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29(2024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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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0.02 | 조회수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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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스물아홉 번째 편지, 2024년 10월 2일 수요일에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져 내려 생각도 못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숱하게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비어 있었고 내 마음은 무디었으며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쳐흘렀다 애써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울 때처럼 어질 어질 이국의 음악을 탐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참으로 불행했고 나는 참으로 바보였고 나는 참으로 외로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되도록이면 오래 살기로
나이가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바라기 노리코/스타북스/2017>>-
▶ 하느님이 천사들과 누렇게 익은 벼논의 논두렁을 걷다가 만경강으로 넘어가는 저녁놀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우와, 정말 아름다워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무슨 말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의 탄성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언어는 신과의 통로 아니겠어요? 기도할 때 신에게 전할 수 있는 도구이니 어느 것 한가진들 소중하지 않은 게 없지마는 그중에서도 제 마음을 빼앗은 건 좋을 ‘호(好)’ 자랍니다. 어머니인 여자[女]가 아들[子]을 안고 있는 형상이지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젖먹이 같은 사랑하는 자식을 품안에 안고 있는 여인의 행복을 나타낸 글자, 호(好)보다 저를 더 설레게 한 글자는 없었답니다.” 저녁놀빛에 얼굴이 발그레진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맞아요. 호(好)라는 글자를 볼 때마다 저도 우리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을 떠올리며 가슴 먹먹할 때가 많았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라는 조각상에서 십자가에서 죽은 아들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에서는 또 다른 ‘거룩한 사랑’으로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저는 춤출 ‘무(舞)’ 자를 좋아합니다. 춤출 무(舞)는 없을 ‘무(無)’라는 글자와 뜻이 비슷하기도 한데요, 만물의 소리에 넋을 잃고 온 몸으로 삶을 기뻐하는 몸짓이랍니다. 자아를 잃는 경지까지 간다는 면에서 무념무상(無念無想)한 깨달음의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기도 하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복(福)’이라는 말도 ‘지나간 일, 쓸 데 없는 일을 다 잊는 게 행복(幸福)’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해요. 명상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듯, 가끔 세상의 모든 것을 잊고 몸을 흔들어 이기적인 나, 즉 자아가 사라져 원초적인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없을 무(舞)’의 황홀경에 빠져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듯, 저는 없을 무(舞)라는 글자를 좋아하는데, 지금 이 순간의 저녁노을도 저의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무(舞)라는 글자를 닮았어요.” 곁에서 귀를 쫑긋하던 마리아룻 천사가 말했어요. “저에게도 저녁노을만큼이나 늘 제 가슴을 황홀하게 물들게 하는 글자가 있답니다. 그건 변화할 ‘화(化)’ 자인데요, 왼쪽의 사람 ‘인(?)’ 글자는 서 있는 사람을 뜻하고 그 옆의 ‘비(匕)’는 사람이 거꾸로 뒤집어져 물구나무를 한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한 쪽은 살아있는 사람, 다른 한 쪽은 죽어 있는 사람을 뜻하죠. 내 마음이 어떻게 바뀌느냐, 변하느냐에 따라서 가장 소중한 생명을 가진 살아 있는 존재가 되기도 하고 그와 반대로 죽은 거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부처님도 천하보다 귀한 게 사람이라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살아 있되 죽은 것만 못한 사람이 또 얼마나 많나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세상은 살만하다고 여기는 변화된 마음을 가지면 저녁놀처럼 아름다운 황홀경의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치, 애벌레가 고치로 변화했다가 다시 나비로 변화하는 생애를 맞이하는 기막힌 반전으로 감동의 클라이맥스를 찍듯이. 그러니 제가 변화할 ‘화(化)’에 풍덩, 빠지지 않고 베길 수 있었겠어요? 제 마음까지도 황홀하게 변화시키는 저녁놀이 참말 사랑스럽습니다.” 붉은 저녁놀에 물든 하느님 입술이 살포시 열렸습니다. “그래요. 아침 해가 저녁노을로 바뀌듯 시간이 흐르는 것도, 세월이 가는 것도, 그리고 나이가 먹는 것까지도 슬픈 게 아니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이라는 변화된 마음을 갖는 것, 그게 새로운 인생이고 아름다운 인생이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인생 아니겠어요?”
▷ 내일 개천절로 쉽니다.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변화[化]하는 마음으로 멋지게 장식해 보아요.
▶ 오늘은 좋은 날! 오늘이 어떤 날인가는 내가 정하기 나름입니다. 어떤 일이든 내가 어떻게 마중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 아니겠어요? 오늘은 무슨 날? 아하, 그래. 오늘은 좋은 날,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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