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59(024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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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6.06 | 조회수 |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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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쉰아홉 번째 편지, 2024년 6월 5일, 수요일에
글자 한 자 / 권오삼
배, 사과, 포도, 수박, 참외가 ‘꿀’자를 만나 꿀배, 꿀사과, 꿀포도, 꿀수박, 꿀참외가 되었다
글자 한 자가 지닌 힘
이 힘을 알고 ‘꿀’자를 맨 처음 과일에다 갖다 붙인 이는 농부 아저씨일까? 과일 장수 아저씨일까?
글자 한 자가 맛을 싹 바꾸어 놓았다
《창비어린이, 2014 여름 호》(2014)
▷ 하느님과 천사들이 삼례 비비정으로 밤마실을 갔어요. 때마침 스무하루달이 만경강 삼례천이 거울인양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어요. 달님이 강물에 담겨 있는 모습을 보며 하느님이 말했어요. “강물에 노니는 물고기들도 달님이 반갑겠죠? 달빛샤워를 하는 기분이랄까요? 달님도 물고기들이 간지럽혀주니 가끔 웃느라고 주름진 얼굴을 하고요. 근데, 만약 물귀신이 있다면 물속은 정말 무섭지 않을까요?” 하느님 말을 듣고 있던 세실리아 천사님이 말했어요. “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무섭지 물 안에 있는 물고기나 물풀들은 물귀신이랑 같은 식구인데 무서울 리가 있나요? 정말 무서운 것은 물 밖에 있지요. 땅 위에 있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만든 무기랍니다. 하얀 연기가 하늘에서 동그랗게 피어났다가 해파리 촉수처럼 불똥이 떨어져 사람에게 달라붙으면서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나가 앙상한 뼈가 드러날 때까지 타들어가는 백린탄을 아시나요? 빨리 도망갈 수 없는 어린이와 노약자들을 많이 죽게 만드는 잔인한 무기죠. 몇 년 전엔 팔레스타인 초등학교 건물 위에 터져서 학교가 불바다가 되었고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쓰러지기도 했답니다.” 마르첼리노 천사님이 말했어요. “집속탄이라고 부르는, ‘엄마와 아기’ 폭탄도 있어요. 한 개의 엄마 폭탄이 터지면 수많은 아기 폭탄이 이어지며 터지는데, 시간이 흐른 1년 뒤에도 터지는 끔찍한 무기랍니다. 장난감 같아서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만지고 놀다가 폭발해 죽게 되는데, 레바논에서는 전쟁이 끝나고도 엄마 집속탄에서 나온 아기 폭탄 때문에 3만 명이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었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잔인한 불법 무기를 만들어 파는 나라라는 걸 모르셨죠?”마리아 룻 천사님이 말했어요. “그렇게 무서운 무기도 있지만 달콤한 무기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맛있는 음식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탐욕을 부려, ‘맛’ 앞에다 ‘꿀’을 발라 꿀사과, 꿀배, 꿀포도를 만들듯 꿀맛이 아니면 값어치가 떨어지게 하잖아요? ‘최고’라는 말도 그럴듯하고, ‘1등’이라는 말도 대단한 말 같지만, 사실은 모두 잔인한 무기 노릇을 하지요. ‘꿀’과 ‘최고’와 ‘1등’을 차지하기 위해 독을 뿌리고 화학약품을 쓰고 다른 사람을 돌보는 대신 남을 짓밟다 보면 이웃의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잔인하고 끔찍한 세상이 되지 않겠어요?”
▷ 어제 전국 단위 모의고사를 치르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은 현충일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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