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해오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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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전주예술중 | 등록일 | 23.01.27 | 조회수 | 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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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해오름달 창문으로 해가 비칩니다. 최고로 추운 날이라는데 창문으로 비쳐드는 햇살이 더없이 따숩게 보입니다.
“선생님, 왜 이거 안 쓰세요?” 학생 하나가 저에게 말을 건넵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그 아이는, 가끔 학교 밖에서 마주치면 이쁘게 인사해주는 그 아이를 저는 ‘평화동의 그 아이’라고 부릅니다. 평화동에서 마주치기 때문입니다. ‘평화동의 그 아이’는 마음이 여리고, 선한 학생입니다. 친구들의 장난도 잘 받아주고 잘 어울리는 그 아이가 졸업 연주회를 마친 날 교무실로 내려와서는 두 손을 앞에 모으고 정중히 인사를 합니다. 연주자의 예의로 검은 바지와 셔츠, 재킷까지 걸치고 귓볼 발그레 인사하는 그 아이의 모습이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했습니다.
눈발이 날립니다. 햇살이 비추는 창가에서 1학년 학생 하나가 그림자 이야기를 합니다. 할아버지 댁에 가면 아침에 소나무 그림자가 할아버지 방 벽에 비치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고 합니다. 전공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인문 교과 공부도 열심히 하여 멋진 그림자를 남기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말합니다. 아이들과 이번 달에는 조각 지우개에 조각하고 그 결과물을 스탬프로 찍어 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한문 시간에 자신의 호를 만들었고 그것으로만 멈추는 것이 아까워서 새겨보고픈 마음으로 시작한 활동이었습니다. 글자를 새겼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을 생각할 것이냐 아니면 눈에 보이는 대로 조각할 것이냐를 선택하고 새기는 과정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든 해 봐야 안다고 하면서 아이들은 배웁니다. 찍어 보고 수정하길 여러 번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은 친구도 있고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기막힌 작품도 나왔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마음은 결과를 낳고 그 결과는 우리를 더 성장케 함을 배웁니다. 몇 권의 책을 구입 했습니다.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책들로 선정하여 아이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던 친구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라는 책을 선택했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 아이가 시를 읽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돌아오는 월요일은 졸업식입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중학교 졸업 사진을 찍게 생겼다는 2학년 학생의 말을 듣습니다. 먼저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아쉬움과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는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저런 정리를 하는데 한 분의 자리를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한 장의 사진을 고르기 위해 심사숙고 하시고, 전송될 문자 하나, 문장 하나에 고심을 하는 그 분이 어여뻐서 살짝 핸드폰을 들이댔더니 슬며시 피하십니다. 학교 홈페이지를 접속해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기록과 사진은 모두 그분의 손끝에서 나오는 것인데 결과를 당연하게만 보고 그 과정은 헤아리지 못한 상황은 없었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아름답게 보이는 그 모든 것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손이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백조의 우아함 뒤에는 분주히 움직이는 발이 있다는 말이 맞는 말 같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희망찬 한 해. 힘차게 시작해 보자는 의미의 달, 해오름달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에 감사함이 깃들고 그 모든 것들에 사랑스러움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아쉬움이 깃든 해오름달! 졸업을 앞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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