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48(2024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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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0.31 | 조회수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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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마흔여덟 번째 편지, 2024년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날에
신분증 / 마흐무드 다르위시
적으시오. 나는 아랍인이오. 채석장에서 땀 흘리는 동무들과 함께 일하오. 그리고 내 아이들은 여덟이오. 나는 그들을 위하여 빵조각을 얻어내요. 그리고 옷가지와 공책도 바위로부터…. 그리고 는 당신의 대문으로부터 자선을 구걸하지도 않소. 당신의 현관 앞에서 그래서 당신 화난단 말이오?
적으시오. 나는 아랍인이오. 첫 번째 장 맨 위에다 적으시오. 나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약탈하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내가 굶주리게 되면 약탈자의 살은 내 밥이 될 것이오. 조심하시오. 조심하시오. 내 굶주림을 내 분노를!
▷ 시월의 마지막 날, 하느님과 천사들이 전주향교의 은행나무를 보러 갔습니다. 수백 년 나이를 먹은 은행나무 이파리들은 노란 비눗방울을 뿜어내듯 황홀했습니다. “우와, 어쩜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세상이 이렇게 찬란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느님 감탄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자연의 힘은 정말 놀랍네요.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둘 때, 비로소 자연의 ‘힘’이 솟아나다니요. 문득 비틀즈의 ‘Let it be’라는 노래가 떠올라요, 어두운 시간 속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속삭여주던 지혜의 말씀이 ‘그냥 그대로 두려무나.’라는 노래 속 가사가. 순리에 맡기면,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놀라운 결실을 맺는지, 향교 마당의 황금빛 은행잎에 취하다 보니 알 것 같아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하지 않는 일이 없다는 자연스러움이라니,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게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는 비정함이 들어 있어요. 감나무 새 잎을 청벌레가 갉아먹고, 싹 틔울 메주콩을 멧비둘기가 파먹고, 자벌레를 잡아오던 오목눈이를 황조롱이가 낚아채가지만 아무도 서로를 원수로 여기지 않아요. 한없이 비정한 일이지만 모든 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며 복수하지 않지요. 사랑할 원수도 두지 않는 게 자연스러움의 도(道)가 아니겠어요? 원수를 사랑할 거룩한 힘을 새로운 삶을 위해서 쏟아 붓는 거지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식물과 동물, 자연의 복수하지 않는 삶도 우리가 배워야겠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길이 없다면 끔찍한 세상을 잊기 위해서 매번 고통의 순간을 경험해야 할 거예요. 어미의 눈으로 보면 새끼보다 아름다운 게 어디 있을까요? 자연이라는 ‘신’의 입장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일어난 모든 일은 인정할 수밖에 없고,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눈이 외꺼풀이든 쌍꺼플이든, 키가 작든지 크든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지금 내 모습과 내 처지를 돌고 도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기며 순응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때 내 모습은 가장 아름답고 내 주변은 가장 사랑스럽게 돼서 세상을 신나게 살아볼 힘이 솟아나지 않겠어요? 주변을 원망할 힘까지 모두 모아서 더 멋진 삶으로 돌리고 돌려놓는 내 삶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 시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을 아름답게 배웅하는 제나온 친구님들, 한 달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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