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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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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기사내용 [이색 고교 탐방] 게임을 꿈으로 실현시킨다, 한국게임과학고
작성자 *** 등록일 16.10.11 조회수 296

이제 장래희망을 ‘게임’으로 말할 수 있는 시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은 9조원(2014년) 규모로 성장했다. 산업이 커진 만큼 진로로 희망하는 청소년들도 많아졌다. 게임 개발이나 디자인부터 프로게이머까지 분야도 다양한다. 중학교 때부터 게임으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도 있다. 그런 학생들이 모인 곳, 국내에 단 하나뿐인 게임 특성화고 전북 완주군 한국게임과학고를 찾아갔다.

 

한 눈에 보는 학교 정보

학교명한국게임과학고
교육 목표세계적인 게임 산업의 리더를 배출하기 위한 전문화 교육
설립연도2004년
학교 현황게임개발과 단일 전공, 학년당 88명
신입생 모집 지역전국
입시 전형 (2017학년도)일반전형(71명) - 세부전공 실기 70%, 내신 10%, 면접 20%
특별전형(17명) - 취업희망서 30%, 내신 10%, 면접 60%
※ 일반전형 중 내신 우수자 6명 선발(내신 80%, 면접 20%)

 

“거기 가면 하루 종일 게임해?”

“거기 가면 하루 종일 게임해?”


한국게임과학고(이하 게임과학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친척들에게, 친구들에게, 그 친구의 부모님들에게 다니는 학교를 말할 때마다 비슷한 말을 듣는다. 그 질문처럼 게임과학고 학생들은 실제로 하루 종일 게임을 한다. 하긴 하는데,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게임을 ‘공부’ 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을 뿐이다.

게임음악 세부전공을 위한 악기들. 디지털 작업 전 음악적인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한다.

게임음악 세부전공을 위한 악기들. 디지털 작업 전 음악적인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한다.

학생들은 각자의 개인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공부한다. 왼쪽부터 김덕원(2학년)·황성현(3학년)·이향운(2학년) 학생.

게임과학고는 ‘게임개발과’ 단일전공으로 입학하지만 배우는 내용은 6개 세부전공으로 나뉜다. 프로그래밍·기획·그래픽(3D애니메이션)·게임음악·아케이드(기능성)게임·E스포츠 등이다. 프로그래밍 전공자가 전체 학생의 50% 정도로 가장 많다. 1학년은 공통과정으로 각각의 분야를 두루 배우고, 2학년부터 전공에 따라 심화 과정을 밟는다. 전공이 다른 학생들이 모여 ‘팀플’로 게임을 제작하면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게임과학고 커리큘럼의 중요한 특징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졸업 후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게임이라는 특성화분야에서 고졸 취업처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들은 진학을 선택한다. 매 기수 졸업생 10% 이상이 미국·중국·일본·호주 등으로 유학을 간다. 게임과학고는 2006년에 미국 디지펜 공과대학과 유학생 교류 협약을 체결해 학생을 보내왔다. 국내 대학으로는 2016년 2월 졸업생 95명 중 56명이 경희대·국민대·광운대·서울여대 등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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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게임과학고는 설립자의 비리 혐의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냈다. 현재는 임시 이사진이 파견되어 정상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올해 3월 취임한 최홍규 교장을 중심으로 그간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나가고 있다.
 

학생회장 된 '게임 폐인'
구글행 ‘천재해커’도 이곳 출신

게임과학고의 교실 풍경. 책상마다의 노트북과 게임화면이 이색적이다.게임과학고의 교실 풍경. 책상마다의 노트북과 게임화면이 이색적이다.

게임과학고에서는 종종 ‘내전’이 벌어진다. ‘오버워치’나 ‘LOL’처럼 유행하는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는 학급대항전을 학생들은 내전이라고 부른다. 내전에서 지면 설욕전을 펼쳐 이길 때까지 오가는 복도에서 ‘게임도 못하면서 게임학교 다닌다’는 조롱을 듣게 된다. 보통 남학생들이 축구나 농구 등으로 학급간 우열을 가리던 것과 비슷하다. 1년에 한 번은 공식적인 내전도 열린다. 학교 전체가 참여하는 게임대회다. 강당에 프로젝트 화면으로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고, E스포츠 전공 학생들이 해설을 맡는다.
 

게임과 이렇게 가까우면 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2016학년도 학생회장인 김덕원(2학년) 학생은 “중학교 때 나는 ‘게임 폐인’이었다. 정말 밥 먹고 게임만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때는 빠져있었던 거고, 지금은 공부를 하는 거다. 천천히 노력하다 보니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학교에는 이처럼 ‘폐인’에서 ‘우수학생’으로 바뀐 사례가 많다. 게임 프로그래밍 교육팀장인 양석원 교사는 “게임을 좋아하고 잘 알아야 그만큼 잘 만들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방하며 배우는 게 있기 때문”이라면서 “게임을 만들다가 필요를 느껴 수학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학생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학생이 많은 프로그래밍 전공 수업은 교사 2명이 진행한다.가장 학생이 많은 프로그래밍 전공 수업은 교사 2명이 진행한다.
게임과학고는 입학한 뒤 한 학기 동안 개인 노트북 사용을 제한한다. 컴퓨터 사용이 필요한 수업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다. 게임을 공부한다고 해도 무분별하게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도록 방치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30분 신체운동을 시작해 밤 9시30분에 끝나는 수준별 전공수업까지 빽빽하다. ‘폐인 생활’이 불가능한 시간표다.

