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이어,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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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전주예술중 | 등록일 | 23.09.27 | 조회수 | 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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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9월
비가 옵니다. 모악산에 산안개가 뽀얗게 앉아서 산수화 같습니다. 출근 길에 시멘트바닥 뜸에 핀 나팔꽃을 보고 한 송이 품어다가 책상위에 올려보았습니다. 나팔꽃 색이 처음 보는 색이라 신기했습니다. 길을 잃고 찾아온 다람쥐 한 마리가 본관 복도를 헤매다가 행정실 선생님 손에 잡혀 밖으로 쫒겨 났습니다. 쥐가 구석에 몰리면 사람을 문다더니 다람쥐도 사람 손에 잡히니까 손그락 하나를 꽉 물었다고 합니다. 보건실에 오셔서 약을 바르셨습니다.
급식 지도를 하는데 쪼르륵 줄 서야 할 자리 바닥에 찍힌 발자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먹는 것 만큼 숭고한 일이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전하게 받은 생명체를 이어나가기 위한 행위가 먹는 것으로 이루어지니까요. 음식을 먹고, 마음을 먹고. 중고등학생이 같이 사용하는 매점 사장님이 아이들을 위해 ‘힘내라! 응원한다!’라는 의미로 좋은 글귀를 붙여 주셨습니다. 누가 보겠는가 싶겠지만 누군가는 분명 보았고, 그 글귀가 마음을 울리어 아이들에게 남는 것 같습니다. 학생 하나가 저에게 매점 사장님이 붙이신 글귀를 보여줍니다. 나이를 이만큼 먹었는데 제가 이 아이들만 할 때 보았던 싯구와 그 비슷비슷한 글귀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교단에 서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분들이 도처에 계십니다. 풀뿌리를 뽑고 계신 주사님을 통해서는 ‘감사함’을, 돈을 주고 받는 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와 멋진 글귀를 남기실 줄 아는 매점 사장님께는 아이들 입맛을 너무도 잘 아시고 친절한 미소를 날리는 그 사장님께는 ‘기쁨’을, 불 앞에서 맛난 음식을 만드시어 급식을 맛있게 먹게 해주시는 이모님들께는 ‘존경’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존경과, 사랑과, 감사함을 배웁니다. 컵을 가지고 박자를 맞추어 옮기는 컵타를 배울 때 함께 했었습니다. 전 그날 겨우 체득했는데 그날 저에게 아낌없이 시간을 내준 학생들이 이뻤습니다. 친절한 눈빛으로, 더듬거리는 선생의 박자를, 어긋나는 선생의 몸짓을 기다려주고, 제대로 이해하게끔 도와주던 아이들이 교실에선 저를 기다리게 할지라도 그날 컵타를 알려주던 아이들을 생각할 겁니다.
진실, 정직, 성실- 9월 탄생석의 의미랍니다. 안전하고, 즐겁고, 건강한 9월, 그 9월을 잘 마치고 있습니다. 덕분입니다. 사랑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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