. 다시 한번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나는 시작에도 약하고 끝에는 더 약합니다.
기립근* : 척추 세움 근육
류시화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2022/ 수오서재』에서
▷ 하느님이 천사들과 미산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찾아갔어요. “둘씩 짝을 지어 앉아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하느님 말씀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사람과 사람의 짝도 아름답지만 사람과 나무의 짝도 정말 아름답지요. 사람이 나무를 가까이 하면 깨달음을 얻는다고 해요. 깨달음을 얻는 자만이 평안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어요? 사람 인(?)과 나무 목(木)이 합쳐진 ‘휴(休)’는 ‘깨닫다’라는 뜻과 ‘쉬다’라는 뜻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제 짝은 멀구슬나무예요. 날마다 멀구슬나무를 그리워하며 멀구슬나무를 닮으려고 하지요. 언젠가는 저도 멀구슬나무처럼 평온하게 쉴 시간이 찾아오리라 믿어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사람은 하늘의 신이 깃든 존재라는 걸 알면 사람과 사람의 짝이야말로 정말 황홀한 짝이라는 걸 알 게 되죠. 그에 못지않게 신비롭고 경이로운 짝이 자음과 모음이랍니다. 자음(子音)과 모음(母音)은 사실 엄마가 아기를 껴안고 있는 모습 아니겠어요? 엄마 없이는 아기가 태어날 수 없듯이, 우리말은 자음과 모음이 짝을 이루지 않으면 한 마디도 태어나지 못하지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할 때도 말씀으로 만들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자음과 모음의 결합이야말로 놀랍고도 오묘한 짝이지요. 말 한 마디라도 허투루 하면 안 되는 까닭 아니겠어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사람과 사람의 짝, 사람과 나무의 짝, 자음과 모음의 짝은 정말 환상적이에요. 여기에 버금가는 짝이 있다면 사람과 천지(天地)와의 짝이랍니다. 사람[?]이 ‘하늘·땅[二 : 위의 일(一)은 하늘, 아래 일(一)은 땅이라는 뜻]’과 온전한 짝이 되면 사랑[仁]을 이루게 되지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God is Love!]!’라는 말이 그 증거 아니겠어요? 사람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태어날 확률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바닷가 모래알 중의 하나가 되기보다 더 어렵다고 해요. 그렇게 귀한 존재로 하늘과 땅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하늘·땅과 짝을 이루고 산다는 것은 가장 복된 삶이라 말할 수 있겠죠, 하느님?”
▷ 수은주가 조금씩 내려갑니다. 따뜻하게 몸 관리하며 건강 잘 챙기기 바라요. 오늘 6~7교시에는 1학년 노동인권교육이 있습니다. 각 반에서 외부강사가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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