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하늘연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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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전주예술중 | 등록일 | 22.10.31 | 조회수 | 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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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늘연달
가을이 머리 위로 톡톡 떨어집니다. 점심을 먹고 학교 진입로의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을 찍어보겠다고 교무실에 계신 선생님과 조금 걸었는데, 톡톡 떨어지는 잎사귀로 시선이, 저절로 손이 뻗쳐집니다. 떨어지는 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그 말 때문에 아이마냥 손을 내밀었지만 거침없이 잎사귀는 옆으로 옆으로 지나쳤습니다. 대신에 떨어진 잎을 주웠고, 눈으로 본 아름다운 풍경을 차마 담아내지 못하는 핸드폰 사진이지만 그 안에 짧은 순간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손바닥에 올려진 노란 은행잎을, 단풍잎을 내려다봅니다. 수업시간에 초성 ‘ㅂㅅ’을 제시하고 생각나는 단어 말하기를 했습니다. 주제는 ‘배려하는 말하기’였는데 우리 언어생활을 되돌아보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초성 글자 찾기였습니다. 상처 받는게 말이고 또한 상대를 기쁘게 하는 것이 말이니 이왕이면 좋은 말 쓰자는...이쁘지 않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박사, 봉사, 박수...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이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와~~ 너희 정말 똑똑하다. 진짜.. 어찌 이런 단어를 생각했지? 맑은 아이들입니다. 햇살마냥 노란 웃음 지어 주는 아이들입니다.
10월달은 2023 신입생 선발고사가 있었고, 학급 담임선생님 주관으로 실시하는 ‘하이파이브데이’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관심과 기대를 보여주시는 학부모님들의 마음이 감사했고 그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많이 웃으며 생활하며 오고 싶은 학교가 우리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미래의 아티스트, 전주예술중학교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크게 달았습니다. 벽면을 채운 그 이름들이 크게 꿈을 키우는 학교가 우리학교였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봅니다. “애들아 하이파이브 함 해봐, 최대한 자연스럽게” 조막막한 손들이 나름 찡긋 포즈를 취해줍니다. “와~ 좋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눈을 맞추고, 고민을 털어놓고, 마음을 열고, 손바닥 짝! 곁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쓰윽 손 내밀면 잡아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든든한 힘이 되어 줄 수 있음을 마음과 마음으로 전달되었을 것 같습니다.
향그런 귤 향기가 입에 맴돕니다. 아침 출근길에 나눠먹자며 들고오신 선생님의 손끝에서 풀려나온 귤에 장난을 쳤습니다. 크고 작은 것을 골라 눈사람처럼 홀짝 올려놓고 눈과 입을 콕! 뭔가 표정은 있는 거 같은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캐릭터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면 그 안에 표정이 다 있는데, 요즘 외부 대회를 준비하는 학생이 제게 자신이 속한 반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을 그려서 보여줍니다. 하나하나 가리키며 “요건 누구구나.”요래 말하면 탁 정답이 되었습니다. 특징을 잘 잡아 그려낸 친구도 기특했지만 그 그림을 보고 친구들을 알아맞히는 저도 기특했습니다. 서로가 웃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봄도 아닌데 양지바른 곳은 봄에나 볼 수 있는 꽃이 피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보도블록 틈사이를 뚫고 말입니다. 어찌나 강한 생명력인지 손으로 뽑아보려 했지만 뽑히지 않도록 아주 강하게 뿌리를 내린 그 꽃을 사진에 담아봤습니다. 내일부터는 11월입니다. 1이라는 숫자가 반복되는 달의 첫날. 마음을 다시 리셋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던 달, 손바닥 짝! 서로를 응원해주고 격려를 했던 하늘연달, 마음연달 10월을 오롯이 잘 보낸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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