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 선생, 먼저 산 사람의 이름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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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 | 등록일 | 24.05.16 | 조회수 |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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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주는 제자들 덕에 이 날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주위 어른들로부터 선생님 하면 잘 하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동네 꼬마들과 함께 모여서 꼼지락 거리며 활동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고 함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즐겨했었더랬죠.
중학교때 만났던 선생님은 나에게 다른 세상을 열어주셨습니다. 어떻게 작은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지 그들 마음속에 씨앗들을 심고 꽃 피우게 하는지 보고 배웠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들을 대하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은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하게 나도 저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정환경 때문에 우여곡절이 있으면서도 꿈이라는 나침반을 놓지 않고 살다 보니 나도 어느새 '교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녹녹치 않았다. 체벌이 있던 그 때 나도 아이들에게 매질도 했었네요. 그 때 그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까요? 행동수정의 방편으로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모습입이다. 사람을 살리는 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만했지 아이들은 제가 끔찍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 특히 어린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누군가를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때 가정방문 다니며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려고 했던 나는 진정성 있는 교사이고 싶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에 만났던 아이들은 지금 어떤 어른이 되어 가고 있을까?
고등학교에 근무하다 중학교로 옮기며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소위 중2병이 심하게 걸린 아이들을 보며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정방문과 개인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인생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되면서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호르몬이 왕성하여 뇌가 재구조화되는 사춘기 시절에 무엇보다 선생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그래서 그들 인생에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작용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 순간을 함께 버틸 수 있는 힘을 나누기를... 또 착각을 하며 아이들 속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려고 했다.
동화에서 만난 진주에게 오늘 편지를 받았습니다. 아이의 표현대로 손편지를 받은 것도, 그리고 나를 괜찮은 어른이라고 말해준 표현을 보고 놀라며 소리없는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누군가 나의 정성을 알아봐 주기를 바랬던 것처럼.. 한 구석에 인정받고 싶은 인간적인 모습이 있었던 것처럼 늘 잘되기를 바랬던 아이로부터 온 정성가득한 편지를 읽는 순간 모든 고달픔이 눈 녹듯 녹아 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안부를 물어봐 준 졸업생들과 편지로 자신의 안위를 알리고 나를 어른으로 인정해준 아이가 너무 고맙습니다. 표현하지 않아도 나를 존재시켜주는 아이들 모두가 고맙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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