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06(20240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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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8.25 | 조회수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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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여섯 번째 편지, 2024년 8월 26일 월요일에
밥그릇 / 이준관
어머니가 밥을 담아 주는 내 밥그릇. 강아지가 혀로 싹싹 핥아 먹는 강아지 밥그릇. 나비가 얌전히 앉아 먹는 민들레꽃 밥그릇. 꿀벌들이 오불오불 붙어 꿀을 먹는 해바라기꽃 밥그릇. 붕어 피라미 꼬물꼬물 모여 호르륵 먹는 시냇물 밥그릇. 알고 보면 해도 햇살밥 수북이 담겨 있는 우리 모두를 먹여 살리는 밥그릇. 세상에는 그릇이 참 많네. 서로 이마를 맞대고 오순도순 먹으라고.
▷ 하느님이 세상을 만드시고 흐뭇하셨어요. 모두들 배부르고 등따숩고 걱정근심 없으니 세상이 참 조용했지요. 아무도 하느님을 귀찮게 하는 이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등나무 아래서 한소끔 자기로 했어요. 그때 운동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어요. 하느님, 누가누가 제일 예쁜지 알아맞혀 보세요! 하느님은 망설였어요. 모두가 다 쏙 맘에 드는데 그 중에 하나를 고르라니 난감하지 않았겠어요? 흐음, 뭐든 예쁜 짓을 하는 이가 젤 예쁘지 않겠니? 다들 예쁜 짓 하는 얘기 좀 들려줄래? 하루살이가 하느님 코끝에서 앵앵거렸어요. 하느님, 저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사랑밖에 몰라요. 밥도 한 끼 먹을 새도 없이 죽을 때까지 사랑만 하는 걸요? 저처럼 예쁘게 사는 이가 또 있을까요? 꿀벌이 날아올라 하느님 귓바퀴를 한 바퀴 돌더니 속삭였어요. 하느님, 세상이 온갖 꽃으로 향기롭지만 제가 없으면 아무도 사랑도 못 나누고 결혼도 못하는 거 아시죠? 꽃들이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해야만 모두가 먹고살 수 있다는 것도 아시죠? 예쁜 꽃들을 서로 사랑하게 도와서, 그 열매로 지구를 먹여 살리는 저보다 예쁜 짓 하는 이가 누굴까요? 저는 먹을거리도 혼자는 절대 안 먹어요. 춤을 추며 동료들에게 알려서 함께 먹으러 가는 의리파랍니다. 제가 얼마나 사랑스러우면 사람들도 저한테 허니(honey)라고 하겠어요? 서로 뽐내는 바람에 하느님은 지치고 배가 고팠어요. 그래서 급식실로 가서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마저 듣자고 했어요. 하느님이 따뜻한 밥 한 술을 뜨려고 하는데, 밥그릇이 활짝 웃고 있는 거예요. 애야, 뭐가 그리 좋아서 웃는 거니? 날 성가시게 해대니 난 귀찮아 죽을 지경이야. 하느님, 배고픈 게 세상에서 젤 서럽고 슬프다는데, 세상 모든 이가 제 앞에만 오면 머리를 숙이고 감사기도를 하며 힘을 낸답니다. 기뻐하는 이에게 기쁨을 더하고, 슬퍼하는 자에게 슬픔을 덜어내며, 마지막 목숨을 다한 생명을 제가 음식으로 담아서 다른 생명들 앞에 내놓는 밥그릇이라는 게 참 고맙고 자랑스러워서 늘 미소를 잃지 않는답니다. 그때 하느님이 두 손으로 식판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어요. 그리곤 뜨거운 국물이 쏟아지는 줄도 모르고 큰소리로 한 마디 외쳤죠. 밥그릇이 최고얍! 옆에서 정신없이 밥을 먹던 아이들이 소리 질렀어요.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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