 

“학비도 비싼데 저희가 진로를 결정해서 선택한 거잖아요.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어요. 내 선택을 믿어주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라도 책임감을 느끼죠. 그리고 학교 주변에 아무것도 없잖아요? 저는 전라북도 운주라는 주소를 보고 직감했어요. 아, 정말 공부만 하게 되겠구나.”(2학년 이향운)

학생들 앞에서 작업물을 발표하는 모습. 3~4개월마다 프로젝트 작업을 해 공개한다.

일반교과와 전공수업 공부에 3~4개월 주기로 진행하는 팀 프로젝트까지 하자니 학생들은 늘 시간이 부족하다. 작업을 하면서 생기는 팀원들 사이의 갈등도 해결 과제다. “밖에서는 게임이라는 이름이 먼저 보이니까 이 공부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는 학생들의 자랑 섞인 불평이 괜한 것이 아니다. 졸업을 앞둔 3학년 황성현 학생은 “힘들긴 하지만 선배나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다”면서 “자기가 노력하면 분명히 그 노력만큼 얻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학교의 특별한 점으로 꼽았다.
 

특성화 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이홍무 교사는 “본격적인 전공 공부를 시작하는 2학년쯤 되면 수업 자체에 재미를 느껴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닌 ‘공부할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서 “자기 공부에 빠지면 무슨 시간인지도 잊은 채 그것만 파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삼성SDS를 떠나 구글로 이직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다시 화제가 된 이정훈(6회 졸업)씨다. 2012년에 졸업한 이씨는 고등학교 때에도 수업시간과 관계없이 보안 분석에만 빠져있었다고 한다.
 

선생님을 만나다 - 최홍규 교장

“사실 저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올해 초 부임한 최홍규 교장은 게임과학고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부터 털어놨다. 기존에 게임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전공한다고 하니 학교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게임 산업의 가치부터 기능성 게임과 같은 다양한 응용분야까지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게임에 빠진 애들, 성향이 좋지 않은 애들이 지원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게임을 굉장히 진지하게 생각하더군요. 누구라고 밝히기는 그렇지만 아이큐로 천재 소리 들을 정도의 애들도 있습니다. 게임을 나쁘게 봐서 그 학생의 가능성이 가려져 있었던 거죠.”

“게임에 빠진 애들, 성향이 좋지 않은 애들이 지원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게임을 굉장히 진지하게 생각하더군요. 누구라고 밝히기는 그렇지만 아이큐로 천재 소리 들을 정도의 애들도 있습니다. 게임을 나쁘게 봐서 그 학생의 가능성이 가려져 있었던 거죠.”

한국게임과학고 학생들이 만들어 해외 업체 GameView (말레이시아)와 수출 계약한 판다리아 팝(가제).

학생들이 열정을 가지자 가능성은 성과로 나타났다. 학교 안에서의 작업으로 600여 개의 게임 애플리케이션이 나왔다. 최근에는 동남아 국가에 수출이 된 게임, 일주일에 3만 건 이상 다운로드된 게임도 있었다. 각종 공모전이나 대회에서의 성적도 꾸준하다. 최 교장은 이러한 학생들의 성과와 열정에 비해 열악한 시설과 지원에 아쉬움을 표했다.
 

“시설면으로 내놓을 게 너무 없지요. 부끄럽고 학생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열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뜻이 맞는 기업이나 단체가 나서주면 좋겠어요. 단 몇 명이라도 어려운 친구들이 게임을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줄 수 있으면 좋겠고…. 학생들을 지원하는 부분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게임과학고는 장기 목표로 현재의 고교 과정을 중학교 과정까지 확장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전북에 게임 밸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최 교장은 “3년 교육으로는 대학에 보낼 수준은 되더라도, 게임을 상업화하고 창업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의 과정을 중학교 때부터 적용하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 학교가 지역의 좋은 인력풀이 될 수 있다. 군수(박성일 완주군수)도 게임 밸리 구축의 비전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에서 신입생을 뽑는 게임과학고는 입시에서 내신보다 실기를 중시한다.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 게임음악 등은 어느 정도 기초가 있어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어울리는 예비 신입생들의 조건으로, 학생들은 “팀 작업에서 자기 작업물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을 꼽았다. 최 교장은 거기에 '목표의식'을 추가로 요구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끝장을 보겠다는 목표의식이 있으면 좋겠어요. 여기는 새벽부터 밤까지 공부하는 기숙사 생활이에요. 밤을 꼬박 새우는 학생들도 많아요. 게임 하나에 몰두해서 그런 생활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해요. 하고 싶은 게임을 하는 대신, 끈기 있게 끝장을 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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